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무역 수출액은 2748억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상반기 무역 수지는 167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효자 수출 품목인 선박은 3~5월 사이에 확연한 수출 증가세를 나타내며 무역 흑자 기조를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선박 수출 호조세를 확인할 수 있는 조선사 8곳의 상반기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실적의 바로미터인 신조선가는 클락슨에 따르면 상반기 마지막 달인 6월 전년 동월 대비 0.5%의 상승을 보였다. 특히 5100TEU 이하 급 컨테이너선의 신조선가 상승 폭이 눈에 띄었다. 반면 상반기 내내 러시가 지속됐던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의 신조선가는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견조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향후 조선사들의 이익 실현이 쉽지 않을거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2~3년 뒤 조선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공시를 통해 나타난 각 조선사들의 성적표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빅4’ 이외의 조선사들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면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선사들이 발주 풍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이익이 감소한 것은 공통된 사항으로 지적된다.
대우조선 매출액 규모 2위 도약, STX조선 ‘어닝 서프라이즈’
한국조선공업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총 수주량은 2010년 총 184척 대비 11척 늘어난 195척에 그쳤다. 그러나 수정환산총톤수(CGT)로는 796만7천CGT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약 98.6%의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에 비해 선박들의 대형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상반기 총 건조량에서도 7314만CGT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났다. 특히 컨테이너선이 43.4%를 차지해 가장 높은 점유율을 나타냈으며 탱커가 24.9%의 점유율을 보이며 뒤를 이었다. 상반기 수주잔량은 3604만CGT로 전년동기 대비 10.9% 감소했다. 선종별(CGT 기준)로는 컨테이너선 비중이 39%로 가장 높았으며 탱커와 벌커가 각각 25.1%, 16.9%로 뒤를 이었다.
조선사별로 살펴보면 자타공인 부동의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이 상반기에도 비조선 분야 강세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수위 자리를 지켰다. 현대중공업은 26조957억6천만원을 기록했다. 조선 부문의 매출액은 총 9조2487억3천만원을 기록, 35.4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71%나 증가한 매출액에 비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 6% 증가에 그쳤다. 이익의 극대화를 실현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비조선 부문에서 영업이익률이 저조해 전반적인 영업이익에서 큰 폭의 상승을 시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 AP-묄러 머스크의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인 트리플E급 ‘말라카막스’를 수주하는 등 기세를 올렸다. 그 결과 상반기 매출액 기준에서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2위의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매출액은 6조939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도 각각 68%, 44% 성장한 실적을 보였다.
버금의 자리를 유지해 온 삼성중공업은 매출액 기준에서 대우조선해양에 간발의 차로 밀려 3위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 노인식 사장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노 사장은 지난 7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올해 상반기 수주이익률이 너무 낮아 위기상황”이라는 우려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은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등 세 부문에서 모두 소폭의 흑자를 달성, 7월말 기준 수주잔량에서 여전히 세계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빅4의 막내격인 STX조선해양은 상반기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약세를 보이며 조명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하며 시나브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유럽과 다롄에 조선소를 둔 글로벌 네트워크가 빛을 발하며 큰 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STX조선해양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40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725% 늘어났다. 순이익 역시 작년 적자에서 흑자로 돌려세웠다. 매출액은 5조767억6천만원을 기록, 매출액 기준 4위의 자리를 유지했다.
하반기 중소조선사들 선전 기대…中과 경쟁은 불가피
빅4가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한 반면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은 상반기 매출액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조선사에 도크가 부족할 만큼 수주 쏠림 현상이 집중된 까닭이다.
현대중공업에 종속된 조선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상반기 견조한 매출액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줄어든 모습을 나타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4조6219억8천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각각 16%, 10%씩 뒷걸음질쳤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2조3728억8천만원의 매출고를 올리며 영업이익에서도 26% 늘어난 실적을 나타냈지만 순이익에서 -25%를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는 “조선업의 주요 원재료인 후판 등의 가격이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철강 수요 증가 및 철광석 메이저의 과점화로 인해 상승, 수주이익률을 떨어뜨려 이익을 축소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파업의 긴 수렁에서 빠져나와 기지개를 켠 한진중공업은 상반기 실적 세 부문에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순이익 부문은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매출액은 1조3808억3천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수치를 나타냈으며 영업이익도 43% 줄었다.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320억원의 흑자에서 금년 동기 207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최근 파업사태를 해결하고 수주영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3년만에 6척의 선박을 신규 수주하는 등 하반기 실적 개선의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지난 3월31일 코스닥에서 퇴출된 바 있는 대선조선은 순이익 부문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도 2108억1천만원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36%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473억9천만원의 적자에서 올 상반기 360억9천만원의 적자를 기록,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대형 선박과 해양플랜트 위주의 발주가 지속돼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됐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국내 중소형조선사의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초대형선형 위주의 발주가 이뤄졌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중소형선형이 우세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형조선사들이 중국의 저가수주와 국책지원을 앞세운 수주 기세를 따돌려야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상존한다. 국내 중소형조선사들이 수주 경쟁에서 중국에 밀릴 경우 자칫 우리나라 조선업이 하반기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클락슨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수주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 224척, 892만CGT, 314억달러를 기록, 총 258척, 517만CGT, 88억달러에 그친 중국을 압도하며 가볍게 제쳤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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