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 풀무원물류센터 앞에서 파업에 돌입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충북지회 음성진천지회와 풀무원의 계열사인 ‘엑소후레쉬물류’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화물연대는 5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엑소후레쉬물류는 지난달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충북 음성물류사업장 화물 지입차주 40명이 회사CI를 지우고 백색으로 도색하라는 회사의 요구를 거부한 채, 파업에 돌입해 1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파업과정에서 화물연대가 외부세력을 동원해 정문을 수시로 봉쇄하고 차량 통행을 막아 배송이 시급한 신선식품의 물류흐름을 막았다고 전했다. 특히 새총을 이용해 구슬탄을 발사하고, 죽봉을 휘두르는 등 생명을 위협했다고 강조했다.
엑소후레쉬 권영길 물류본부장은 “파괴적인 폭력으로 차량이 부서지고 사람이 다치고 있다”며 “명분 없는 운송거부와 파괴적인 폭력행위를 멈추고 본업으로 돌아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충북지회는 22일 대소산업단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풀무원 계열사인 엑소후레쉬물류가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폭도로 매도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들은 “정확한 증거도 없이 차량 파손행위를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행위로 음해하고 있다”며 “여론이 불리하게 전개되자 이를 뒤엎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민주노총 회원 300여명은 23일에도 시위를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3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화물연대는 경찰이 폭력을 행사, 강제로 집회를 해산시켰다며 해당 경찰관들을 청주지검 충주지청에 고발한 상태다.
음성경찰서 관계자는 “엑소후레쉬물류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CCTV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증거자료는 없었다”며 “현재 엑소후레쉬에서 전달한 유리구슬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고 말했다.
▲도색 유지 서약서 내용 일부
파업 도화선 된 ‘도색 유지 서약서’
도색 유지 서약서는 엑소후레쉬물류의 지정에 따른 ‘용역차량’의 외관 상태를 유지하고 낙서, 스티커 부착행위 등 어떠한 훼손행위도 하지 말아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용역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풀무원 측은 풀무원 CI를 도색한 차량은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발생하기 때문에 차주들이 자발적으로 서약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한다. 또 지난 1월 ‘2015년 운임인상 등 합의’를 통해 향후 1년 동안 일방적인 제품 운송 거부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차주들이 명분 없는 불법 상황을 다시 연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엑소후레쉬물류의 위탁업체인 대원냉동운수‧서울가람물류와 계약을 맺은 지입차주 150명은 지난 3월 ‘도색 유지 서약서’에 서명했다.
▲엑소후레쉬물류와 화물연대의 합의서 내용 일부
화물연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조원들의 의견이 엇갈려 분열을 막기 위해 도색 유지 서약서를 작성했지만, 서약서 내용이 노조원들에게 불리했다. 풀무원이 갑의 위치에서 스티커조차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노조탄압이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와 풀무원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파업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부상을 입어도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면서 장시간 운행을 하고 있다”며 “풀무원은 노조탄압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풀무원 측 역시 “지입차주들은 개인사업자 입장으로 연간 7천만원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이번 파업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 법적 대응도 고려중이다”고 맞섰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