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턴어라운드 아직 일러
지난해 유례없는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해운업계는 올해 들어 턴어라운드에 대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STX팬오션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흑자경영을 일궜다.
한진해운은 1분기 매출액 1조9262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했다. 영업이익 폭은 크지 않지만 지난 1년간 1조원의 영업적자에 허덕였던 것에 비춰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했다는 평가다. 현대상선도 같은 기간 매출액 1조7500억원 영업이익 116억원을 달성해 흑자로 전환했다. 특히 지난 4월 영업이익의 경우 그간 사상 최고의 실적이었던 2008년 월평균 영업이익 489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전망이 핑크빛이다.
STX팬오션은 매출액 1조3306억원 영업이익 71억원 순이익 181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해운은 흑자로 전환하지는 못했지만 손실 폭을 크게 줄여 긍정적이다. 특히 2분기엔 흑자전환을 낙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시황에 대한 체감은 어떨까? 본지는 창간 39주년을 맞아 해운물류인 246명을 대상으로 ‘2010년 해운 경기 평가 및 업계 현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편집자 주-
●●● 많은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은 현재의 해운시황을 두고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로 접어들진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현재 해운경기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답이 전체 응답자의 7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에 돌입’했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아직 불황기다’는 의견도 13%로 턴어라운드에 돌입했다는 의견보다 많았다.
설문 결과와 같이 해운물류경기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선 긍·부정이 엇갈린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물동량 증가가 해운시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음에도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전 유럽지역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다 대량의 신조선 공급이 예고되고 있는 점은 부정적이다.
‘지난해와 비교한 해운물류기업들의 1분기 경영실적 평가’에 대해선 주요 해운기업들의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과반수가 넘는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이 현저한 경영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보합세 또는 소폭 상승’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66%로 과반수를 훌쩍 넘어섰다. ‘흑자전환 또는 큰 폭 상승했다’는 대답은 32%를 차지했다.‘하락했다’는 응답도 소수(2%)지만 눈에 띄었다.
1분기 경영실적 소폭 개선에 그쳐
이 같이 올해 들어 해운물류업계의 경영실적은 회사마다 편차를 드러내고 있다. 일부 글로벌 선사들의 경우 개선된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대규모 선대확충 계획을 밝히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선사들은 행보가 조심스럽다.
이스라엘 컨테이너 선사 짐라인은 1분기에 8200만달러의 순손실, 83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싱가포르 선사 APL도 같은 기간 9800만달러의 순손실과 74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에 비해 축소되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의 적자 폭이다. 반면 대만 에버그린은 54억달러를 투자해 선박 100척을 신조한다는 계획을 내놔 업계의 화제가 됐다.
건화물선 시장의 앞날에 대해선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낙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최근 4천포인트 돌파에 성공한 ‘건화물선지수(BDI)의 향후 전망’을 묻는 물음에 52%의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이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비교해 42%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란 응답은 4%에 불과했다.
실제로 BDI 지수는 중국발 훈풍을 타고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엔 지난해 12월 초 이후 약 5개월만에 4천포인트선을 다시 탈환하기도 했다. 최근의 BDI 지수 상승은 중국이 철광석 등 원료 수입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해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이 7억t에 이를 만큼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향후 벌크선 시장 전망도 비교적 밝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신조선 공급량이 1억DWT(재화중량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부정적이다.
지난해 부정기 선사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용대선 사슬은 아직까지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정기선 시장에서 용대선 사슬에 의한 거래가 개선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71%의 해운물류업계 종사자가 ‘여전하다’는데 동의했다. ‘개선됐다’는 응답은 26%로 크게 뒤처졌다. ‘악화됐다’는 응답은 3%였다.
정부가 용대선 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설문조사 결과만을 놓고 보자면 아직까지 그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국내 180여 해운기업의 운영현황을 전면 조사하면서 장기 용대선 실태를 집중 단속한 바 있다.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은 해운시장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화산 폭발에 따른 유럽지역 항공기 결항사태가 해운업계에 미친 영향’을 묻자 ‘영향 없다’는 응답이 전체의 58%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영향이 있었지만 ‘기대 수준 이하’였다(26%)는 응답도 다수를 차지했다. ‘물동량 호조에 따른 반사효과’가 있었다는 대답은 16%에 그쳤다.
최근 전 세계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사태에 대해선 많은 해운업계 종사자들이 시황에 부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해운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묻자 과반수가 넘는(58%) 응답자들이 ‘유럽항로 회복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대답도 32%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선박거래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대답은 10%로 나타났다. 선주국가인 그리스의 부도사태로 해운시장에서의 선박 확보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남유럽 재정위기 유럽항로에 부정적
한편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정기선 시황에 대한 평가는 기대만큼 밝은 편이 아니었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응답(27%)보다 ‘상승국면이지만 예년에 비해 침체’했다는 응답(69%)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불황기가 여전’하다는 응답도 4%로 나타났다.
물동량 상승에도 불구하고 실제 해운종사자들이 체감하는 시황의 정도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피어스(Piers)에 따르면 올해 1~2월 아시아발 미국행(수출노선) 컨테이너 수송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191만개로 13% 늘어났고 수입 노선 물동량은 95만개로 22% 늘어났다. 하지만 2008년의 223만TEU 106만TEU에는 많이 못미치는 실적이다. 같은 기간 유럽정기선사협의회(ELAA)가 발표한 아시아발-유럽행(수출노선) 컨테이너물동량은 312만TEU로 지난해에 비해 20.4% 늘어났으나 2008년의 332만TEU 수준엔 미치지 못했다. 수입노선만 136만TEU로 2009년 112만TEU 2008년 132만TEU를 넘어섰다.
‘최근 인상된 정기선 원양항로의 운임수준’에 대해선 ‘낮다’와 ‘적정수준이다’ ‘높다’는 의견이 서로 팽팽했다. ‘아직 낮은 편이다’는 응답은 36% ‘적정수준’과 ‘높다’는 응답은 각각 32%씩이었다.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 내에서도 선사와 물류회사들간 선사와 화주간 견해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원양항로 중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어디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미주항로’가 4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최대 4배 이상 운임인상에 성공했던 ‘유럽항로’가 32%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중남미항로’(14%) ‘아프리카항로’(4%) 순이었다. ‘없다’는 응답도 9%를 차지했다.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으로 지목된 미주항로는 5월 운임회복도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당초 계획보다 낮은 수준으로 적용’됐다는 대답이 50%로 절반을 차지했으며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답도 41%에 이르렀다. 전체 응답자의 91%가 미주항로의 5월 운임회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 ‘유야무야’됐다는 대답은 9%에 불과했다.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 소속 선사들은 지난 5월 미주항로 운송계약(SC) 시즌을 맞아 대대적인 운임회복에 들어갔다. 인상 폭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미서안 노선 800달러 미동안 및 내륙 노선 1천달러씩이었다. TSA 선사들은 미주행 물동량이 크게 늘어난다는 전망과 함께 운임회복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왔던 터다.
북미항로 상승세 두드러져
상승세가 두드러진 항로에 대한 질문에서 2위를 차지했던 아시아-유럽 수출항로 운임은 TEU당 20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연초에 비해 소폭 떨어지긴 했으나 300~400달러에 불과했던 지난해 이맘때에 견줘 여전히 괄목할만한 수준이다.
원양항로의 이 같은 선전에 견줘 근해항로의 운임 수준에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근해항로의 운임수준이 ‘낮은 편이다’는 대답이 전체의 65%를 차지한 반면 ‘적정수준’이란 대답이나 ‘높은 편’이란 대답은 각각 26% 9%에 불과했다.
그간 선적상한제로 견고한 운임수준을 유지했던 한일항로의 경우 94%에 이르는 선적상한선을 모두 채우는 물동량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물동량 감소로 운임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중항로는 그간 시황을 이끌었던 레진 물동량의 약세로 운임회복을 노렸던 선사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동남아항로도 컨테이너 부족사태로 컨테이너불균형비(CIS)를 도입하는 등 운임회복에 안간힘이다.
‘근해항로에서 시황이 가장 안정적인 곳’으로는 선적상한제로 운임을 지키고 있는 한일항로가 꼽혔다. 전체 응답자의 60%가‘한일항로’를 선택했다.‘한중항로’와 ‘동남아항로’는 각각 20%의 응답자로부터 표를 얻었다.
대규모 내란 수준으로까지 치달은‘태국 반정부 시위가 동남아항로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엔 과반수가 넘는 응답자(57%)가 ‘영향이 미미’하다고 답했다.‘물동량이 감소’한다는 대답은 27% ‘선박운항 피해’를 꼽은 대답은 16%를 각각 차지했다.
또‘정기선 시장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현안’으로는 무엇보다 물동량 회복으로 지적됐다. 전체 응답자의 36%가 ‘물동량 회복’을 꼽았다. 이어 최근 해운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컨테이너장비 부족’이 25% ‘운임회복’이 20% ‘선복조정’이 19% 순이었다.
정기선 최우선 과제는 물동량 회복
‘최근 컨테이너장비 부족으로 도입된 CIS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팽팽한 가운데 긍정론쪽이 다소 우세했다. ‘바람직하다’가 46% ‘바람직하지 않다’가 43%였다. ‘도입 폭이 너무 높다’는 의견도 11%를 차지했다. 도입엔 긍정적이지만 그 수준을 현재의 컨테이너당 30달러보다 낮게 해줄 것을 바라는 의견인 셈이다. 현재 CIS는 5월부터 동남아항로와 한중항로에서 부과되고 있다. 동남아항로에선 적극적인 징수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한중항로에선 기대만큼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컨테이너 부족사태는 금융위기 여파의 후유증이다. 사상최악의 해운불황을 겪었던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신조 컨테이너는 2008년의 10분의 1 수준인 30만4천TEU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선사들이 비용절감과 환경보호를 위해 일제히 저속운항(슬로스티밍)에 나서면서 컨테이너장비 수요가 크게 높아진데다 물동량까지 늘어나면서 컨테이너부족이 표면화됐다. 컨테이너 부족난으로 20피트 컨테이너박스 생산가격은 지난해 1800달러대에서 최근 2400~250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중고 컨테이너 가격의 상승 폭은 최근 1350~1400달러로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50% 이상 치솟았다. 컨테이너 일일 임대가격은 지난해 0.4달러에서 올해 들어 0.9~1달러대로 2배 이상 올랐다.
시황회복에 대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인력채용 계획은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편인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인력채용에 대한 움직임이 어떤지’ 묻자 66%의 응답자가 ‘변화없다’고 말했다. ‘신규채용계획’이 있다는 대답은 29%에 머물렀다. 5%는 오히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해운산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많은 해운물류인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정부의 해운산업 구조조정 정책추진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기대에 못 미쳤다’는 대답이 전체 응답자의 61%를 차지했다. ‘해운산업 안정화에 크게 도움’됐다는 대답(14%)을 압도하는 셈이다. ‘전혀 도움 안됐다’는 대답도 25%를 차지했다. 86%의 응답자들이 정부의 이번 구조조정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항 이익공유제 도입 긍·부정 팽팽
한편 부산 북항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부산항만공사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이익공유제에 대해선 긍정과 부정이 엇갈렸다. ‘운영사간 경쟁 위축이 우려’된다는 응답이 37%인 반면 ‘시장안정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은 34%였다.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의견도 29%에 달했다. 정부의 정책 추진에 심도 있는 고민과 업계 의견 수렴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익공유제란 부두 선석당 적정하역능력 이상으로 컨테이너 물량을 유치하면 부두 운영사가 초과실적만큼 임대료를 추가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선석당 연간 40만~45만TEU일 경우 선석당 추가이익의 30%를 내고 70%만 부두운영사의 몫이 되는 식이다. 연간 45만~55만TEU일 경우 50%를, 55만TEU 이상일 땐 70%를 항만공사에 내놔야 한다. 정부와 부산항만공사는 현재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이 같은 내용의 부산항 활성화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환율하락이 국내 해운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수입 대비 수출물량 감소로 불리’하다는 의견(43%)이 우세한 가운데 ‘화주 경쟁력 제고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32%)도 다수를 차지했다. ‘수출 대비 수입물량 증가로 유리’하다는 의견은 25%에 그쳤다.
‘해상운임 인상에 대응해 국제물류주선업체들의 취급요율 인상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엔 많은 응답자들이‘해상운임에 비해 낮은 폭으로 인상’했다(53%)거나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32%)고 답해 선사들의 운임 인상이 포워딩 업계의 수익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으로 인상하고 있다’는 대답은 15%에 불과했다. 국제물류주선업계는 올해 1월부터 건당 1만9천원의 서류발급비 도입을 시작으로 4월 중순 유럽 수출항로 최저운임제(MGL), 미주항로 기본운임인상(GRI) 도입 등을 잇따라 실시했다. CBM당 유럽항로 MGL은 50달러 미주항로 GRI는 15달러다. 이 같은 운임인상 행보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여전히 선사들의 해상운임 인상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는 형편이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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