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잔량 80%가 고부가가치선…‘LNG-FPSO’ 독보적 경쟁력
●●● 지난 6월말 당시 185척, 약 400억달러의 수주잔량으로 약 35개월분의 일감을 확보해 세계 조선업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 삼성중공업은 조선사들의 암흑기였던 지난 2008년에도 거칠 것이 없었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각각 212억달러, 153억달러를 수주하며 세계 1위 수주량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불황을 정면 돌파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을 착실히 수행해갈 수 있었다.
올해 현재까지 총 51척 50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액인 80억달러의 63%를 이미 확보한 셈이다. 삼성중공업이 지금까지 꾸준한 성장을 보인 것은 타조선 분야에 비해 고부가가치선에 초점을 맞추고, 해양에너지 부문에 관련에 집중 투자·육성했기 때문으로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드릴쉽시장 점유율 60% 넘어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선의 대명사이자 해양분야의 대표적 성장엔진인 드릴쉽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LNG-FPSO, 드릴쉽,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선의 수주잔량 비중은 80%에 달한다.
삼성중공업 최고의 고부가가치선 대표주자는 LNG-FPSO이다. 2008년 세계 최초로 수주한 LNG-FPSO는 조선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고부가가치선이다. 기존의 대형 LNG선보다 가격이 4배 이상에 달하고, 원유를 생산·저장하는 일반적인 FPSO와 달리 천연가스를 자체적으로 생산, 액화, 저장할 수 있는 신개념 선박이다.
2008년 세계 최초로 수주한 이래,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발주된 6척 모두를 수주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세계적 오일 메이저인 ‘로열더치셀’사와 향후 15년간 최대 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LNG-FPSO에 대한 독점적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드릴쉽에서도 삼성중공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쉽 46척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29척을 수주해 시장점유율 63%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11척을 성공적으로 인도했으며, 현재 18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유전개발 지역이 대륙붕에서 심해로 옮겨가고 있는 데다가, 극지방으로 확대됨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드릴쉽 기술도 이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극지용 드릴쉽은 얼음 덩어리들이 많이 떠다니는 북극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내빙 설계가 적용되고 선체 두께가 무려 4cm에 달하며 기자재 보온처리를 거쳐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3000m 깊이의 해상에 떠서 원유를 시추하며 해저 11km까지 굴착이 가능하다. 높이 16m의 파도와 초속 41m의 강풍 속에서 영하 40도의 혹한을 견디며 시추작업이 가능하다. 그 동안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해상 유전개발 설비를 ‘고정식 드릴쉽’에 치중한 데 반해 삼성중공업이 ‘부유식 해상 유정탐사 및 생산 플랜트’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일궈낸 ‘신 조선기술의 집약체’라는 데 의의가 있다.
LNG선의 경우 2003년 이후 발주된 189척의 LNG선 가운데 64척을 삼성중공업이 수주해 시장점유율 34%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미국 쉐브론사로부터 LNG선 2척을 수주했다. 2008년 이후 2년여만에 LNG선 수주를 재개한 것이다.
쇄빙선 분야에서도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최대 국영해운사인 소브콤플로트에 7만t급 ‘극지운항용 전후방향 쇄빙유조선’ 3척을 성공적으로 인도함으로써 추후 극지 유전개발에 따른 고부가가치선 건조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북극 해저에는 세계 인구가 6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1조5,000억 배럴의 원유와 전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48조㎥ 가스가 묻혀있는 것으로 알려져 쇄빙유조선 시장의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평가다.
유럽조선업체의 독무대였던 크루즈 시장에서 미국 유토피아사의 건조 입찰에서 국내 첫 수주에 성공했던 삼성중공업은 현재 조선과 건축 기술이 복합된 ‘아파트형 크루즈선’이라는 신개념 선박을 설계 중이다. 올해 안에 본 계약 완료를 마칠 것으로 보이며 2013년경 선주사 인도가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로 선박 발주가 크게 줄었지만 삼성중공업은 LNG-FPSO와 같은 고부가가치 특수선 시장 석권을 통해 이를 정면으로 돌파해 회복되고 있는 조선시장을 점령할 태세를 완료했다. 풍력발전설비 등의 신규 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안전이 가치”…다양한 사고예방장치 도입
삼성중공업은 안전한 작업장에서 완벽한 품질과 높은 생산성이 나온다는 확신 아래 안전을 회사 최고의 경영가치로 삼고 있다. 조선업계의 고객인 선주들은 발주한 선박이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완벽하게 건조되기를 바란다. 만드는 과정에서 사고가 없었던 배는 운항하는 동안에도 사고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역철학을 바탕으로 삼성중공업은 ‘BBS+’라는 선진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BBS(Behavior Based Safety)란, 우리말로 풀이하면 ‘행동기반안전’을 뜻한다. 수동적인 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작업자 모두가 동료의 안전을 함께 지켜나가는 자율적인 안전관리제도다.
즉 현장 작업자가 동료나 선후배의 불안전한 행동을 목격할 경우 이를 지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칭찬과 격려를 통해 서로의 안전을 책임지는 새로운 안전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9년 BBS를 사내에 정착시킨 데 이어, 2010년부터는 BBS에 IIF(Injury & Incident free)라는 새로운 선진 안전관리기법을 결합한 BBS+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2003년 임직원의 안전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조선업계 최초로 건립한 ‘안전체험관’도 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안전체험관은 조선소 내 작업현장을 원형 그대로 재현한 환경 속에서 작업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고유형을 경험하고 그 예방법을 체득할 수 있는 시설이다.
삼성중공업은 작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전체 사고의 40%가 1년 미만 경력의 작업자에게서 발생하는 것에 주목해, 모든 신입사원들이 현장에 배치되기 전에 안전체험관에서 교육을 이수하도록 했으며, 협력회사를 포함한 조선소 내 모든 근무자들이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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