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복부족 현상도…동안은 그다지 커다란 호재 없이 약세 지속
올5월부터 시황 상승세를 타기 시작, 6~8월 운송수요 대비 선복부족현상 발생으로 3개월 동안 PSS를 포함한 총 900달러의 운임 인상을 성공시킨 바 있는 중남미항로의 12월 현재 운임 수준은 대략 보합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선사별로 조금씩 하향세를 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특히 남미 서안의 경우 수 개월 간 상승 국면을 나타내던 운임은 11월 중순 이후 어느 정도 추세가 한 풀 꺾인 분위기다. 한편 전통적으로 서안에 비해 운임 약세를 보여 온 동안항로는 지난 10월 TEU당 150달러의 GRI(운임인상)을 단행한 이후 그다지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들어 선사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에 들어간 분위기다. 이는 시기적으로 볼 때 계절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극동지역에서 운임 수준을 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든든한 역할을 해 온 중국발 물동량이 최근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함에 따라 일부 선사들이 한국 선복 전배를 시도해 소석률을 높이고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 수준으로 영업을 할 수 밖에 없어 수익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 지역에서는 선사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 최근 일부 거대 선사가 대형 자사선 투입 등 낮은 원가를 이용한 차별화된 저운임 전략을 통해 공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크지 않은 선사들은 기존의 시장점유율마저 잠식당하고 있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전반적인 중남미지역 물동량은 동.서안 공히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그다지 늘어난 것이 없다는 것이 선사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즉 지난 5월 이후 나타난 시황 호조세는 물동량 증가 자체보다는 선사들의 선복 배정 정책 등 경영상의 성과 쪽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서안의 경우 취항선사들은 지난 여름부터 적용해 온 PSS(성수기할증료)를 명목상으로 내년 2월까지 유지하기로 방침을 굳힌 바 있으나, 이번 달 TEU당 300달러(FEU당 600달러)의 GRI를 단행함에 따라,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서안지역 국가들에서 PSS는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다름 없게 됐다. 항로 소석률은 선사마다 차이가 존재하지만 평균적으로 동안의 경우 70~90%, 성수기에 만적에 가까운 추세를 지속했던 서안의 경우 아직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BAF(유류할증료)는 12월 기준 동안 297달러(TEU당), 서안은 486달러 선이다. BAF는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장기적 동·서안 중남미항로 전망 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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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수드 영업본부 영업1팀의 최기순 계장, 박대희 계장, 강택연 대리. (좌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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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중남미 항로 영업을 담당하는 선사 관계자들 중에는 여타 항로에 비해 젊은 인력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 그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가 함부르크 수드(동신선박). 지구 반대편의 나라들을 상대로 이 곳에서 활발히 근무 중인 젊고 패기 넘치는 일선 영업 담당자 3인을 만날 수 있었다. 영업본부 영업 1팀의 강택연 과장대리, 박대희 계장, 최기순 계장 등이 바로 그들.
이들은 11월 이후 아시아~남미 동-서안간 항로에서의 운임, 특히 동안 지역에서 최근 계절적 요인에 따른 중국발 물량의 감소세로 업계 전반에 걸쳐 운임이 약보합세 또는 어느 정도 빠지고 있는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한편 5월 이후 선복량 증가 대비 물동량이 증가해 선복이 어느 정도 타이트해진 데 힘입어 시황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자사의 올해 취급 물동량도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12월 현재로 볼 때는 시황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지만 1년 전체로 볼 때는 올해 중국발 물량이 엄청나게 증가했으며 우리나라도 중국의 성장세보다는 덜하지만 어느 정도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말한다. 이들은 올해 남미 서안 항로에 있어서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이사항으로 서안 지역에의 GRI 및 PSS가 완전한 성공을 거둔 일을 들었다. 특히 지난 6월부터 8월까지의 서안지역의 3개월 연속 PSS를 포함한 운임 인상이 이뤄지면서 많은 화주들이 애를 먹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또한 한-칠레 FTA 시행 이후 부가가치가 높은 공산품들이 대거 칠레지역으로 선적-운송되고 각종 산업용 원자재들이 수입됨으로써 우리나라의 운송량도 어느 정도 증가하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강 대리는 “예전에는 이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하주들과 운임 인상 시즌에 맞춰 네고(운임협상)를 많이 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시장 수급상황이 급변하면서 하주들이 예년보다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의 항로 전망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들은 “워낙 많은 변수가 존재해서 업계의 베테랑들도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항로 전망인데,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지 않은 우리가 한 마디로 답변하기는 더더욱 힘들지 않겠느냐”면서도 “올해 물동량이 예상보다 증가해 운임이 크게 오를 수 있었던 것처럼 내년에도 현재의 시황 유지 내지는 상승세를 탈 가능성도 높다”며 이러한 분석 요인으로 브라질, 칠레, 멕시코 등의 경제 활동 및 규모가 점차 활성화하는 추세를 간과할 수 없음을 예로 들며, 최근 중남미 지역에서 북미 지역으로 원자재 및 가공품들이 대거 이동하는 등 이 지역 경제가 확대·발전의 기조를 나타내고 있음이 포착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동.서안에 전역에 걸쳐 항로 시황은 밝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의 뒤편에는 아직까지도 중·남미지역 곳곳에서 열악한 항만시스템에 따른 선박 지체현상, 까다로운 수출입 절차에 의한 원활하지 못한 화물 운송 등의 문제점 등이 산적하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여느 선사들 못지 않게 활발한 영업활동을 통해 운송계약을 이뤄 내고 있는 이들은 “남미 항로, 특히 동안 지역의 경우 예전에는 운임에 관해 하주들과의 관계가 그리 민감하지는 않았었는데 요즘은 50~100달러를 놓고도 서로 민감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며 “환율.유가 등이 높아 하주들도 여느 때 이상으로 힘든 시기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는 간다”라고 심경을 표했다. 그러면서 “상당히 끈끈했던 선-하주간의 유대관계가 최근 들어 약간 엉성해진 것 같아 아쉬운 생각도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업무상의 보람을 묻는 질문에 대해 한 목소리로 “어느 것보다도 수출 3,000억불 달성에 미천하나마 일익을 담당했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크게 웃으면서“내년에는 3,500억불 고지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외국계 선사의 대리점 역할을 수행하면도 ‘경상도 싸나이’인 이들의 몸 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최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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