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자에 이어>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대한 상고이유의 요지는, 원심이 협회기간약관 제3조의 ‘계속담보 조항(Held Covered Clauses)’에 정한 통지(notice)의 요건과 관련해 남빙양에서 조업한다는 통지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기간과 범위를 정한 통지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판단했으나, 계속담보 조항에 의한 통지는 워런티 위반의 사정, 즉 항해가능지역에 대한 위반이 있다는 점만을 통지하면 충분하므로 원심은 영국법상 계속담보 통지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심까지 협회기간약관 제3조에서 정한 계속담보의 성립요건인 ‘워런티 위반사실을 인지한 후 보험자에 즉시 통지할 것(notice be given to the Underwriters immediately after receipt of advices)’과 ‘보험자가 요구하는 조건의 변경 및 추가보험료에 대한 합의가 있을 것(any amended terms of cover and any additional premium required by them be agreed)’임을 전제로, 남극조업이 종료한 후에 그 전체 조업기간 중 변경된 조건, 즉 조업구역이나 변경기간을 따져 전체 조업기간에 대한 추가보험료를 일괄 정산하기로 하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묵시적 합의가 있었고 피고가 2010년 11월경 원고에게 구두로 남극조업사실을 통지함으로써 위 계속담보 성립의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주장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피고의 주장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협회기간약관 제3조에서 정한 계속담보 성립요건 중 ‘보험자가 요구하는 조건의 변경 및 추가보험료에 대한 합의’와 관련해 판시 주장과 같은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의 판단과 다른 전제에서 원심을 탓하는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3) 계속담보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유효한 통지가 있었는지 여부
원심은, 피고가 항해구역을 벗어났다는 점을 신속하게 통지하는 경우 추가보험료에 대한 합의 없이도 협회기간약관 제3조에 따라 계속담보가 성립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이 사건 1차 배서장의 유효기간 만료일인 2010년 12월11일이 토요일이어서 그 직후 영업일인 2010년 12월13일 피고가 확장담보 요청을 함으로써 위 관행에 따라 계속담보가 성립했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피고가 종전의 확장담보 기간이 지나기 전에 확장담보를 요청한 경우에는 원고는 일단 피고의 요청대로 승인하고 후에 보험료를 정산하며, 나아가 설령 종전의 확장담보기간이 경과한 후에 추가 요청을 하더라도 협회기간약관 제3조에 따라 계속담보가 이루어진 것으로 처리하되 추가보험료는 사후에 정산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이러한 관행은 확장담보가 흠결된 기간 동안 보험사고의 발생이 없었던 경우에 대한 것이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피고의 신속한 통지만으로 계속담보가 이루어지는 관행까지 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해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따라 해석·적용해야 하고, 그 본국에서 최고법원의 법해석에 관한 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해야 할 것이나, 소송과정에서 그에 관한 판례나 해석 기준에 관한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아니해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일반적인 법해석 기준에 따라 법의 의미와 내용을 확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2007년 6월29일 선고 2006다5130 판결 등 참조).
영국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해난사고(a casualty)가 이미 발생한 경우라도 피보험자가 계속담보에 의해 보호받을 자격(entitlement to be held covered)을 발생시키는 사건(the events)을 그 해난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알지 못했을 경우에는 계속담보 조항이 소급해 적용된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피보험자가 워런티 위반이 예정돼 있는 사실을 알면서 이를 사전에, 나아가 그 워런티 위반이 실제로 발생한 후에도 통지하지 않고 있다가 해난사고가 발생한 후에 비로소 통지를 한 사안에서 계속담보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관한 영국 법원의 판례나 해석기준을 알 수 있는 자료는 기록상 찾을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의 2010년 12월13일자 통지가 계속담보가 성립하기 위한 유효한 통지인지 여부는 ‘피고가 워런티 위반사실, 즉 이 사건 선박이 2010년 12월12일 이후에도 워런티 조항에서 항해를 허용하지 않는 태평양 쪽 남빙양 남위 60도 이남에서 조업을 계속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즉각적인 통지를 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인다. 남위 60도 이남의 남빙양 조업은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이므로 통지가 요구되는 합리적인 시간은 짧은 시간이 돼야 하고, 이 사건 선박의 2010년 12월12일 이후의 항해구역 이탈은 갑자기 발생한 상황이 아니라 피고의 조업방침상 원래 예정된 것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통지는 앞선 확장담보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이루어지거나 늦어도 2010년 12월12일이 되자마자 지체없이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당시 피고의 업무 담당자가 2010년 12월10일 출장 중이었다거나 2010년 12월12일이 일요일이라는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계속담보를 위한 통지는 다른 직원에 의해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성격의 업무이고 2010년 12월 13일자 통지 역시 원고의 영업시간 전인 새벽에 팩스 전송에 의해 원고의 영업장소에 이루어진 점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위 주장과 같은 사정을 이유로 2010년 12월13일자 통지가 계속담보가 성립하기 위한 유효한 통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2010년 12월13일자 통지에 의한 계속담보 성립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영국법상 계속담보의 통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라. 약관규제법 적용 여부
국제사법 제27조 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준거법 지정과 관련해 소비자계약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는 점이나 약관규제법의 입법 목적을 고려하면,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해 체결된 모든 계약에 관해 당연히 약관규제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년 8월26일 선고 2010다2818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선박보험에 적용되는 협회기간약관[Institute Time Clauses (Hull-1/10/83)]에서 이 보험은 영국의 법률 및 관례에 준거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3조에서 계속담보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과 통지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며, 협회담보약관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워런티 조항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영국법상 워런티 조항의 내용과 효력, 그 위반의 효과 등에 관해 설명하지 아니했으므로 약관규제법 제3조에 의해 협회담보약관이 이 사건 선박보험에 편입됐다고 볼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이 사건 선박보험에서 해상보험업계의 일반적 관행에 따라 영국법 준거약관을 사용하고 있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공익이나 공서양속에 반한다거나 피고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선박보험과 관련된 모든법률관계의 준거법은 영국법이고 달리 약관규제법을 적용해야할 사정이 없어, 이 사건 선박보험에는 약관규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했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선박보험에 약관규제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원심판결에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해 일부 판단을 누락한 위법이 있다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10년 9월9일 선고2009다105383 판결은 선박보험계약이 준거법 지정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인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4. 판례평석 및 결어
위 2015년 대법원 판결은 보험계약에서 항해구역 또는 조업구역을 특정지역으로 한정하는 것이 약관인지, 워런티인지 여부, 이러한 구역을 변경 또는 확장하는 확장담보(계속담보)가 어떠한 요건하에 유효한지 여부 등과 관련해 워런티 조항과 확장담보(계속담보)의 인정 여부, 성립요건 등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영국법 준거약관이 유효하다는 전제 아래 이 사건 선박이 워런티 조항에서 정한 항해구역을 벗어나 항해한 것은 워런티 조항 위반이라고 판시함으로써 이 사건 워런티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는 한편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이에 따라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도 인정하지 아니하고 워런티위반의 효과로서 보험금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했다.
종전에 우리나라 대법원이 2010년 9월9일 선고 2009다105383 판결에서 워런티(담보)위반을 인정하고서도 그 내용을 당사자가 알 수 없었다거나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등의 사유가 있으면 워런티위반의 효과가 배제될 수 있는 것으로 판시한 것은 당사자간의 약속, 확약을 전제로 하는 확약담보인 워런티에 대해 당사자의 부지 또는 설명의무의 불이행 등의 이유를 들어 보험자의 면책을 부정하려한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최근에 나온 위 2015년 대법원 판결이 약관규제법 적용 여부 및 설명의무와 관련해 종전의 위 2010년 대법원 판결을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한 것으로 적시하고 워런티 조항에 대한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도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영국법상의 워런티의 개념, 요건 및 범위, 효력에 대한 보다 충실한 해석으로 보여져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준거법 지정 외에 다른 외국적 요소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사안에 따라 그 구체적 판단기준, 해석기준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다툼의 소지가 있어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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