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4 18:03

칼럼/디지털운행기록계(DTG) 유감(遺憾)

한국물류연구원 김인호 원장

올해부터 교통안전법 제 55조가 개정됨에 따라 사업용 화물차는 디지털운행기록계(DTG Digital Tacho Graph)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고 운수회사는 그 운행기록을 6개월간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교통안전공단의 요구 시 디지털운행기록계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며 기기를 장착하지 않았거나 데이터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된다.

교통안전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디지털운행기록계가 갖추어야 할 기능을 보면 1)차량속도의 검출과 분당 엔진 회전 수(RPM: Revolution Per Minute)의 감지. 2)브레이크 신호의 감지. 3)GPS를 통한 위치추적. 4)입력신호 데이터의 저장. 5)가속도 센서를 이용한 충격감지. 6)기기 및 통신상태의 오류검출 등의 기능이다. 미국, 유럽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도입하고 있는 제도인데 디지털운행기록계를 통해 과속, 엔진공회전, 급출발, 급정차, 끼어들기, 유턴등의 정보와 교통사고시 차량의 상태나 운전자의 대처 상황을 알 수 있다. 일종의 차량 불랙박스인 셈이다.

이를 도입하게 되면 1)운전자의 나쁜 습관 개선, 2)교통사고 예방 및 감소, 3)교통사고 처리비용 감소, 4)유류비 절감, 5)대기환경 오염 감소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운전 습관이 나쁜 운전자를 선별해 교육을 실시할 수 있고 차량유지관리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으며, 연비를 향상시켜 CO2 발생도 줄일 수 있다. 또한 교통사고 발생 시 처리비용도 줄일 수 있다. 2010년 교통안전공단에서 디지털운행기록계를 시범 운영해 본 결과, 교통사고가 약 30%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운전자들은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운행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급가속이나 급제동등 자신의 운전습관을 분석한 정보를 받아 볼 수 있어 안전운전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기능 외에 디지털운행기록계는 실시간으로 차량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화물 도착 예정 정보를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 또 차량 운행코스별로 운행 시간, 거리, 지역 등의 운행일지를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어 운행 스케쥴이나 수배송 계획 수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운전자의 실적이나 근태관리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다단계운송거래의 투명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직접운송의무비율을 산출하는 기본데이터로 활용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운전자들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부가기능을 탑재시킨 스마트한 디지털운행기록계들이 선보이고 있다. 배차 지시와 화물내역, 상하차지역 지도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보는 것은 물론 상하차 보고와 화물인수증 서명, 운임정산, 운송실적 집계, 차량점검표 작성과 같은 관련 업무도 운전석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고 화물의 무게나 적재함의 온도 체크, 차량 도난 감지도 가능한 기기도 출시되고 있다.

이와 같이 ICT 기술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운행기록계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날이 갈수록 더 크게 발전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디지털운행기록계 본래의 기대효과 보다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운송관리 시스템)의 발전과 어우러져 물류합리화와 서비스 개선, 세법과 관련된 전자인수증제도 도입, 합리적인 운임계산, 운전원의 작업여건 개선 등 부가적인 개선 효과가 더 커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디지털운행기록계와 비슷한 GPS, TMS등 정보시스템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일부 물류업체에서 고객 서비스 수준향상과 차량 운행효율 증대를 위해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크게 새로울 것은 없겠지만 모든 사업용화물자동차가 의무적으로 장착하여 사용하도록 법으로 규정했으니 시행상 문제는 없을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디지털운행기록계를 의무적으로 장착하고 운영해야 하는 운전자(사업자)입장에서 보면 기기의 장착과 운영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할 의무도 지게 되는데 지금 시장의 모습은 마치 큰 먹이를 놓고 기기회사, 시스템 개발회사, 정보통신회사가 합종연횡을 해가며 싸움을 벌이고 있고 화주와 물류기업은 이것을 보며 즐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느낌은 어느 운전자가 SNS에 올린 글에서 엿 볼 수 있다. 그 글을 가감 없이 소개하면 “운전자 직업군의 종사자들은 컴퓨터에 어둡다. 간단한 전송하나도 두려워한다. 아무리 간단한 컴퓨터조작도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돈이 있는 곳에 관계자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힘겹게 살아가는 운전자만 또 한번 희생되어야 한다. 의무전송, 의무장착, 벌금 없이 운전자 스스로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주행습관 분석하면 얼마나 좋을까...  의무전송이 아니라고 교통안전공단에 유선으로 1년 전에 확인했었는데 지금 운전자들은 사업관계자들의 홍보에 의무전송으로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디지털운행기록계에 기록해 그것을 모은 다음 분석하면, 나쁜 운전습관을 고칠 수 있고 차량의 연비도 높일 수 있으며 교통사고도 줄일 수 있다지만 현실적으로 IT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디지털운행기록계에서 데이터를 다운 받아 교통공단 시스템으로 업로드 하는 일련의 과정이 상당히 번거로울 것이고 천문학적인 데이터량을 전송하고 그것을 분석하려면 적지 않은 통신비와 데이터유지 분석비용이 새롭게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연료비를 자기부담으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연료절감을 위해 스스로 최상의 에코드라이빙을 하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제도 개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가 얼마나 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하여튼 운전자를 감시하거나 감독하는 면으로만 이용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고 오히려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겪고 있는 운전자의 고통과 스트레스, 열악한 근무조건과 과로등 화물자동차 운전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제도적으로 개선하여 주는 객관적인 데이터로도 활용되었으면 한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 일본 물류서적을 읽다가 운행기록계를 지칭하는 “タコメ一タ一(타고메타 : tachometer, 회전속도계)”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여 오랫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1980년대의 우리나라의 화물운송시장은 극도로 열악했다. 운수회사는 크게 구역화물과 노선화물, 특수화물로 엄격한 면허제도가 시행되고 있었지만 직영 운수회사는 거의 없었다. 법규상으로는 화물수요와 차량 댓수를 기준으로 시도지사가 판단하여 증차와 신규면허를 발급하는 것으로 되어있었는데 면허요건을 갖추어도 신규면허를 받는 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따라서 운전자들은 과도한 차량 넘버 값(프리미엄)과 지입료를 벌기 위해 불법운행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과속과 과적, 교통규칙 위반은 다반사였고 이로 인한 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그 땐 운전자 통제가 되지 않아 타고메타와 같은 운행기록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화물차량의 운행 상황을 살펴보려고 운송차량을 운전자와 함께 타보았었는데 급가속, 급제동하지 않고 교통법규를 준수하면서 납품시간에 맞추어 친절하고 정확하게 운송한다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탈 때마다 느꼈다. 그러므로 법 개정의 초점을 운전자 개인의 운전습관에 맞춘다면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운수사업구조와 운임제도, 운전자의 근무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운전자도 인간이며 인격체이다. 우리 주변에 무수히 많은 CCTV에 대한 찬반 의견이 있듯이 디지털운행기록계를 도입할 때 차량운전자의 사생활 보호와 인권에 대한 면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이번 법개정이 운수사업구조와 운전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운임제도를 현실화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법이나 제도로 관리하고 해결하려고 하면 끝이 없다. 물류 흐름에 있어 가장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은 신뢰이다. 화주와 운수회사 그리고 운전자는 서로 신뢰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물건의 흐름과 함께 정보와 정이 흐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물류인 들이 걸어가야 할 바른 길일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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