독일에는 여섯 가지 색깔을 가진 항만이 있다. 아시아-유럽항로에서 선사들이 꼭 한 번씩은 기항하는 브레머하펜항은 다채로운 모습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항만인 부산항이 컨테이너화물에 치우쳐 있는 것과 달리 브레머하펜항은 부두 영역 다각화로 내실있는 경영에 성공했다.
브레머하펜항은 베저강 유역에 위치해 세계에서 가장 긴 항만으로 불린다. 깊은 수심으로 선박의 통행이 자유로워 컨테이너선 기항에 최적으로 꼽히며 유럽을 선도하는 자동차허브 항만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세계 2위의 자동차항만인 평택항과 종종 비교된다. 최근에는 해상 풍력을 통한 전기 생성에도 나서는 등 친환경항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브레머하펜항은 1827년 선박 대형화에 발맞춰 첫 개장한 이래 컨테이너부두 자동차부두 신선식품 및 저온저장시스템(콜드체인)부두 크루즈부두 수산물부두 해상풍력발전부두 등 다양한 부두를 개발해 왔다. 브레머하펜컨테이너터미널은 1968년 2월 길이 700m의 부두 공사가 진행되면서 개장했다. 4건의 추가 확장프로젝트가 끝난 후 안벽 길이는 5km로 대폭 확장됐으며 수심은 12.6~15m대다. 외부 야적공간은 약 3만㎡로, 냉장화물을 보관할 수 있는 야적장은 8000㎡다.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컨테이너부두로 14개 선석을 갖추고 있으며, 수출입 복합운송(인터모덜)을 선도하는 환적항만으로 꼽힌다. 브레머하펜항은 2015년 한 해 20피트 컨테이너 550만개를 처리했다. 수입물동량이 297만8000TEU, 수출물동량이 253만3000TEU였다.
독일 내륙과 유럽 배후단지로 수송된 내륙수송 물동량은 233만TEU를 기록했으며 육운이 115만5000TEU(49.7%)를 처리해 가장 점유율이 높았다. 뒤이어 트레일(46.4%) 내륙수로(3.9%) 순으로 많은 물동량을 처리했다. 지난해에는 548만7000TEU를 처리해 전년대비 소폭 하락했다.
다양한 서비스로 세계 車부두 점령
자동차부두는 브레머하펜항의 꽃이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은 자동차를 대량 수출하기 위한 부두시설 확장에 상당한 공을 기울였다. 브레머하펜항은 전 세계 최대의 자동차 허브항만으로 불린다. 안벽길이는 3km를 넘고, 수심은 10.5~11m다. 전체 부두 면적은 96만3000㎡이며 15개의 선석(36만㎡)이 자동차선 하역작업에 쓰인다.
자동차부두는 카이저하펜 2·3단계 노르드하펜 오스트하펜으로 나뉘며 지난 2015년 225만5000여대의 자동차물량을 처리했다. 그중 168만8000대를 수출했다. 자동차부두의 경쟁력은 다른 항만이 갖추지 못한 차별화된 서비스에 있다. 단순 자동차 선적 및 양하뿐만 아니라 마무리 작업, 수리, 자동차 개조, 특수장비 설치, 최종조립까지도 부두에서 이뤄진다. 좋은 교통연결성과 자동차에 대한 종합적인 서비스도 어우러져 자동차부두로서 단연 최고로 꼽힌다.
콜드체인 개발로 신선식품 처리량↑
온도 조절에 민감한 과일 및 신선식품 화물도 이 항구의 주요 처리 품목이다. 콜드체인을 갖춘 브레머하펜항은 독일에서 신선식품을 처리할 수 있는 최적의 물류센터로 꼽힌다. 수출입화물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온도조절 서비스와 유럽과 세계시장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에 자리하기 때문.
냉동창고인 BLG콜드스토어는 브레머하펜의 최대 상업용 냉동창고로 3만3000여개의 냉동냉장 파레트를 처리할 수 있다. 과일 전용 부두도 자랑거리다. 카이저하펜과 콜룸부스카제 부두는 연간 25만t 이상의 냉동냉장(리퍼)화물을 처리할 수 있으며 해외에서 독일과 유럽 각지로 보낼 화물들을 취급하고 있다.
브레머하펜항은 수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어항’으로도 유명하다. Fischereihafen부두는 7km의 안벽에 8.1m의 수심을 자랑한다. 이 부두는 480만㎡의 상업용 부지와 50만㎡의 냉동보관시설로 이뤄져 있다. 독일 수산물산업의 전체 공급망은 이곳에서 이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선 어류나 수산물을 전담하는 포장업체 창고업체 리퍼화물 전문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도 이 부두 주변에 집약돼 있다.
브레머하펜항은 현대적이고 안전한 크루즈부두로도 알려져 있다. 콜룸부스 크루즈센터 브레머하펜(CCCB) 부두는 브레머하펜을 관광지로 이끄는 원동력으로 꼽힌다. 2003년 재개장이 이뤄지면서 CCCB 부두는 체크인 수속과 4000여명의 여객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여객들의 화물을 싣고 내릴 수 있는 최신 시설을 도입했고, 여객용 보도도 만들었다. CCCB는 약 1000m에 달해 4개의 크루즈선이 동시 접안을 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기준 110척의 크루즈선이 브레머하펜항에 입출항 했으며, 6만6000여명의 여객이 이용했다.
해풍으로 發電하는 친환경항만
친환경항만을 지향하는 브레머하펜항은 최근 해상풍력발전 개발에 나섰다. 브레머하펜항 남측에 위치한 브레머하펜해상터미널(OTB)이 대표적. 독일 제 1의 산업 클러스터가 위치한 브레머하펜에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을 위해 해상 풍력을 이용한 전기 생성에 한창이다.
25만㎡ 규모의 OTB에는 풍력에너지플랜트의 가동을 앞두고 개발 중이다. OTB의 안벽길이는 약 500m로 2~3개의 잭업 접안이 가능하다. 향후 200만㎡ 규모로 확장되는 OTB 산업지대에는 신규 기업들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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