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화물선운임지수(BDI)가 역사상 최저치인 500포인트대로 하락한 가운데 동아탱커 등 국내외 선주사들이 최근 시장 불황에 대응해 과거 발주한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을 LR2급(10만t급 안팎) 유조선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4일 신조선업계에 따르면 동아탱커는 현대삼호중공업과 11만5000t(재화중량톤)급 석유제품운반선 4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시기는 2017년이며 선박가격은 척당 6100만달러, 총 2440만달러다.
이번에 발주한 탱크선은 지난해 4월 발주한 18만t급 벌크선을 개조하는 것으로, 선가는 같다. 동아탱커는 당시 대선을 목적으로 벌크선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탱커는 지난 2009년과 2012년 사이 벌크선 시황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7척을 발주한 뒤 스위스마린 등 국내외 선사들과 용대선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계 중국 조선소인 삼진조선에도 2016년 인도 목표로 8만2000t급 파나막스 벌크선 2척을 발주하기도 했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4월엔 1009TEU급 컨테이너선 <서니코스모스>와 <서니릴리>호를 현대미포조선에서 지은 뒤 고려해운에 10년 간 임대했다.
해외 선주사인 프런트라인(Frontline)과 벌크선 큰손인 카길(Cargill)도 선종 변경 대열에 합류했다.
노르웨이 선박왕 욘 프레드릭센(John Fredriksen) 소유의 프런트라인은 중국 장쑤성 소재 신시대조선(뉴타임즈조선)에 발주한 18만t급 벌크선 8척을 원유운반선으로 개조하는 내용에 대해 협상 중이다.
욘 프레드릭센 측은 8척 모두를 16만t급 수에즈막스 유조선으로 바꾸길 바라고 있지만 협상은 4척만을 개조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첫 4척은 이미 건조가 상당히 진척돼 선종을 변경하는 게 어렵다고 조선소 측은 설명하고 있다.
버뮤다 소재 프런트라인은 2년 전 신시대조선에 벌크선들을 척당 5000만달러에 발주했으며, 인도시기는 올해와 내년이었다. 개조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선사측은 조선소에 척당 1000만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수에즈막스 선가는 6000만달러 안팎에 이른다.
프레드릭센은 이전에도 선박 개조 뉴스에 등장했다. 프레드릭센이 소유한 선박금융기업 SFI(Ship Finance International)는 지난 2010년 컨테이너선 시황이 하락하자 컨테이너선 4척을 7척의 핸디사이즈 벌크선으로 개조했다. 당시 이 회사는 중국 원충(文沖) 조선에 발주했던 17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3만2000t급 벌크선 3척으로, 양쯔장(揚子江) 조선에 발주한 25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3만4000t급 벌크선 4척으로 바꿔 건조했다.
미국 미네소타에 본사를 둔 글로벌 곡물회사인 카길 역시 동급 선박 4척을 유조선으로 바꾸는 협상을 신시대조선과 진행하고 있다. 카길은 지난해 2016년 납기 일정으로 벌크선을 발주했다.
신시대조선은 벌크선 건조용 자재를 구매하지 않았을 경우 선주들 요청을 수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미국과 모나코에 본사를 둔 스코피오벌커스는 대우조선해양 등의 국내조선소와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각각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6척과 3척을 LR2급 유조선으로 변경하는 데 합의했다.
스코피오벌커스는 올해 3분기부터 2016년 2분기까지 인도받는 일정으로 대우망갈리아조선과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등에 케이프사이즈 21척을 발주 한 바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