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상고인】 중소기업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송평근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한일스틸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인 담당변호사 나병영)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2. 11. 8. 선고 2011나9985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신용장대금에 관한 예비적 청구 및 원심에서 추가된 177,918,937원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해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매입은행인 중국은행 강음지점(이하 ‘매입은행’이라 한다)으로부터 제시받은 용선계약선하증권은 이 사건 신용장이 요구하는 서류가 아니고, 그에 따라 원고가 매입은행에 지급거절통지를 한 것이어서 원고에게는 신용장대금지급의무가 없음에도, 중국 법원이 부당한 판결을 해 부득이 원고가 신용장대금 상당액을 강소화서국제무역유한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 지급하게 됐으므로, 원고가 소외 회사에 지급한 금원은 원고가 신용장거래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지출하게 된 비용 내지 손해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신용장대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위 금원이 이 사건 외국환거래약정 제15조의 신용장대금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신용장대금에 관한 주위적 청구 및 원심에서 추가된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신용장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1점, 제2점에 대해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신용장대금에 관한 예비적 청구 및 원심에서 추가된 177,918,937원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청구를 기각했다.
즉 이 사건에서 신용장조건과 제시된 서류의 불일치사항은 신용장에 표시된 무결함(‘무고장’이라는 표현이 주로 쓰이나, 원심의 표현대로 ‘무결함’으로 쓴다)선적선하증권이 제시되지 아니하고 용선계약선하증권이 제시됐다는 것인데, 원고가 지급거절통지를 하면서 불일치사항을 명기하려면 ‘무결함선적선하증권 대신에 용선계약선하증권이 제시됐음’ 또는 ‘무결함선적선하증권과 용선계약선하증권이 일치하지 아니함’이라고 기재하는 것이 가장 분명한 방법이고, 간략히 기재한다면 ‘무결함선적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아니했음’이라고 기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원고가 지급거절통지에 기재한 ‘용선계약선하증권이 제출됐음’이라는 문구는 불일치사항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준이 되는 대상이 명시돼 있지 아니해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무엇인지 그 문언만으로는 알수 없다는 점에서 위에서 본 방법보다 명확성이 현저히 떨어져 불일치사항을 명기하는 방법으로 충분한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원고가 불일치사항을 더 분명하게 기재하는 방법을 택했더라면 중국 법원에서의 소송에서 패소해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게 되는 결과를 피할 수 있었는데도 원고의 불명확한 지급거절통지로 인해 신용장대금을 지급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따라서 원고가 중국에서의 소송에서 패소해 소외 회사에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게 된 것이 이 사건 외국환거래약정 제5조 제1항에 의해 피고 한일스틸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가 부담해야 할 ‘원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것이 아닌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신용장대금에 관한 예비적 청구가 이유없는 이상 원심에서 추가된 신용장대금에 대한 지연배상금 및 소송비용, 국제특송비용, 변호사 자문료 등 합계 177,918,937원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청구도 모두 이유 없다는 것이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이 사건 신용장에 적용되는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이하 ‘UCP 600’이라 한다) 제27조는, 무결함 운송서류는 ‘물품 또는 포장의 하자상태를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조항 또는 부기가 없는 운송서류’로서, 신용장이 운송서류가 ‘무결함 본선적재(clean on board)’일 것을 요건으로 하더라도 ‘무결함(clean)’이라는 단어가 운송서류상에 나타날 필요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0조 a항 vi호는 ‘선하증권은 용선계약에 따른다는 어떠한 표시도 포함하지 아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6조 c항은 ‘개설은행이 지급 또는 매입을 거절하기로 결정한 때에는 제시자에게 은행이 지급 또는 매입을 거절하는 각각의 불일치사항을 명기해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장이 운송서류로서 무결함선적선하증권(clean on board ocean bill of lading)의 제시를 요구한 경우, 제시된 선하증권에 물품 또는 포장의 하자상태를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조항 또는 부기가 없고 물품이 본선에 적재됐다는 기재가 있으면 비록 ‘무결함’이라는 기재가 없더라도 ‘무결함선적’의 요건은 충족된다고 할 것이나, 신용장에서 별도로 용선계약선하증권의 제시를 요구하거나 허용하지 아니했다면, 그 경우 용선계약선하증권의 제시는 그 자체로 UCP 600 제20조 a항 vi호의 규정에 위반되는 적극적인 불일치에 해당하고, 신용장 개설은행이 이를 이유로 제시자에게 지급거절통지를 하면서 다른 추가적인 기재 없이 ‘용선계약선하증권이 제시됐다’는 취지만을 기재하더라도 그것은 개설은행이 불일치사항을 명확히 기재한 통지로서 UCP 600 제16조 c항에 부합하는 지급거절통지가 된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신용장에는 제시돼야 할 운송서류로서 ‘무결함선적선하증권(clean on board ocean bill of lading)’이 기재돼 있고, 별도로 용선계약선하증권의 제시를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기재는 없는 사실, ② 그런데 원고가 매입은 행으로부터 제시받은 선하증권에는 ‘용선계약과 함께 사용됨(to be used with charter-parties)’, ‘선적항 : 강음항, 중국(port of loading: JIANGYIN PORT, CHINA)’, ‘양륙항 : 부산항, 대한민국(port of discharge: BUSAN PORT, KOREA)’, ‘양륙항으로 운송하기 위해 화물이 선적항에서 선박에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됐음(shipped at the port of loading in apparent good order and condition on board the vessel for carriage to the port of discharge)’이라고 기재돼 있는 사실, ③ 이에 원고는 매입은행에 ‘불일치사항 : 용선계약선하증권이 제출됐음(CHARTER B/L PRESENTED)’이라고 기재해 지급거절통지를 한 사실, ④ 그러나 중국 법원은 소외 회사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신용장대금지급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지급거절통지가 UCP 600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해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했고, 그 판결에 따라 원고가 소외 회사에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사실, ⑤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외국환거래약정 제5조 제1항은 ‘피고 회사는 원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것이 아닌 한 신용장거래에 따른 이자, 할인료, 수수료, 지연배상금, 손해배상금, 기타 부대비용 및 원고의 권리행사, 권리보전, 담보의 취득 및 처분에 따른 비용, 운임, 보험료, 기타 모든 비용 및 손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UCP 600의 규정 및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매입은행으로부터 제시받은 선하증권은 물품 또는 포장의 하자상태를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조항 또는 부기가 없고 물품이 본선에 적재됐다는 기재가 있는 해상운송에 관한 선하증권으로서 이 사건 신용장에서 요구한 ‘무결함선적’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것이나, 한편으로 거기에 ‘용선계약에 따른다’는 취지의 표시가 포함돼 있으므로 결국 UCP 600 제20조 a항 vi호에 의해 수리가 거절되는 용선계약선하증권에 해당하고, 달리 신용장에 용선계약 선하증권의 제시를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기재가 없는 이 사건에서 용선계약선하증권의 제시는 그 자체로 UCP 600 제20조 a항 vi호의 규정에 위반되는 불일치가 된다.
따라서 원고가 매입은행에 지급거절통지를 하면서 UCP 600 제20조 a항 vi호의 규정에 위반되는 불일치가 있다는 취지에서 ‘불일치사항 : 용선계약선하증권이 제출됐음’이라고만 기재했더라도 이는 개설은행이 불일치사항을 명확히 기재한 통지로서 UCP 600 제16조 c항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원고의 지급거절통지가 UCP 600에 부합하는 것인 이상 그것으로 원고는 개설은행으로서의 지급거절통지의무를 다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중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신용장대금을 지급하는 등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원고에게 어떠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가 ‘용선계약선하증권이 제출됐음’이라고만 기재해 불명확한 지급거절통지를 함으로써 신용장대금 등을 지급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보아, 원고가 신용장대금 등을 지급하게 된 것이 이 사건 외국환거래약정 제5조 제1항의 ‘원고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것이 아닌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무결함선적선하증권, 신용장 개설은행의 지급거절통지의무, 이 사건 외국환거래약정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신용장대금에 관한 예비적 청구 및 원심에서 추가된 177,918,937원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기로 해 관여 대법관 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신영철 이상훈(주심) 김용덕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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