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해운시장은 저유가의 든든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공급과잉과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선사들의 운임협상력이 무너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대부분의 선사가 외형에서도 두 자릿수의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해운 불황의 거친 파도에 심각한 내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한 국적선사 12곳의 1분기 매출액은 4조6389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조6088억원에 견줘 17.3% 감소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SK해운 폴라리스쉬핑 대한해운 대림코퍼레이션 대우로지스틱스 삼선로직스 등이 두 자릿수의 외형 축소를 신고했다. 성장곡선을 그린 곳은 팬오션과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3곳에 불과했다. 이익규모도 큰 폭으로 후퇴했다. 나란히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나란히 1000억원대 이상의 영업손실을 봤으며 6개 기업은 20% 이상의 이익감소를 맛봤다. 수지가 개선된 선사는 4곳에 그쳤다. 그 결과 12개 선사의 영업이익 및 순이익 합계는 각각 -1194억원 -4024억원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외화환산손실 폭이 커진 것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양대선사 평균운임 25% 안팎 급락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물동량 둔화와 사상 초유의 최저 운임 출현으로 큰 폭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한진해운은 1분기에 매출액 1조5928억원 영업손실 1158억원 당기순손실 2611억원을 냈다. 매출액은 25%나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적자전환했다. 컨테이너선 사업은 매출액 1조4806억원, 영업손실 885억원, 벌크선 사업은 매출액 940억원, 영업손실 354억원이었다. 1분기 물동량은 109만TEU였으며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 평균운임은 136만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1만TEU 177만원에 견줘 물동량은 소폭(1.8%) 줄어들었으며 평균운임은 76%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현대상선은 같은 기간 매출액 1조2214억원 영업손실 1630억원 순손실 2761억원을 냈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액은 18% 감소했으며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대폭 확대됐다. 부문별로 컨테이너선은 매출액 9688억원 영업손실 1116억원, 벌크선은 매출액 1845억원 영업손실 583억원이었다. 현대상선은 1분기에 70만TEU의 물동량을 수송했으며 평균운임은 851달러(약 101만원)였다고 밝혔다. 한진해운과 마찬가지로 물동량은 1년 전(70만8300TEU)과 비슷하지만 운임은 지난해 1145달러(약 136만원)에 비해 26%나 떨어졌다.
연료유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해 1분기 t당 평균연료비는 165달러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맘때 가격은 316~323달러 사이였다. 연료비가 반값으로 떨어졌지만 선사들은 수익환경을 만들지 못한 셈이다. 양대 선사는 2분기 이후 성수기 효과에 힘입어 운임이 회복되고 실적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도 큰 폭의 이익 하락세를 겪었다. 팬오션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614억원에서 올해 398억원으로, 순이익은 1121억원에서 756억원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30%대의 감소폭이다. 매출액은 13.2% 늘어난 4525억원을 거뒀다. 사업부문별 매출액은 벌크선 3780억원, 컨테이너선 455억원, 탱크선 479억원 등이었다. 컨테이너선 부문은 지난해 동기 195억원에서 2.3배(133%) 증가했다. 벌크선과 탱크선은 각각 12% 20%의 성장률을 그렸다. 하림그룹 편입 후 뛰어든 곡물사업은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의 8%인 447억원을 달성,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팬오션은 t당 평균운임은 지난해 22.75달러에서 올해 12.27달러로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SK해운은 영업이익 328억원, 순이익 82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43% 순이익은 71% 후퇴했다. 지분법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서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순익 감소 폭이 커졌다. 매출액은 지난해 5215억원에서 올해 4365억원으로 16% 하락했다. 지난해 1분기 매출액에서 팬오션을 1200억원 가량 앞섰던 SK해운은 올해는 두 자릿수 하락과 함께 역전을 허용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에선 팬오션이 SK해운을 큰 폭으로 앞섰다.
장금·흥아, ‘매출액 성장’ 긍정적
장금상선은 같은 기간 매출액 2222억원, 영업이익 101억원 순이익 52억원을 일궜다. 매출액은 4%의 성장세를 보인 반면 영업이익은 37%, 순이익은 50% 급감했다. 지난 몇 년간 안정적인 수익 창출로 ‘해운시장의 블루칩’으로 부상했던 장금상선마저 밑바닥을 기고 있는 지난한 해운불황의 후폭풍을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형국이다. 외형 성장을 일궜다는 점에서 다소나마 저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근해항로 경쟁사인 흥아해운은 매출액 2087억원 영업이익 23억원 순손실 49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확장으로 매출액은 2% 확대됐으나 운임 하락으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영업이익은 63% 하락했으며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외환비용이 지난해보다 2.5배 늘어난 게 적자성적의 큰 원인이다. 부문별로 컨테이너선은 매출액 1702억원 영업손실 54억원 순손실 66억원, 탱크선은 매출액 264억원 영업이익 64억원 순이익 62억원을 각각 냈다. 탱크선 호황이 컨테이너선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폴라리스쉬핑은 매출액 1528억원 영업이익 319억원 순이익 112억원의 1분기 실적을 받아들었다. 매출액은 2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6% 성장했다. 순이익은 외화환산손실 여파로 23% 감소했다. 폴라리스쉬핑은 브라질 발레나 포스코 등 국내외 우량화주와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앞으로도 견실한 이익 시현이 기대된다.
대한해운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매출액은 21% 감소한 1147억원, 영업이익은 66% 감소한 112억원, 순이익은 58% 감소한 66억원이다. 감소 폭은 크지만 거친 해운 환경에서도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삼선로직스 고비용 구조 털고 ‘흑자 전환’
대림코퍼레이션 해운부문은 매출액 924억원 영업이익 68억원, 순이익 63억원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13%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최근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은 삼선로직스는 1분기에 매출액 531억원, 영업이익 153억원, 순이익 197억원을 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지난해 적자에서 흑자전환했다. 법정관리 진입으로 고비용 구조를 털어낸 게 흑자재정의 비결로 풀이된다. 두 번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해 비난의 화살을 맞았던 이 선사의 향후 행보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대우로지스틱스 해운부문은 매출액 520억원, 영업이익 44억원, 당기순이익 61억원을 냈다. 매출액은 45%, 영업이익은 26% 감소한 반면 순이익은 19% 상승했다. 이자비용과 외화환산손실을 큰 폭으로 줄여 순이익 증가를 실현했다. 이 선사의 물류부문 실적은 해운과 비슷한 매출액 573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이다.
동방 해운부문은 매출액 398억원 영업이익 49억원 당기순이익 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제자리 수준을 보였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개선됐다. 특히 순이익 흑자전환은 긍정적이다. 이 선사의 전체 실적은 매출액 1518억원 영업이익 72억원으로 매출액은 3.2%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47% 늘어났다. 해운부문의 이익 개선이 전체 실적 호전으로 이어졌다. 항만하역부문도 매출액이 22%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하는 호조를 보였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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