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1월 유통업체 매출을 조사한 결과,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각각 2.8%, 6.1%씩 매출이 감소했다. 하지만 온라인 몰은 경제 불황으로 인한 소비 절벽에도 불구하고 사상 첫 거래액 6조 원을 돌파하며, 거침없이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이루어 냈다. 이는 유통업계의 대세는 이제 온라인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성적표다.
하지만 온라인 몰들은 여전히 배가 고픈 걸까? 온라인 몰들은 대형마트의 고유 영역이었던 신선식품 분야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동안 신선식품 사업은 보관 및 배송 단계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특성과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온라인쇼핑 사업자가 취급하기 까다로웠다. 하지만 최근 포장, 배송 기술 발달로 오프라인 매장 수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고객이 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동영상과 같은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까지 신선식품 매출에서 온라인 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채 안되지만, 대형마트들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신선식품 사업위해 바삐 움직이는 온라인 몰
2015년 8월~2016년 7월 사이 11번가의 신선식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1번가의 신선식품 사업은 2~3년 동안 꾸준히 30%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11번가의 주요 수익모델로 떠올랐다. 이러한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지난 12월, 자체 신선식품 배송을 위해 신선식품 스타트업 기업인 헬로네이처를 인수했다. SK플래닛은 헬로네이처를 독립 자회사로 편입해 신선식품 영역에서 양사 간 서비스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헬로네이처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24시간 내 수도권 지역에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온라인 신선식품 기업이다. 이로써 11번가는 본격적으로 신선식품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소셜커머스에서 시작해서 오픈마켓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위메프, 쿠팡, 티몬의 신선식품 사업에 대한 관심도 11번가 못지않다. 위메프는 최근 신선식품 직매입 전용 판매 상품인 ‘신선생’을 오픈했다. 위메프는 보냉재와 스티로폼 박스 등을 이용해 제품의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해 오후 10시 이전까지 주문한 신선식품을 다음 날 배송하는 서비스 체계를 갖췄다. 이를 위해 위메프는 경기도 광주시 소재 자체 물류센터 내에 2만1800㎡ 규모의 냉장시설을 완비했다. 당일 주문 품목은 오후 10시 이후부터 포장에 들어가 다음날 CJ대한통운을 통해 각 지역 소비자에게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또한 위메프는 지난달 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과 기업 제휴 파트너십(JBP)을 체결했다. 위메프는 JBP를 통해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신선생에서 하림 전용상품 강화에 나선다.
쿠팡의 경우는 농협과 손을 잡았다. 쿠팡은 농협으로부터 공급받은 농산물을 주문 당일 또는 다음날까지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농협이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쿠팡에 공급하면, 쿠팡이 이를 로켓 배송으로 소비자에게 직배송 해준다. 상품은 쌀, 양파, 고구마, 파프리카 등 1천800종에 이른다. 소비자들은 기존 농협 판매가보다 10~20%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 가능한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해당 서비스를 위해 농협은 안성 농식품물류센터에 쿠팡 전용 물류 체인을 만들고 냉동창고를 배정했다.
티몬 역시 올해부터 실시할 신선식품 직매입 서비스를 위해 국내 최대 농산물 도매법인인 서울청과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서울청과는 지난해에 37만 통의 청과를 유통, 연간 7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국내 최대 규모의 농산물 도매법인이다. 티몬은 이번 제휴를 통해 서울청과와 긴밀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유통단계를 축소하는 정가 수의 매매 방식을 통해 도매가격으로 과일과 채소를 직매입해 슈퍼 마트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티몬은 냉장, 냉동 차량을 확보해 신선도를 유지하면서도 물류창고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아낀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의 해결책은?
예견이라도 한 듯 국내 대형마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온라인 몰에 맞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고객 주거지와 가장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허브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배송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오프라인 상품 경쟁력을 온라인에 접목하기 위한 조치다. 냉장차량 배달 서비스 ‘쿨 배송’,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스마트 픽’, 원스톱 결제·배송 서비스 ‘스마트 스캔’ 등 차별화한 배송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마트는 온라인 쇼핑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를 신선식품 사업 핵심 경쟁력으로 앞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네오는 신선식품과 냉동식품을 각각 영상 8도, 영하 20도 이하로 온도를 맞춰 보관한다. 배송 때는 전용 보냉 박스에 담아 신선도를 유지한다. 홈플러스는 피킹(Picking)을 온라인 신선식품 산업 경쟁력으로 앞세웠다. 피킹은 주부사원으로 구성된 장보기 도우미(피커)가 고객 주문에 대해서 가장 신선한 제품을 엄선, 배송하는 형태다. 피커가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고르면 PDA로 경고 알람을 울린다. 또한 홈플러스는 저온 유통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으로 배송하는 것은 물론 오후 4시까지 당일 배송 주문을 받는다. 퀵 서비스로 1시간 내 상품을 전달하는 차별화 전략도 추진한다. 쇼핑의 대세가 온라인으로 넘어간 만큼 대형마트의 반격이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속에서 온라인 전선으로 확장된 유통업체들의 신선식품 전쟁은 결국 식품의 신선도를 보장할 수 있는 빠른 배송과 이를 위한 물류 시스템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 송재호 대학생기자 thdwogh888@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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