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남 편집위원 |
풀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때 이를 간단명료하게 생각해 단번에 해결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에 흔히 ‘고르디온 매듭’을 예로 든다.
필자가 어린시절 시골서 자랄 때 할머니와 어머니가 마당서 베를 날다가 씨줄에 날줄이 얽혀 이를 푸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많이 봤고 특히 가는 명주실을 날 적엔 더욱 어려워 하는 걸 본 기억이 머리에 자주 떠오른다.
세상 모든 일이 얽히고 설키면 결자해지(結者解之)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요즘 세상은 매듭을 만드는 사람과 이를 푸는 사람이 각각 달라 무슨 일이건 한번 일이 꼬이면 이를 쉽사리 풀지를 못하는 것 같다.
부두에 큰 배가 들어오면 우선 예선을 붙이고 도선사가 승선하여 접안을 하게 되고 앵커(닻)라 해서 무거운 쇳덩이를 바다 바닥에 내리고 이도 모자라 비트(bitt)란 붙박이 쇠말목에 로프를 감는다.
배가 정박 중에 흔들리지 않게 안전을 기하기 위함이다. 전문적으로 이런 일을 직업으로 삼아 일하는 강취방(Line Handling)이란 업종도 있고 필자도 줄잡이라 불리는 로프를 잡아당겨 묶고 풀기도 하는 이 일을 밥벌이로 부두에서 여러 번 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같이 단순한 줄을 잡아 매거나 푸는 일은 용이해서 맨 사람이나 푸는 사람이 누구이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근데 이와는 다르게 아득한 옛적 고대 도시 고르디온에는 신전 기둥에 묶인 마차의 매듭을 푸는 사람이 세상의 지도자가 된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왔던바 때가 땐 지라 지금 다시 그 전설을 되새겨 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 매듭을 풀고자 시도를 했으나 모두가 성공을 하지 못해 애를 태웠는데 마침 알렉산더 대왕이 원정을 가다가 고르디온에 들려 단칼에 끊어버리는 방법으로 이 매듭을 풀고는 고대 오리엔트를 통일했다는 얘기는 인상적이다.
따라서 ‘고르디온의 매듭’ 이야기는 닥친 문제를 간단명료하게 생각해야 오히려 쉽게 풀린다는 쾌도난마(快刀亂麻)의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마케도니아 왕에 즉위하여 그리스 세계를 통합하고, 아비도스 사르데스, 고르디온 등 페르시아 도시들을 차례로 함락하고 마침내는 이수스 전투에서 다리우스 3세와 마주 하여 그 연합군을 쳐부수고 시리아와 이집트를 점령했었다.
그에 의해서 그리스 문화는 널리 동방에까지 전달됐었는데 알렉산더 대왕의 원래 이름은 ‘알렉산드로스’이고 이는 ‘인민(andros)의 영웅(Alex)’이란 뜻으로 그에 대한 일화중 널리 알려진 하나가 고르디온의 매듭 얘기다.
소아시아에서 페르시아 군대를 물리친 알렉산더 대왕은 고르디온이라는 마을에 들어서게 되고 그곳에는 제우스 신전이 있었고, 그 신전 기둥에 묶인 마차의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다스리게 될 것이라는 전설이 있었으나 그 전설을 따라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신전의 매듭을 풀어 보겠다고 나섰지만 아무도 매듭을 풀지 못했었던 것이다.
남들은 단단히 묶여져 있는 매듭을 힘들게 풀려고만 했지 누구도 자르거나 끊는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것.
그런데 고르디온 마을에 도착하여 신전의 매듭 이야기를 들은 알렉산더는 자신이 매듭을 풀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신전으로 다가가 오랫동안 묶인 채 풀리지 않고 있는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매듭은 풀리지가 않았고 그에게도 신전의 매듭을 푸는 일은 절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럴 때 마침 알렉산더는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단숨에 그 매듭을 잘라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누구도 풀지 못했던 신전의 매듭은 알렉산더의 칼에 너무도 쉽게 풀어지고 말았던 것.
서로 얽히고 설킨 매듭을 하나 하나 풀려고만 했을 뿐 누구도 매듭을 칼로 잘라낼 생각을 하진 못했으니 말이다. 그후 알렉산더 대왕은 10년이란 짧은 기간에 지중해와 아시아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했다.
배에서도 로프가 끊어지면 엄청난 장력으로 치명적인 사고가 나지만 신전기둥에 말이 바퀴를 돌려 단단히 감긴 매듭을 푼다는 건 참으로 힘들었었다.
그래서 필요시에 뭘 단칼에 자르는 결단력 이란 게 이념이나 논리로는 안 되고 몸소 해봤던 능력만을 믿게되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세상을 살며 가정사나 정치나 제도나 법령을 개혁하고 발전적 원동력을 만드는 데, 또는 작금 매듭이 잘 풀리지 않는 해운불황 타개책이나 남북문제와 한일문제 및 제반 국가장래문제 등등 나라가 총체적위기에 처한 이때에 쾌도난마로 고르디온 매듭을 풀 한국형 알렉산더가 하루 속히 출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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