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에 대해 선원 노동조합 단체인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해상노련)이 6일 선사인 폴라리스쉬핑과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폴라리스쉬핑 소속의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3월31일 23시20분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을 항해하다 물이 새면서 배가 기울고 있다는 긴급상황을 카카오톡으로 알렸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선사 측의 요구에 응답조차 하지 못하고 연락이 두절됐으며 이 사고로 선박에서 일하던 24명의 선원 중 한국인 8명과 필리핀인 14명이 실종돼 현재까지 생사 확인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구명벌을 타고 있던 필리핀 선원 2명만 인근을 지나던 화물선에 의해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선사가 사고를 접수한 시점으로부터 12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부에 보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1992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단일선체(Single hull) 유조선으로 건조됐다가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에 따라 유조선의 이중선체(Double hull) 구조가 의무화되자 2009년에 중국 칭다오에서 광탄선으로 개조된 25년 나이의 노후선이다.
현재 마셜제도에 선적(船籍)을 두고 있으며 한국선급에서 선급증서를 취득했다. 버뮤다 소재 영국계 보험사인 스팀십뮤추얼(SMUA)에 선주배상책임공제보험(P&I)을 가입했다.
폴라리스쉬핑은 지난 2008년 선박을 인수한 뒤 이름을 종전 <선라이즈>에서 <스텔라데이지>로 변경했다. 선적지는 라이베리아에서 우리나라로 옮겼다가 2009년 개조와 함께 마셜제도로 다시 변경했다. 선급도 일본선급(NK)에서 한국선급(KR)으로 바뀌었다.
해상노련은 성명서에서 "이번 사고는 우리 선원들의 인적 과실이 아닌 선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노후 선박을 운항할 수 있도록 만든 정부와 선사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선박 이력을 두고 "만일 선원의 생명과 안전은 고려하지 않고 규제 회피를 통한 비용 절감만을 생각해 개조가 진행됐다면 선원을 사지로 보낸 선사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선원단체는 "<세월>호와 이번 <스텔라데이지>호는 한국선급의 검사를 통과한 노후 개조선박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특히 폴라리스쉬핑이 보유한 화물선 32척 중 19척이 유조선을 개조한 화물선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이후 이와 비슷한 시기에 개조된 <스텔라유니콘>호가 선체 균열로 인해 육지로 긴급 대피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한국선급의 검사를 통과한 선박에 우리 선원을 믿고 승선시킬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선박 검사를 철저하게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생긴다"고 말했다.
선박이 우리나라가 아닌 마셜 국적의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이라는 것도 문제 삼았다. "한국정부가 노후 선박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책임 회피를 위한 퇴로를 만들어 준 것이며 선주는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해상노련은 "정부가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집중 동원해 실종 선원들의 수색과 일말의 가능성과 희망에 기대어 선원들이 돌아오기만을 눈물로 기다리고 있는 선원 가족들을 위해 최대한의 지원과 배려 보상을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또 "다시는 이런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후 선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의 제도 개선을 통해 선원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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