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트럭 운전자 부족에 따른 물류업계의 애로사항이 지속되는 가운데, 화주기업이 주도하는 형태의 물류체계 재구축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화주기업의 주도 하에 각 기업이 협력하는 물류공동화 움직임이 포착되는 상황.
외신 및 물류기술연구센터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버블 붕괴 이후 지속된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디플레 환경 하에서 물류비 절감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물류를 위탁하면서 물류 분야의 아웃소싱이 활발해졌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트럭 운전자의 수요가 급격하게 줄면서 운임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래에는 운전자 부족으로 인해 적시에 제품을 운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류비 절감을 위해 물류기업에 물류업무 전반을 위탁했던 화주기업 입장에선 물류부문의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물류기업을 변경하는 과정에선 데이터 제공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업무의 애로를 겪는 사례도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의 한 식품회사 물류담당자는 “물류서비스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포함한 서플라이체인을 효율화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지만 과거와 같이 3PL 업체에 아이디어를 요구하거나 운임 삭감 등으로 극복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는 개별기업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효율화 방안을 요구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즉 화주기업이 주도하는 공동물류와 복합운송(modal shift)이다. 실제로 일본의 유통기업 이온(AEON)은 식품‧일용품 회사가 참여한 가운데 전용열차인 ‘이온호’를 운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4년 말 첫 번째 전용열차를 운행했고, 제품 매입 회사와 제휴해 화물열차 운행이 적은 일요일에 도쿄-오사카를 왕복으로 오가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복합운송의 형태로 높은 평가해 녹색물류 우량사업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아지노모토, 카고메, 닛세이푸드 등 일본의 6개 식품회사는 식품기업 물류플랫폼인 ‘에프라인(F-LINE)’을 구축해 훗카이도 지역에서 공동배송 및 공동으로 왕복 철도수송을 시작했다. 이밖에도 아사히, 기린 등 대형 맥주업체도 철도 컨테이너를 활용한 공동수송에 착수하는 등 공동화를 통한 효율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화주들이 물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물류시설에 대한 변화도 감지된다. 일본 물류업계 관계자는 “화주들이 물류시설의 직접적인 차주(借主)가 됨으로써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화주들이 자신들의 화물이 어떠한 시설에서 처리되고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시설에 입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화주들이 전문물류기업에 물류를 위탁하면서 물류시설까지 맡겼지만, 최근 3PL서비스와 물류시설을 구분해 생각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시도를 통해 화주들이 기대하는 효과는 물류비 절감이다. 종합해보면 물류기업 입장에선 화주들의 새로운 요구를 부응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됐음을 의미하는 셈이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에 따라 물류기업이 주도하는 형태의 공동물류를 플랫폼으로 개발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복합운송이 물류업계의 인력부족을 해소할 강력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법 개정을 통해 복합운송 지원계획을 밝힌 상태며, 향후 해운을 통한 운송도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는 2020년 선박과 철도를 이용한 화물수송을 2012년 대비 10% 늘리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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