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5 11:10

KSG에세이/ 참모총장 출신 육군대장과 화학병과 출신 일반하사 - (20)

서대남 편집위원
金善模상무 他界 필자가 弔辭·碑文 쓰고, 전 해운계 애도의 물결속에 協會葬으로 永訣

서대남 편집위원

이어 1979년 8월들어 공석이던 선주협회 전무이사에는 해운국 외항과장과 부산지방청 항무국장 시절부터 업계에 잘 알려진 고시 출신의 엘리트 관료로 촉망받던 해운항만청의 최재수(崔在洙) 재무국장이 임시총회를 거쳐 느닷없이 부임했다.

강창성 청장과 정책시행 과정에서 업무조율이 순조롭지 않거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전문 행정가로 대성하리라던 업계나 주위의 예상을 뒤엎고 김용배 이사장과 한 솥밥, 한 살림을 맡게 된 것이었다.

당시는 공공기관이나 경제단체 등의 윗 자리가 바뀌게 되면 출입 기자들이 으레 상견례를 하기 전에 시쳇말로 ‘사전 인삿말’이라고 해서 하마평이나 인물평 또는 그 자리에 오게된 인맥이나 배경을 소재로 그 과정을 비아냥대는 가십으로  처리하는 기사를 짓궂게 쓰는 게 상례였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예외일 수는 없어서 지금도 심심하면 추억삼아 그 구절을 되새기는 ‘어디서 날아 온 철새냐?’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여기 저기 활자 매체에 실려 곤혹을 치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새로 부임한 전무이사가 직격탄을 맞자 한 조직의 상급자인 김 이사장이 바짝 신경을 쓰는 바람에 홍보를 맡은 부서 책임자 필자도 당황했다.

게다가 일회성이 아니라 소위 ‘연속사격’이니 ‘융단폭격’이니 해서 시리즈로 아픈 데를 골라 찌르며 연속기사를 쓰는 통에 협회 사무국 전체가 이의 수습에 나서는 등 수선을 떨었고 관리로서의 명성 못잖게 업계로의 전입신고식(?)을 톡톡히 치러야 했는데 지금도 술자리선 그 기사를 안주삼아 추억의 여로를 회상하며 재밌게 웃곤 한다.

쇄국주의로 닫혔던 협회도 현대감각을 가진 최전무의 조인으로 신바람이 났고 업무처리 일체가 근대화(?) 기치를 드높이며 쇄신되는 계기를 삼게 됐었다. 실무행정에 밝은 전무이사를 새로 맞은 김 이사장은 한결 마음이 편하고도 가벼워진 셈이었다.

김희석(金熙錫) 상무이사는 신설된 해운정보센터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투병중이던 김선모(金善模) 상무이사는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별세 후 전무이사로 추서되는 작은 영예만을 안고 너무나 아깝게도 타계했다.

한 임기 앞서 퇴임한 교통부 해사과장 출신의 강상혁(姜相爀) 상무이사와 한국해대 학장에 이어 선주협회 이사장을 거쳐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윤상송(尹常松) 박사는 70년대 당시 20년 아래 필자를 끼워 퇴근길에 자주 들러 선박이 어떻고 해운이 저떻고 KSC(해운공사)는 어떻고 NYK(일본우선)는 저떻고 하며 동동주 술자리를 자주 가졌고 당시는 입가심이니 2차니 하는 후렴은 없었다.

따라서 네 명의 멤버중의 한 축이던 김선모 상무의 죽음에 전 해운계가 비통해 하며 연일 애도의 물결을 잇기에 충분했었다. 필자 기억으로는 만주에서 어느 상업학교를 나와 해운공사와 이안공사(怡安公社)를 거쳐 선주단체인 선주협회에 와서 모름지기 ‘해운’이란 두 글자 밖에 모르는 천성이 해운인이란 얘기가 업계의 중론이었다.

필자가 교통부 출입기자 시절 협회를 들르면 일본 같이 우리나라도 해운을 제대로 아는 ‘해운 대기자’가 필요하다며 요즘 같으면 쪽집게 과외를 하듯 실무와 이론을 두루 가르쳐 주던 그 정성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늘 가슴 언저리를 맴돈다. 지금은 어딘지 기억이 희미하지만 무교동 어디쯤으로 추측된다.

그 시절 흔히 음식점이나 술집 이름으로 얘기하던 옥호(屋號)가 ‘애주촌(愛酒村)’이었던 기억과 윤박사는 당뇨로 해서 남들이 곡주를 마실 때 소주를 마시던 기억, 그리고 커피를 마실 때는 설탕 대신 별도로 휴대하고 다니는 사카린을 지갑에서 꺼내 타서 마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으레 어둑한 저녁이면 김선모, 강상혁 두 상무가 나이든 다른 중간 간부층을 두고 유독 어린 필자를 정규 멤버로 끼운건 지금 돌이켜 봐도 웬 일인지 물을 데도 없지만 아마도 흰떡에도 고물이 들 듯이 술 마시는 데도 잔심부름꾼이 하나쯤 필요했고 한편 역시 술이라면 선후배 가리잖고 한 몫을 해내는 음주실력 때문이었으리란 짐작이다.

특히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건 필자가 쓴 애도의 추도사를 김 이사장이 읽은 후 지상에도 싣고 묘비의 비문을 써 오석에 새겨 전 업계의 흐느낌 속에 김 전무를 떠나 보내며 장례를 치르던 날의 비통함이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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