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05 13:50
대형할인매장 중심의 유통구조에서의 물류의 문제점
<기고>
백시현 기업물류연구센터 연구원
(네오씨앤씨 대표)
shpaik@neocnc.com
기업물류연구센터
지난 10월 설립된 기업물류연구센터는 아주대학교 내에 산업공학, 교통공학
, 정보 및 컴퓨터공학, 경영학 등 관련학과 교수진의 지난 10년간 물류분야
연구실적을 토대로 기업물류의 핵심을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기 위해 설립
되었다.
본 센터에는 수배송계획이 전문연구분야인 김내헌 산업공학 교수를 주축으
로 노승종, 오세창, 왕지남, 임석철, 최기주, 함효준, 홍만표 아주대학교
교수들과 서현진 제주대학교 교수 및 이명호 대천대학 전기전산학부 교수가
특별협동교수로 가세한 상태이다.
여기에 15명의 석박사 학생들과 30여명의 물류소학회 회원과 함께 기업체에
서는 CJ-GLS와 키스크, KR-Consulting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Tel: 031)219-2427
Homepage: www.businesslogistics.co.kr
소비경제가 크게 위축된 IMF 한파에도 그 위세를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도
약의 계기가 되었던 시장이 하나 있다. 올해 10조원의 시장규모를 이루고
있는 대형할인매장들이다. '90년 중반에 들어서면서 가속화되기 시작한 대
형할인매장의 개점은 기존의 재래시장을 비롯한 소매점, 제조업 중심의 유
통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유통구조의 비중 있는 유통기기로서 자리잡게 되
었다.
국내에서는 신세계의 'E-마트'의 개점을 시작으로 96년도 유통시장 개방의
물결에 힘입어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뚜렸해졌고, 현재 대형할인매장은
E-마트, 까르푸, 월마트, 마그넷 등 서로의 고유한 판매기법으로 경쟁하고
있다. 현재 전국 주요 대형할인매장의 출점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10개월
사이에 점포의 수는 무려 약 70%나 늘어났고, 3년 내에 약 100여개의 점포
가 더 출점 할 계획이다.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장에 대해 과
대출점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 하다.
하지만 이러한 유통구조에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형유통할인매장의 기본적인 유통구조는, 제품을 판
매하는 매장과 매장에 상품을 제공하는 납품업체와 납품업체의 상품을 관리
하고 보관하는 물류센터로 크게 3자로 구분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물
류대행업체(TPL : Third Party Logistics)가 중간에 포함된 4자의 유통구조
를 이루고 있다. 제품은 각 매장으로 직배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물류센
터를 이용하여 배송되고 있다.
초기에 많은 기업들은 90년대부터 새로 형성된 시장에 대해서 준비를 소홀
히 하였던 것이 사실이고, 과거 자체 영업망을 가지고 있던 기업구조 및 시
스템을 그대로 유지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많은 문제점에 부딪히고 있다.
첫째는 물류비 증가를 들 수 있다.
대형할인매장 중심의 유통구조는 과거의 재래시장 구조보다 단순하고 효율
적임에 틀림없으며, 물류비 또한 개선되었다. 하지만 납품업체에는 아직도
큰 비중의 물류비가 소요되고 있으며 예상했던 물류비 절감을 이루지 못하
고 있다. 일반적으로 납품업체는 대형할인매장과 초기 거래시에 임의로 물
류서비스 수준(주 몇회 납품, 물류센터 이용 수수료 등)을 계약한다. 즉,
주 3회 납품이면 월, 수, 금, 주 2회 납품이면 화, 목으로 정해져 있어, 기
업입장에서는 고정 납품(Fixed Lead Time)이 가능하게 되어 매우 반기고 있
었다. 하지만 고객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따른 발주량을 충족시
킬 수 있는 재고가 확보될 경우에만, 고정적인 납품이 가능하다. 일반적으
로 대형할인매장의 발주 체계는, 각 매장의 POS시스템과 연동된 VMI(Vendor
Managed Inventory)시스템을 통해 전산재고가 안전재고 이하로 떨어질 경
우에 자동 발주가 이루어진다. 이때 어느 한 매장이라도 어느 한 품목이 부
족할 경우에도 자동 발주가 이루어 지며, 납품업체는 자동발주가 생기면 당
일 혹은 익일 해당 제품을 물류센터로 입고시켜야만 한다. 만일 적시에 입
고 시키지 않을 경우, 각 매장의 관계자와 불편한 관계는 물론 자동발주 항
목 리스트에서 해당 제품의 항목이 삭제되어 발주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즉, 이러한 이유 때문에 초기 계약보다 더 많은 매주 4회 혹은 5회 이상으
로 납품하게 되어 과다한 물류비가 초래되고 있다.
두번째로 지나친 가격정책과 과다경쟁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제조업체가 자체 영업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결정권을 쥐
고 있었으나, 대형할인매장을 이용한 유통구조에서는 그 힘이 대형할인매장
으로 넘어갔으며, 제조업체들은 이에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대부분
매장들은 EDLP(EveryDay Low Price : 최저가격)정책을 펴고 있어, 동일 제
품들의 가격은 거의 대부분의 매장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하지
만 매장업체마다 물류센터 및 매장 수수료가 다르기 때문에 납품가를 조절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A매장의 물류비가 10%이고, B매장의 물
류비가 15%이라고 가정하면, 두 매장 모두 EDLP정책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
에, A매장에는 1000원에 납품하면, B매장에는 950원에 납품해야만 두 매장
이 동일하게 판매가 1100원으로 맞출 수 있다. 만일 동일한 가격으로 납품
한다면 당연히 B매장의 판매가가 더 비싸지므로 B매장은 해당 제품의 입점
을 거절할 수도 있다.
세번째는 매장관리의 어려움이다.
대형할인매장은 적은 영업사원으로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생력화(省
力化), 생인화(省人化)의 특징이 있다. 하지만 매장내에 평균 7000여종 이
상의 많은 제품들을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때로는 파손 및 로스
(loss)가 생길 수 도 있다. 하지만, 만일 로스가 생기면 전산재고와 실제재
고와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매장내에는 제품이 없지만 전산재고는 남아있
으므로 자동 발주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또한 제품들의
외형이 비슷하여 진열대에 제품들이 혼재되는 경우도 발생해 납품업체의 정
기적인 순회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국의 현재 50여개 이상의 매장들을 방문
하는 일이 쉽지 않으며, 그만한 여력이 없다.
네번째는 반품처리 어려움이다.
어떤 고객들은 제품의 구입의 앞서, 때로는 포장을 뜯거나 부주의로 인해
파손시키는 경우도 있다. 혹은 운송 중에 파손될 수 도 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매출액 대비 약 5%정도의 반품이 발생되고 있으며. 취급되는
반품의 범위는 매장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기능이 고장인 경우와
포장 불량인 경우로 나누어 지고 있다. 하지만 납품업체나 대형할인매장이
나 매출액에만 관심이 있어, 반품처리는 소홀히 하고 있는 실정이며 납품업
체는 반품을 주로 배송기사들에게 임의로 위임하기 때문에, 반품장에서 반
품을 찾아가는 업체직원의 신분을 확인하기 힘들고 때로는 다른 업체 직원
이 반품을 회수해 가는 경우도 있다. 또한 납품업체별로 반품분리가 잘 안
되고 있다. 모양은 같은데 기능에 따라, 원산지에 따라, 색깔의 따라 등 육
안으로 식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대형할인매장과 제조업체는 매출향상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다
양한 제품들을 구비하여 고객의 만족과 구매력을 높이도록 매장들은 노력하
여야 하겠고, 납품업체도 매출향상을 위해 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노력
하여야 한다. 또한 앞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무엇보다도 상호협
조가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하고, 쌍방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
우선, 안전재고 및 서비스 수준을 결정시에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결정되
어져야 한다. 즉, 매장의 재고관리와 납품업체의 수배송관리의 연동을 통해
효율적인 안전재고와, 납품횟수를 결정하고, 이에 따른 적당한 매대할당을
통해 결품을 줄이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무조건 매장내의 결품에 대
한 책임을 납품업체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결품에 인한 손실은 납품업체
뿐만 아니라 매장에게도 영향을 주므로, 효율적인 재고정책은 쌍방에게 절
대적으로 유리하다. 오히려 쌍방의 협조하에 매장내의 재고관리를 통해 효
율적인 매대관리(사양제품과 인기상품의 공간을 구분)가 이루어질 수 있으
므로, 매장에 입장에서도 적극 동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형할인매장들
간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여, 합리적인 납품가를 유도하거나, 매장들간의
납입품목을 달리하여 ‘제살 깍기 가격경쟁'은 피하도록 한다. 즉 1번 제품
은 A매장만, 2번 제품은 B매장만 공급하는 방법도 한 임시방편이 될 수 있
다. 마지막으로, 효율적인 매장관리와 반품수거를 위해서는 매장내의 점원
들의 교육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아쉬운 납품업체의 노력이 더욱 요
구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배송을 의뢰한 운전기사들에게 교육을 실시하
여 매장내의 관리를 향상시키든가, 매장만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3자 공동
관리회사에 의뢰하여 매장관리는 물론 반품까지 대행 하도록 할 수도 있다.
또한 제품의 식별이 용이하도록 포장의 식별화라든지, 매대진열의 차별화
를 통해 관리의 시각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대형할인매장 중심의 유통구조는 기업의 영업망이 아웃소싱(Outsourcing)된
구조로 볼 수 있으며, 당분간은 이러한 유통구조의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
이다. 과거 자체 영업망은 가졌던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구조에 대해 그 특
징을 분명히 인식하고, 대형시장에 매임을 당하기 보다는 함께 성장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대형할인매장들도 과다출점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감안하여 납품업체와의 온전한 관계성 유지에 노력하고 상
호 협조하에 많은 공동연구의 수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기업 혹은 매장
자체내의 효율적인 '기업물류'가 아니라, 기업들간의 공조하에 합리적인 '
기업간 물류시스템'이 필요하겠다. 이것이 올바른 SCM(Supply Chain Manage
ment) 시스템의 목표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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