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0 13:50
동유럽 경제, 연쇄부도설 일단락 후 안정 국면에 들어서
여전히 경기회복 제약하는 리스크 존재
삼성경제연구소는 18일 보고서를 통해 동유럽 경제상황을 진단하며 동유럽의 금융시장이 연쇄부도설이 일단락된 후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제2차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던 동유럽 연쇄부도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과 함께 진정 기미가 보이고 있다. 동유럽 연쇄부도설이 심화되던 시점에 비해 동유럽 국가들의 통화가치와 주가는 상승하고 CDS프리미엄은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상당수 동유럽 국가의 금융지표들이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전 수준까지 안정됐다. 최근에는 호전된 몇몇 경기지표에 근거해 낙관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헝가리는 10억 유로 규모의 5년 만기 유로화 채권 발행에 성공했고, 폴란드는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상승하며 최근 1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슬로바키아의 경우 소비자기대심리지수가 상승하고 산업생산지수와 건설업 감소세가 둔화됐다.
반면 실물부문에서의 침체는 심화됐다. 외환 및 주식 시장의 회복세와 달리 실물경기는 부진을 지속하고 있으며 침체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동유럽의 경제성장률은 -6.6%포인트, 남미-6.0%포인트, 아시아 -5.5%포인트, 아프리카-4.5%포인트, 중동-2.1%포인트 하락했다. 동유럽 지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가장 급격히 하락한 신흥국 그룹으로 분류됐다.
경제성장률과 산업생산지수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실업률이 급등하는 등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4분기 경제성장률과 산업생산지수도 1/4분기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으며, 특히 발틱 3국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동유럽 10개국의 실업률(단순평균치)도 최근 6개월간 7.4%에서 11.0%로 급등했다.
하지만 동유럽 경제는 여전히 글로벌 경기회복을 제약하는 리스크 요인을 갖고 있다.
동유럽 금융시장의 안정은 IMF, EBRD 등 국제기구와 EU의 적극적인 구제금융에 기인하지만, 실물경기 침체와 디레버리징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힘들어 금융시장 안정을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거시경제 기초가 취약한 몇몇 국가들의 디폴트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자국 통화가치가 취약한 대부분의 비유로존 국가들은 외부상황에 영향을 받으며 지속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다. 서유럽의 지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비EU 국가들로부터 EU 전역으로 금융 불안이 전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동유럽 금융위기가 전이되는 경로를 파악하는 것은 글로벌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세계 경기회복 여부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해외자본 이탈의 심화와 금융기관의 채무불이행의 증가로 직접 전이될 수 있다. 서유럽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심화되고, 금융부문의 지나친 대외의존도, 고정환율제 하에서 환율 상승압력의 증가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실물경기 침체가 금융부문에 타격을 받아 간접 전이 될 수 있다. 수출 감소, 소비 급감, 실업률 증가, 재정적자 확대 등이 기업 및 가계의 손실과 부도로 이어져 금융부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유럽은 금융부문의 취약성이 지속되고 있어, 충격여파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해외차입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보존해오던 금융구조는 위기 이후에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상당수 국가의 대외채무 비중이 GDP대비 50%를 상회하고, 동유럽 내 외국은행 비율은 80%이상이며, 에스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등에는 90%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금융구조하에서 지난해 2542억 달러였던 해외자금 유입이 올해 302억 달러로 급감한 것은 자금조달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외화대출 비율이 높은 가운데 환율 상승압력에 놓여 있는 국가들의 디폴트 위험도 가중되고 있다. 전체 대출에서 외화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라트비아는 86.3%, 에스토니아는 80.0%, 헝가리는 57.1%로 전반적으로 매우 높다. 반면 외화대출 비율이 낮은 체코 2.9%나 폴란드 23.6%는 환율상승 압력이 가중된다 하더라도 부채 상환부담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고정환율제도아래서 환율 상승압력까지 받고 있는 국가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금융위기 이후 급감했으며 수출을 진작시키기 위해 환율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환율을 인상할 경우 외채 상환부담이 커져 기업들의 디폴트 선언이 증가하고, 서유럽 은행들의 손실이 불가피해 EU경제에 충격이 예상된다.
실물경기 침체의 장기화도 금융부문을 위협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았던 상황에서 수출 감소는 경제성장률의 급락으로 연결된다. 실물부문에서 대외의존적인 경제구조로 인해 외부충격에 취약하다. 동유럽의 GDP 대비 상품수출 비중(단순평균치)은 약 51%로 중국은 33.8%, 유로존은 33.8%, 미국 8.5%보다 훨씬 높다. 반면 내수시장이 견실한 폴란드만이 민간소비 증가에 힘입어 동유럽 10개국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침체로 인해 2009년 1/4분기 동유럽 국가들의 수출은 16.6%가 감소했다. 대부분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대독일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독일의 2/4분기 경제성장률(전년동기 대비)은 유로존 평균보다 낮은 -5.9%를 기록했다. 발틱 3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러시아의 2/4분기 경제성장률은 -10.9%이다.
2009년에도 수출은 소비, 투자, 정부지출과 비교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하면서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실물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가계와 기업의 파산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민간부문 신용공여 비율이 높은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 발틱 3국 기업들의 파산 증가는 최근 스웨덴 은행인 SEB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져 올 2/4분기에 약 2,471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물경기 침체로 인해 은행의 부실채무가 전반적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의 부실채무는 1년간 2배 증가했다. 루마니아의 상업은행들은 대출의 8%이상에 대해 이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정적자 확대는 금융과 실물 부문 동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난해 상당수 국가들이 EU의 가이드라인인 재정적자 3%(GDP대비)를 초과했다. 향후 세입 감소와 세출 증가로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해 2009년에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3% 이상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재정적자의 확대는 정부의 여력 부족으로 민간소비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신용등급 하향조정 등을 통해 금융부문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 신용등급의 강등은 해외자본 유입 감소와 자본이탈의 증가를 야기할 수 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제기구, 서유럽 정부 및 금융기관들은 동유럽 지역의 연쇄부도 방지를 위한 의지와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했다. 동유럽 금융시장의 정상화에는 총 4,500억 달러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제기구를 통한 재정 지원이 가능하다. 비교적 리스크 요인이 높은 국가들에 대한 전체 서유럽의 대외채권 비율이 높지 않아 위기 발생 시 충격여파가 제한적이다.
서유럽 은행들이 동유럽 내 자회사에 대출을 지속하는 한 동유럽의 금융위기는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동유럽 리스크 요인들은 세계 및 한국의 경기 회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의 경제상황이 연쇄부도로 발전하지 않더라도 리스크 요인들로 인해 서유럽 및 세계의 경기회복은 제약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삼성경제연구소는 동유럽 시장에서 당분간 보수적인 사업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별 또는 국별 경제상황이 상이함을 고려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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