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대형조선사들의 핫키워드 중 하나는 ‘일감절벽’이었다. 목표 수주량을 채우지 못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일감을 바라보며 깊은 시름에 빠졌다.
중형조선기업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연수중공업 등이 포진해 있는 국내 중견조선업계는 지난해 역대 최저수준의 수주량을 기록하며 침체를 이어갔다.
수주량 19만5천CGT…전년比 79% 급감
지난해 국내 중견조선사들은 수주액과 수주량, 수주잔량 부문에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1~12월) 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수주액은 전년 대비 72.2% 급감한 3억7천만달러(한화 약 4200억원)로 추정된다. 2007년(262억1천만달러·약 30조원)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침체됐다. 조선사들의 수주액이 10억달러를 밑돈 건 통계(해외경제연구소) 작성 이후 처음이다.
8곳의 중형조선소들이 지난 한 해 수주한 3억달러(14척)는 해양플랜트 1기 금액에 불과하다. 반잠수식 시추선인 잭업리그는 해양플랜트 설비로 기당 2억~3억달러에 달한다.
중형조선사들의 ‘편식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수주선종 14척 중 13척은 탱크선으로 벌크선·컨테이너선 발주는 사실상 전무했다.
수출입은행 측은 “탱크선으로의 편중은 국내 중형조선산업의 장기적인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벌크선 등 수주선종의 다각화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조선소 역시 벌크선 컨테이너선 탱크선 등 모든 선종의 발주량이 크게 감소했다. 3대 선종의 지난해 발주 척수는 총 159척으로 전년 대비 80.9%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중견조선업계의 수주량은 19만5천CGT로 전년 대비 79.2% 감소했다. 수주 선종은 탱크선 위주였으며, 4분기는 탱크선 2척과 페리선 1척 등 총 3척에 그쳐 연말에도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수주잔량도 덩달아 후퇴했다. 지난해 4분기 말 수주잔량은 201만CGT로 전분기 말 대비 20.2% 감소했다. 심각한 수주부진으로 2016년 수주잔량은 57.6% 급감했다. 중형조선 수주액이 국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소폭 높아진 9.5%를 기록했다.
크루즈선 나홀로 호황, 컨선 벌크선 수주침체 지속
전 세계 신조선 발주량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사상 최대 호황을 나타낸 크루즈선을 제외한 전 선종에서 극심한 침체를 보였다. 고가의 크루즈선 영향으로 발주액 감소폭은 발주량에 비해 작게 나타났다.
2016년 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전년 대비 71.8% 감소한 1115만CGT로 집계됐다. 발주액 역시 62.8% 감소한 334억7천만달러를 기록, 한국은 이중 11.5% 인 38억6천만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중견조선시장 시황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됐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2분기에 소폭 개선의 기대감을 가졌으나 이후 더 위축되는 양상이 나타났다”며 “연초부터 이어진 신조선 시장 부진은 연말까지 개선될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 선박 건조량에서는 일본은 웃은 반면, 한국과 중국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 전 세계 선박 건조량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3445만CGT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선박 건조량은 4.2% 감소한 1221만CGT를, 중국 역시 15.3% 후퇴한 1103만CGT로 기록했다. 중국 조선은 구조조정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줬고 2년 만에 한국보다 적은 수준의 건조량을 기록했다.
일본은 경쟁국들과 달리 전년 대비 5.1% 증가한 702만CGT를 기록했다. 엔저효과에 의한 최근 수년간의 수주와 풍부한 수주잔량을 기반으로 한국과 중국보다 우위를 나타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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