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04-08 15:51
[ Business Logistics Part 독자에게 묻습니다 ]
“센터장님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본지는 작년 10월호부터 S물류센터라는 가상공간을 설정하여 물류를 재미
있게 접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배경은 90년. 서울에 위치한 S물류센
터. 정몽준 센터장과 하일성대리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
다.
실질적인 업무를 하고 있는 물류인들의 많은 조언을 바라며 재미있게 읽으
면서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후∼”
땅이 꺼져라 내쉬는 숨소리에 스스로 더욱 풀이 죽는 느낌이었다.
한두번 겪어보는 일이 아닌데도 도대체 절망감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봐도 하자가 없어 보이건만 현장에만 적용하면 맥
을 못추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정말 빼도박도 못한다는 말이 딱 맞았다.
물론 처음에 시작할때부터 힘들 것이라는 것을 모른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몽준 센터장은 가끔씩 혼자 있는 시간에 ‘내 무덤 내가 팠군’
하며 가슴을 치는 적이 많았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정몽준 센터장 혼자 이리저리 뛰어서 해결날 문제가
아니었기에 심적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신을 믿고 따라오고 있는 하일성 대리를 비롯한 물류부원들.
또한 정몽준 센터장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뒷감당을 지고 있는 유재성
이사.
솔직히 그랬다.
유재성 이사가‘왜이리 사업진척이 더디냐’고 닥달을 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차라리 그만둬버릴까’
하루에 골백번도 더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직원들이 더 야단이었다.
여기에서 그만둘 수는 없다고, 우리가 고생한 것을 다 물거품으로 만들 수
는 없다고 아우성인 직원들 앞에서 그런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김우진씨, 우리 물류부서에서 살아남으려면 3계명을 꼭 지켜야 되는데
그게 뭔지 알아?
첫째, 저녁은 100% 회사에서 먹을 각오를 한다.
두번째, 가족과 애인은 일찌감치 포기한다.
세번째, 야근작업과 철야작업에 대비해 체력단련은 미리미리 해둔다.
어때, 지킬 수 있겠어?”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을 앞에 두고 직원들이 하는 농담을 듣고 정
몽준 센터장은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처음부터 얼굴이 이랬는지 알아?
나도 입사 초기에는 이래뵈도 얼굴이 보송보송 했다구.
다 야근하면서 먹은 짜장면이나 단무지 때문에 얼굴들이 이모양으로 꺼멓
거나 누렇게 뜬거야`.
우리가 퇴근하면서 이사님이나 센터장님께 뭐라고 하는지는 알지?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구.
잘 알아둬.
당신도 멀지 않았으니까.”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신입사원 놀려먹는 재미가 쏠쏠한지 정몽준 센터장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그당시 그말을 듣는 정몽준 센터장은 심정은 침통
그 자체였다.
‘내가 직원들한테 정말 못 할일을 시켰구나’
딱 그 마음이었다.
물류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시작한 지 어언 4개월.
자사의 현실에 맞는 물류시스템을 하나에서 열까지 스스로 개발한다는 것
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시쳇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나 할까.
대부분 앞서 물류시스템을 도입한 회사들을 살펴보면 많은 업체들이 외국
에서 도입한 시스템을 그대로 ‘까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원래의 회사시스템과 맞지 않아 많은 고생들을 한다는 것이 업체
실무 담당자들끼리의 사석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하지만 투자비용도 비용이고 회사의 이미지도 있고 하니 벙어리 냉가슴 앓
듯 말은 못하고 앵무새처럼 ‘잘 되고 있다’는 말들만 되풀이할 수 밖에.
한편으로 정보시스템이 약간씩 어긋나는 것과는 별도로 정몽준 센터장의
속을 뒤집어 놓는 것은 현장 작업자들이었다.
그나마 물류정보시스템의 경우 조금조금씩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고 워낙
직원들 자체가 열심이기에 요즘에는 쬐금이나마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물류정보시스템을 짜 놓으면 무엇 하느냔 말이다.
현장 작업자들이 그대로 따라주지를 않는다면 아무 소용도 없는데…
그나마 정몽준 센터장의 경우 현장근무에서부터 올라온 사람이기에 현장작
업자들이 조금은‘쳐 주는’축에 속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하일성 대리나 유재성 이사의 말은 조금씩 무시하는 경
향이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같은 일을 해본 사람들끼리 서로를 인정해주는 그들 세계의
의리인지도 몰랐다.
사실 정몽준 센터장의 경우 기존의 S창고라는 이름으로 있었을 때 몸 아끼
지 않고 짐짝도 실어나르는 소위 ‘까대기’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장작업자들도 예전만큼 그런 작업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
건만 그래도 해본 사람과 안해본 사람에 대한 태도는 영 달랐다.
마치 ‘니가 뭘 알아’하는 식으로 말이다.
꼭 어려운 물류시스템을 꼬집어 얘기하지 않더라도 물건이 조금 꺼내기 어
려운 구석에 박혀 있는 경우 그 물건은 영영 그 자리에서 나오지 않기 일
쑤였다.
근처의 꺼내기 좋은 적당한 자리에서 물건을 꺼내 출고시켜 놓으면 당장의
배송은 제대로 이루어지니까 별 문제 없이 넘어가지만 그 이후에는 정보시
스템이 엉키고 설켜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제대로 있을 자리에 물건이 있고 지시받은 대로 물건을 집어넣거나 꺼내야
만 물류정보시스템 구축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데, 현재는 시스템 자체도
불안정한데다가 현장작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이와 함께 물류센터에 드나드는 차량들의 동선이나 작업자들의 작업동선,
반품되는 물건들을 위한 공간적인 문제 등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들도 같이 생각해봐야 했다.
“센터장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하게 하세요?
불러도 전혀 모르시던데요.”
요즘 4개월간의 물류정보시스템 구축사업 기간동안 야근를 밥 먹듯이 해서
인지 하일성 대리의 얼굴은 핼쓱했다.
“나야 뻔하지 않나.
자네, 얼굴이 말이 아니군.”
이제는 서로 말로 하지 않아도 의사전달이 될 정도로 가까워진 그들이었
다.
“고생하는거야 다 마찬가지인데요, 뭘.
그래도 처음에는 ‘이걸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더 많았는데 지
금은 ‘되겠구나’하는 느낌이 종종 들어요.
그런 맛에 일하는거죠, 뭐.
참, 센터장님.
현장 작업자들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좀 가졌으면 좋겠는데요.
그래도 처음보다는 덜하지만 아무래도 문제가 많은 것 같아서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해서요.”
뭐라고 긴 설명은 없었지만 정몽준 센터장은 하일성 대리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독자에게 묻습니다
S물류센터가 물류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어려움이야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많지요.
자사의 현장 실무에 맞는 물류정보시스템의 구축을 위해서는 어떤 일들이
이루어져야만 할까요?
또한 아무리 훌륭한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놓더라도 현장의 작업자들이 그
대로 따르지 않으면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일 것은 뻔하죠.
이런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독자의 현명한 조언을 기다리겠습니다.
유민정 기자앞으로 보내주십시오.
Tel: 733-0040(교환: 423)
Fax: 737-3771/732-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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