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2 14:16

기획/ 해운구조조정 개선안 어떻게 되나

구조조정기금 출자 비율 확대, 건조중 선박도 매입대상
상시 구조조정 체제 확립

●●● 최근 건화물선운임지수(BDI)가 3천포인트대를 넘어서면서 시황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2차 해운구조조정안을 내놔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선박펀드가 선박을 매입할 때 출자되는 구조조정기금 비율을 60%로 확대하고 건조 중인 선박도 매입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초점이다. 또 상시적인 선사 유동성 점검으로 해운업계의 ‘옥석가리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BDI 3600포인트 넘겨…4개월來 최고치

해상운임은 지난해 하반기 폭락한 이후 올해 하반기 들어서면서 다시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BDI는 지난해 12월 663포인트로 최저점을 찍은 뒤 최근 들어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살아나면서 회복세를 타고 있다. BDI는 지난달 22일 3001을 찍어, 지난 8월5일 3051포인트 이후 2개월 반만에 3천포인트대에 다시 진입했다. 특히 지난달 14일 이후 한달 가량 상승세를 타며 10일 현재 3615포인트로 올라섰다. 지난 7월2일 3672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4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중국 철강 가격이 수요증가로 40% 가량 급등한데다, 계절적인 영향으로 연료수송 수요가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 선박 수요도 9월 이후 크게 늘고 있다.

컨테이너용선료지수(HRCI)는 올해 상반기 이후 바닥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실제 시장운임은 아시아-유럽항로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1383포인트로 고점을 찍었던 HRCI는 이후 급락해 이달 초 333.6포인트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하지만 중국운임지수(CCFI)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6월 777로 최저점을 기록했던 CCFI는 성수기 효과에 힘입어 이달 초 970포인트까지 올라왔다. 5개월만에 200포인트 가량 상승한 것이다.

특히 부산항 기점의 유럽항로 운임은 연초 500달러대를 밑돌다가 하반기 이후 1500달러선을 뛰어넘었다.

일시적인 운임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선박공급 과잉 및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본격적인 해운경기 회복에는 3~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 선박량(12억1천만t)의 49%인 5억9천만t이 신조되고 있는데다 전체 컨테이너 선박량의 10% 가량인 130만TEU, 568척이 계선 중이다.

게다가 세계경제가 각국의 부양책에 힘입어 다소 회복되고 있다고 하나 과잉 선복은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른바 해운호황기로 불렸던 6년 동안 대량 발주된 선박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특히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신조선 발주량이 집중하면서 향후 2~3년간 선박투입은 크게 늘 전망이다. 이 기간 발주량은 호황기 동안 발주됐던 선박량의 60%를 차지한다. 클락슨은 막대한 신조선이 쏟아지면서 내년 전체 선박량은 15억t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비례해 운임폭락에 따를 해체와 발주취소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해체된 컨테이너선은 전체의 2%인 29만9천TEU, 해체 벌크선은 1%인 1250만t이었다. 해체량과 신조발주량 취소에 따라 공급과잉 상황은 소폭 완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선사들 적자폭 확대, 유동성확보에 ‘발동동’

올해 상반기까지 20%에 가까운 감소세를 보였던 해상물동량은 하반기 들어 감소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미국 등의 경제지표 개선과 소비재 재고 감소로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나 실제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벌크 물동량도 중국 등의 부양책으로 5월 이후 다소 회복되고 있긴 하나 수요가 중국에 편중돼 있다는 점은 대세상승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상반기 운임수입 급감으로 국내외 주요선사들의 유동성은 크게 악화된 상태다. 국내 대형선사들은 회사채 발행, 선박매각 등을 통한 자금 확보로 당장의 위기를 대처하고 있으나, 현재의 불황이 이어질 경우 내년 이후 자금사정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상반기 상장 해운사 8곳의 영업이익율은 12.1% 감소했으며, 영업적자폭은 1조2496억원에 달했다.

자금확보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부 중소선사들의 경우 호황기에 투자한 선박으로 유동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외항해운선사 180여곳 중 22곳이 폐업했으며 4곳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외국 선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회사채 발행, 선박·주식매각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힘을 다하고 있으며, 일부 선사의 경우 정부의 긴급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세계 6위 컨테이너선사인 독일 하파그로이드가 12억유로(약 2조원) 규모의 대출 지급보증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았으며 3위 정기선사인 프랑스 CMA-CGM은 15억달러 규모의 대출보증을 놓고 정부와 채권단간 협의 중이다.

또 중국 코스코와 차이나쉬핑은 공상은행, 인민은행 등 국책은행들과 대규모 신용한도 설정 등 금융지원에 합의했다.

구조조정 기금 20%밖에 집행 안돼

정부는 지난 4월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이행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안 발표 이후 1조원의 정부 구조조정 기금을 포함해 총 4조원의 선박펀드가 조성됐다. 하지만 반년 가량이 흘렀음에도 기금 집행 수준은 20%를 못 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난 7월 총 4800억원 규모의 선박 17척 매입을 성사시킨 뒤 매입 실적은 전무하다. 당시 매입자금은 구조조정기금 1900억원(40%)과 금융기관 대출 1천억원(20%), 해운사 이행보증(seller's credit) 1900억원(40%)으로 구성됐다.

기금운용 부진은 해운불황으로 선박금융이 위축된 데다 중소 선사들 참여가 저조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소선사들은 선박매입가격이 클락슨이나 펀리 등 해외 6개 전문평가기관이 제시하는 시장가격에 따르는 것이어서 선박을 판다해도 유동성 지원효과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선박 가격이 지난해 최고 수준과 비교해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선박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으로는 해운 호황 당시의 높은 선박인수대금을 지불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1차로 매입한 17척은 한진해운 16척, 현대상선 1척 등 대형선사 선박 위주였다.

구조조정기금 출자한도를 40%로 제한한 선박펀드 특성도 기금 조성규모에 비해 이행실적이 저조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선박 매입 대금은 금융회사가 20%, 구조조정기금이 40%를 지원하고 나머지 40%는 5년 뒤 선박을 되사는 해운사가 이행보증금을 내는 형태로 이뤄진다.

또 용·대선 관련 상사채권 조정의 어려움 등으로 채권단이 중심이 돼 워크아웃의 방법으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구조조정 방식에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정부는 지난 4~6월 해운사 9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차례 신용위험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 10개사를 확정해 후속조치를 진행 중이다. 대상 선사는 C등급 3곳과 D등급 7곳이다. 정리업체로 선정된 해운사(D등급)가 워크아웃 대상(C등급)을 웃도는 실정이다. C등급을 받은 2개사는 경영정상화계획(MOU)을 확정해 워크아웃을 추진 중이며 C등급 1곳과 D등급 7곳은 경매 등 채권회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선박펀드 활용도 제고에 ‘방점’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선박펀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처방을 내놨다. 선순위 금융의 확보가 제한적일 경우 구조조정기금을 최대 60%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탄력성을 부여하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선박펀드 매입대상도 운항중인 선박에서 건조중인 선박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공정이 상당히 진행된 선박에 대해 지원을 약정한 뒤 선박 인도 후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해운·조선산업의 상생을 도모하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도 건조 중인 선박을 대상으로 1조원 안팎의 자금을 대출하는 방식으로 선박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말까지 건조중인 선박 2척에 대해 1700억원을 지원했다.

정부 관계자는“자금지원 실적에 따라 필요할 경우 구조조정 선박매입을 위한 구조조정기금 한도를 1조원보다 확대하는 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채권금융기관들의 선박펀드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선가하락으로 금융권에서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있으나, 담보여력이 위축된 선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괄목할만한 선박금융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선박금융이 위축된 상황이어서 금융기관이 (선박매입펀드에) 참여하기를 꺼리고 있는 점도 선박매입이 부진한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업체별 유동성 점검을 강호하고 기업규모별 특수성 등을 감안해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유동성 우려가 있는 일부 대형업체는 재무구조개선약정 등을 통해 자율적 구조조정과 자금확보를 유도토록 할 방침이다. 자구 구조조정엔 계열사 정리, 유상증자, 선박매각 등이 포함된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으나 회생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중소해운사에 대해선 금융권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유동성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등을 활용해 구조조정과 지원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상반기 창명해운이 패스트트랙을 이용해 신조선 건조와 용선거래로 발생한 자금난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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