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30 09:12

칼럼/푸틴은 왜 ‘크림 합병’으로 비극을 바로잡는다고 했을까?

수필가 白岩 / 이경순
우크라이나 사태, 세계 경기 부활 희망 앞에 드리운 ‘크림 반도’의 먹구름

白岩 이경순.

푸틴 대통령은 3월 18일 연설에서 “1954년 크림 반도를 우크라이나에 양도한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였으며, 크림반도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속에 러시아의 영토였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크림반도가 역사적으로 러시아 땅이었고 인구의 대다수가 러시아계이기 때문이다. 제정 러시아부터 러시아 영토였던 크림반도는 60년 전인 1954년 니키타 흐루쇼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의해 우크라이나로 편입됐다. 소련 헌법에 영토 문제는 최고 소비에트 회의의 동의와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흐루쇼프는 이러한 절차를 생략하고 크림반도의 우크라이나 편입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 주장은 흐루쇼프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 우크라이나에 크림반도를 ‘선물’로 보냈다고 말한다. 청춘 시절을 우크라이나에서 보내면서 초혼, 재혼을 우크라이나 여인과 했던 인연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에 병합된 직후인 1959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러시아계 인구는 71.4%에 달했다. 1991년 우크라이나가 소련에서 분리 독립할 때 크림 반도는 광범위한 자치권을 얻었지만 우크라이나 영토로 편입됐으니 우크라이나 영토다. 우크라이나가 핵(核)을 포기하는 대가로 크림반도가 포함된 소비에트연방 당시의 영역을 보장받았기 때문이고, 당시 러시아도 이를 인정했다. 그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친(親)러시아 정권이 무너지고 친서유럽 정권이 들어서자, “21세기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지정학적 비극이었다(푸틴의 표현)”며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크림 반도 사태, 세계 증시를 강타
연초에 주춤했던 세계증시는 최근 차츰 안정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갑자기 닥친 우크라이나 사태가 몰고 온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지난 3월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는 3.4%의 급락세를 보였다. 최근에 볼 수 없던 낙폭에 당황한 것은 아마도 유럽국가 수반들이었을 것이다. 영리한 주식시장의 딜러들은 우크라이나가 왜 중요한지를, 또 혹시 있을지 모를 무력사태의 파급력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영향은 주가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푸틴 대통령이 3월4일 우크라이나 인근의 자국 병력을 원대 복귀시킬 뜻을 밝히면서 하루 만에 주가지수가 원상회복된 것은 오히려 금융시장이 얼마나 이 문제에 예민한 상태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진정 되는가 했던 불안감은 크림 자치공화국 주민들의 러시아 귀속여부 결정투표로 다시 확산됐다. 3월13일과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이틀 연속 급락하며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유럽증시는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투표 결과와 함께 강대국들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면서 세계경제는 그 잠재적 위험을 가늠할 수 없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출렁이는 옥수수와 밀 값, 물가에는 직격탄
우크라이나는 유럽에 곡물을 공급하는 농경국가이다. 세계6대 곡물수출국으로서 미국 다음으로 유럽에 많은 곡물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유럽 사람들의 주요 식량인 옥수수와 밀의 핵심 수출국이다. 선물로 거래되는 국제곡물 시장은 수출 중단 우려만으로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과 흑해 ‘오데사’항은 우크라이나가 수출하는 곡물의 10%가 거쳐 가는 곳이다. 실제로 3월3일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5월 인도분 밀 선물가격은 4.5%나 올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은 선진국들에겐 곧 물가 인상을 의미한다. 어렵사리 회복세를 찾은 세계경기에는 중요한 불안요인이다.

對러시아 제재가 몰고 올 무역파장, 독일 변수
러시아 경제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국제무역을 통해 유럽경제와 촘촘하게 연결돼있다. 러시아의 주요수출국은 1위 네덜란드, 터키,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중국, 독일 순이며, 러시아의 주요 수입국은 1위가 중국, 2위가 독일이다. 다음은 우크라이나, 미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한국 순이다.

이 가운데 특히 독일이 수입한 러시아 제품 액수는 지난 2012년에 350억 6천만 달러에 이른다. 중국의 350억 7천만 달러에 맞먹는다. 독일의 대 러시아 수출 액수는 380억 3천만 달러, 1위 중국의 510억 8천만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살아나는 독일 수출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유럽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이다.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무역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경기가 받을 타격을 현재의 무역구조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가 받을 경제적 타격도 상당히 큰 만큼, 이번 사태에서 미국보다는 오히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러시아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영향력을 갖춘 유일한 지렛대라는 기대가 나온다.

천연가스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인가?
유럽 국가들이 수입하는 천연가스 소비량의 25%가 러시아에서 나온다. 지난 2006과 2009년에는 가스 가격을 둘러싼 갈등으로 러시아가 파이프라인을 닫으면서 가스 대란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수출되는 러시아 천연가스는 어떻게 분산되고 있을까? 비중을 살펴보면, 독일이 24%, 터키가 19%, 이탈리아가 11%, 프랑스 6%, 영국 6%, 과거 공산권이었던 동유럽 국가들 전체가 나머지 24%를 가져가고 있다. 독일이 동유럽 국가전체 만큼을 수입하고 있으니 그 엄청난 양을 짐작할 수 있다. 독일은 자국이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40%, 원유의 35%를 러시아로부터 받고 있다. 이탈리아는 25%, 영국은 12.5%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가스소비의 7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동유럽은 어떨까? 체코는 자국 천연가스 소비의 80%, 헝가리는 40%, 폴란드는 63%, ‘발트 3국’은 100%, 전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무력충돌이 몰고 올 수 있는 에너지 파장을 짐작할 수 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도 단기적으로 급등하게 된다. 여기서 ‘단기적’이란 것은 미국이 셰일가스 수출 등의 조치를 빠른 시일 안에 실행에 옮겼을 때를 가정한 희망적인 개념이다.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의 대안이 원활하게 나오지 않는다면 하루하루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에너지대란은 곧 경제 파괴이다. 유럽 경기의 후퇴는 물론 미래의 전망도 어둡게 만들 수 있다.

러시아 경제도 타격, 더 흔들릴 신흥국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의 루블화는 사상 최저로 가치가 급락하는 등 러시아에서의 국제자금 유출 현상이 뚜렷하다. 올해 들어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330억 달러에 이른다. 크림 자치공화국의 주민투표가 시작되자 미국과 EU의 제재에 대비해 러시아의 은행과 기업들도 서방 금융권에서 수십억 달러를 찾아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경제. 금융제재는 무역의 절반을 유럽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주겠지만, 곧바로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긴축정책 돌입으로 충격을 받고 있는 신흥국들의 추가 자금이탈은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난리 통에 잘 부각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우크라이나의 심각한 외환위기이다. 우크라이나는 올해와 내년에 각각 130억 달러와 160억 달러의 국가부채 만기가 돌아와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금융위기가 심화되면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을 거쳐 유럽의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이 와중에 무력 충돌이라도 발생한다면 예방이나 수습할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채권자는 러시아 은행들이다. 우크라이나가 빌려간 러시아 돈 700억 달러는 러시아 경제의 최대 약점이라고 유럽과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태가 악화 될수록 껑충 뛰어오르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푸틴의 믿는 구석이라는 점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이다. 한층 비싸진 에너지 장사로 천문학적 액수의 달러와 유로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러시아의 입장에서 루블화 가치의 폭락은 별 위협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막 뒤에서 웃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을 상상하면 무서운 일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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