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물류 전략에서 북한 나진항을 핵심거점으로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유라시아지역 경제협력 네트워크 포럼'에서 김성귀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은 유라시아 물류의 전략적 방향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원장은 이날 나진항이 가진 전략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현재 러시아는 하산 크라스키노 등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5곳을 자유항으로 지정해 무역 관문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자유항 지정은 러시아의 극동개발 전략 1단계(2018~2020년)와 2단계(2021~2025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마련됐다.
1단계는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 수립과 시베리아 등 극동지역 교통 인프라 구축을, 2단계는 극동·바이칼 지역경제 발전과 대규모 에너지·교통 프로젝트 수립을 골자로 하고 있다. 러시아의 자유항 지정을 바탕으로 향후 북한 나진항과 중국 다롄항의 경쟁 구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 전 원장은 "러시아의 자유항 지정은 극동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동북 3성의 물량을 자유항을 통해 해상으로 빼내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며 "앞으로 이곳이 어떻게 변모될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일본이 대륙침략을 위한 전략기지로 삼았던 나진항은 동북 3성 물량을 겨울에 처리할 수 있는 강점을 갖추고 있다. 하산과 크라스키노 지역은 겨울이 되면 결빙이 잦은 반면 나진항은 그렇지 않아 화물 수출입이 원활하다. 또한 대형선 접안이 가능한 12m의 수심과 자연방파제를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라시아 대륙과 철도, 도로와 연계된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고 있다.
나진항을 이용한 해상운송 루트 활용도 물류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김 전 원장은 "다롄항(잉커우·단동)을 이용한 바닷길보다 나진항을 통해 동북 3성의 물량을 빼면 약 800~1000km의 거리가 단축돼 하루의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우리나라와 나진을 잇는 운송 루트가 중단된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포스코가 호주에서 석탄을 많이 들여오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제재로 묶여 있는 나진을 통해 수입된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 김성귀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일대일로 프로젝트 한계는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한계점도 지적됐다. 김 전 원장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중국의 위압적 외교 등에 의한 속국화 위험으로 주변 국가들이 일대일로 정책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 불안감을 가진 국가들이 중국을 꺼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그는 일대일로 정책이 철도 위주로 진행되는 부분을 또다른 약점으로 꼽았다. 운영비용 등 해운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측면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대일로는 '서부 대개발'을 통해 지역 불균형 해소와 내수시장 확장 정책을 펼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서부지역 공업 생산력 향상, 기초 인프라 대규모 개발 등 초대형 산업지대 육성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일대일로 금융 플랫폼으로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실크로드기금, NDB(신개발은행), SCO개발은행 등이 있다.
김 전 원장은 일대일로 정책 중 하나인 서부지역 제조업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서부에서 연안인 동부까지 약 1500~2000km의 장거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에게 상당한 고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제조업으로부터 발생하는 벌크화물의 경우엔 감당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원장은 "고부가가치 생산을 통해 고속철로 화물을 운송하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2차 포럼을 성공적으로 마친 유라시아지역개발위원회(회장 이정택)는 빠른 시일 안에 3차 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유라시아지역개발위원회는 향후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몰도바 투르크메니스탄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등 유라시아 지역 내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한 포럼을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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