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29 09:17
PART 2.인터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황승진 교수
‘시장에서 작은 변화를 보이는 소비자의 수요가 소매점, 도매점, 생산자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수요 변동폭이 증폭되어 마치 채찍처럼 손잡이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변동 곡선이 커진다. 이 같은 수요 정보의 왜곡 현상은 재고 증가, 서비스 수준 저하 등의 문제점을 발생시키게 된다.’
이 이론은 지난 1997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황 승진 교수가 동료 교수 2명과 함께 발표한 논문 ‘채찍효과(Bullwhip effect)로, 공급망(Supply Chain)에서의 정보 왜곡 현상을 다루고 있다.
올 연말 황교수의 ‘채찍이론’은 美 경영과학학회지로부터 지난 50년간 발표된 경영과학 논문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10편 중 하나로 선정되어 학회지 탄생 50주년 기념 책자에 수록될 예정이다. 본지는 이에 SCM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황 승진 교수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SCM의 전세계적인 발전 동향, 향후 전망, 한국 시장에서의 적용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물류와 경영: 지난 10월 초 모 기업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들었던 교수님의 기조강의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상당히 단순 명쾌하게 SCM을 정리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류와 경영’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SCM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Supply Chain은 (원료) 공급업자, 제조업자, 유통업자, 소매업자, 그 외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업자들간에 형성된 네트워크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부분의 공급망은 다수의 회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SCM은 분석의 기본 단위가 하나의 ‘회사’에서 ‘공급망’으로 옮겨진 것을 의미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즉, 공급망을 최적화시켜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류와 경영: SCM이 처음 소개된 것이 1990년대 초로 듣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SCM과 관련된 세미나가 꾸준히 열리고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 이것의 흡입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SCM의 어떠한 면이 사람들을 이처럼 끌어 모은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SCM은 경영기법의 자연스런 확장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80년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제조나 운영 부분은 보다 나은 혁신을 위한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시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한 회사 내에 있던 최적화를 위한 대부분의 도구들이 이미 바닥을 드러내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최적화나 발전의 경계들이 자연스럽게 회사 벽을 뛰어 넘어 공급망 속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게다가, 인터넷과 같은 정보기술이 공급 측면에서, 전지구적인 공급망을 조율하는 세계화 현상은 수요 측면에서 SCM의 빠른 확장을 도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날에도 모든 회사가 SCM을 100% 이용하여 이익을 내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또한 RFID같은 새로운 기술이나 revenue management 같은 새로운 개념들이 SCM 안으로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SCM은 개념 자체가 상당히 보편적인 패러다임이라 상당히 오랜 기간 존속할 것으로 예견됩니다. 비록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재 누리고 있는 인기 자체는 많이 줄어들겠지만 말이지요.”
물류와 경영: 기업이 SCM을 자사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합니까? 국내에서는 하나의 붐처럼 SCM을 도입했다 실패한 경우도 많이 있는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SCM에 대한 잘못된 생각 중 하나가, ‘IT만이 SCM을 이룰 수 있는 단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IT가 SCM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SCM에는 IT 외에도 중요한 많은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품 디자인, 프로세스 재구축, 파트너와의 공급망 통합, 공급네트워크 디자인, 세계화,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산물 등이 SCM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 이지요. 기업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들 요소들을 개발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일례로, HP는 네트워크 프린터를 재디자인해서 수 억 달러를 절약했습니다. 월-마트는 VMI(재고관리시스템)같은 일련의 혁신을 도입해서 상품공급과 저장·운송 (예를 들면 크로스도킹시스템) 등을 시행하였습니다. HP에서 분사한 애질런트는 미래지향적인 재정 도구를 적절하게 활용해서 발생 가능한 부족 분을 공급자들로부터 비축해 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들에서 볼 수 있듯이 IT는 다른 활동들에 대한 이차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입니다. 아마 많은 실패 사례들은 어떤 IT 시스템을 잘못 활용한 결과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마땅히 해야만 할 일은 하라는 것입니다. 즉, SCM 내에 있는 서로 다른 옵션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직접 관리 통솔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외부적인 힘이나 기술에 끌려 가서는 안됩니다.”
물류와 경영: 앞의 질문과 유사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SCM 구축에 있어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또한 SCM 도입후 기업이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과 관련해서는 시스템 실행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에 아주 일반적인 실패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기를 시스템 실행 측면에는 세 가지 실패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기술적인 실패, △ 사람들이 원하긴 했지만 사용하지 않는 제도적인 실패, △ 사람들이 사용은 하지만 ROI(투자대비효과)가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재정적인 실패 등입니다.
이러한 분류로부터 실행적 측면의 유용한 교훈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우선 기술적인 위험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회사들은 빅뱅(Big Bang)과 같은 폭발적인 접근보다는 조심스러운 순차적 실행 전략을 선택합니다. 한 예로 HP의 한 간부는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는 팀의 요구 사항이 있으면 우선 일년을 견디는데 필요한 적은 액수의 돈을 지급할 것이다. 만약 그 팀이 일 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라는 전략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그 팀은 우선 전체적인 계획을 짜서 실행 부분을 좀더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 일 년 안에 가시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그 팀이 (팀을 위한) 학습과 (상관을 위한) 가시성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프로젝트를 기안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기술적인 실패 기회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제도적인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첫 단계부터 사용자들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 제도적인 실패를 낳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재정적인 성공을 이루기 위해 사전에 ROI 조사를 해야 합니다. 분명 그 예측이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기본 토대는 제공할 것입니다. 동시에,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를 개발해서 실행 실적을 계속 내고, 사전에 세워진 계획과 벤더들·내부 관리자·컨설턴트 등과 세운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실행중인 프로젝트와 꼼꼼하게 비교해서 점검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투자 점검과 균형을 잡기 위해 피드백 루프(feed back loop)를 만들어 내는 기본 생각입니다. 또한 다른 유사 경험이나 시스템을 소유하고 있는 사이트를 방문해서 다양한 성공이나 실패 사례를 찾아 공부해야 합니다.”
물류와 경영: 미국 내에서 요즘 SCM과 관련, 가장 떠오르고 있는 단어나 분야가 있으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또한 미국의 트렌드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요?
“하나의 트렌드로서, 공급망이 좀더 ‘실시간(real-time)으로 통제되는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약 10년 전 ERP 프로그램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실행되곤 했습니다. 즉, 그 당시 공장들은 길게는 한 달 전에 만들어진 계획에 따라 운영되곤 했지요. 근래 들어서는 많은 공장들이 매주 또는 매일 ERP를 실행합니다. 이제는 시장 상황이 실시간으로 그대로 계획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개념이 ‘Real-Time Enterprise’나 ‘Sense and Respond’나 ‘DDSN (Demand-Driven Supply Network)’ 등 서로 다른 이름으로 시장에 통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실례는 일본 세븐일레븐 (Seven Eleven Japan, SEJ)나 시스코(CISCO), 하라스 카지노(Harrah’s Casino) 등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또 다른 트렌드로 ‘revenue management’ 또는 ‘dynamic pricing’ 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즉, 이 개념은 회사가 가격을 통제하는 개념으로 SCM내 마지막 통제 변수입니다. 일례로 제가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Demandtec같은 회사들은 핫도그 같은 소매 상품의 가격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들은 가격 변동이 핫도그 수요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햄과 같은 경쟁 상품이나 빵 같은 대체 상품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매장 인지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꼼꼼하게 조사합니다.
ProfitLogic 같은 그룹은 가격 할인(mark-down pricing)을 관리하도록 돕습니다. 즉 패션 상품의 성수기가 끝날 즈음이면 적당한 시기에 적정 수준으로 가격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revenue management’의 기원은 유나이티드나 아메리칸 같은 항공회사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들 항공회사에서는 매니저들이 비행기표 가격을 재고량이나 기상 상태, 경쟁회사 동향 등에 따라 일정한 수준에서 조정하곤 했습니다. 전통적으로, 가격이 자주 바뀌는 역동적인 가격 체제는 탐욕스럽다거나 비윤리적으로 비춰지곤 해서 회사들이 그걸 외면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IT를 이용해서 전체 실적을 개선시키려는 유혹은 피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revenue management를 SCM 범위 밖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SCM과 revenue management사이 기본적인 계통 분류법 상 많은 공통 요소들이 들어 있고, revenue management는 제조업자가 소매업자에게 할인가격을 제시하는 것처럼 공급망을 통해 발생하기도 해 revenue management를 SCM 속으로 넣는 것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하나의 트렌드로서, 공급망이 좀더 ‘실시간(real-time)으로 통제되는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약 10년 전 ERP 프로그램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실행되곤 했습니다. 즉, 그 당시 공장들은 길게는 한 달 전에 만들어진 계획에 따라 운영되곤 했지요. 근래 들어서는 많은 공장들이 매주 또는 매일 ERP를 실행합니다. 이제는 시장 상황이 실시간으로 그대로 계획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개념이 ‘Real-Time Enterprise’나 ‘Sense and Respond’나 ‘DDSN (Demand-Driven Supply Network)’ 등 서로 다른 이름으로 시장에 통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실례는 일본 세븐일레븐 (Seven Eleven Japan, SEJ)나 시스코(CISCO), 하라스 카지노(Harrah’s Casino) 등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또 다른 트렌드로 ‘revenue management’ 또는 ‘dynamic pricing’ 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즉, 이 개념은 회사가 가격을 통제하는 개념으로 SCM내 마지막 통제 변수입니다. 일례로 제가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Demandtec같은 회사들은 핫도그 같은 소매 상품의 가격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들은 가격 변동이 핫도그 수요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햄과 같은 경쟁 상품이나 빵 같은 대체 상품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매장 인지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꼼꼼하게 조사합니다.
ProfitLogic 같은 그룹은 가격 할인(mark-down pricing)을 관리하도록 돕습니다. 즉 패션 상품의 성수기가 끝날 즈음이면 적당한 시기에 적정 수준으로 가격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revenue management’의 기원은 유나이티드나 아메리칸 같은 항공회사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들 항공회사에서는 매니저들이 비행기표 가격을 재고량이나 기상 상태, 경쟁회사 동향 등에 따라 일정한 수준에서 조정하곤 했습니다. 전통적으로, 가격이 자주 바뀌는 역동적인 가격 체제는 탐욕스럽다거나 비윤리적으로 비춰지곤 해서 회사들이 그걸 외면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IT를 이용해서 전체 실적을 개선시키려는 유혹은 피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revenue management를 SCM 범위 밖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SCM과 revenue management사이 기본적인 계통 분류법 상 많은 공통 요소들이 들어 있고, revenue management는 제조업자가 소매업자에게 할인가격을 제시하는 것처럼 공급망을 통해 발생하기도 해 revenue management를 SCM 속으로 넣는 것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물류와 경영: SCM의 최종 형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렇게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앞에서 제조업자와 공급업자들이 시장 신호에 즉각 대응하는 Demand-Driven Supply Network(DDSN)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이러한 방법은 팔리지 않는 잉여 재고 나 재고 부족 문제를 피해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DDSN은 대량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과 함께 자동차업계를 비롯한 많은 산업계에서 ‘꿈의 해결책’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기업은 IT나 인적자원 운영, 제품디자인, 제휴관계 등등에서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도요타와 델컴퓨터가 이러한 개념에 가장 근접하고 있다고 봅니다.”
물류와 경영: 외부에서 보시는 한국의 SCM은 어느 단계인지요?
“한국은 IT강국으로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은 광대역통신망, 휴대폰, 온라인게임 등에서는 IT 최전선에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이들 대부분은 소비자IT로, 기업 IT나 SCM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실적을 냈던 예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깔려 있는 소비자 IT 인프라 위에 기업 IT나 SCM 분야의 기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 인터넷상에서 B2C에서 B2B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기업 IT는 국가의 경제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기업 IT의 공급망 부분은 소비자 IT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기업 IT는 매우 복잡해서 다른 프로세스에 있는 변화들과 혼용해서 사용해야 원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합니다.”
물류와 경영: 새로운 유통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RFID가 미국에서는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요?
“RFID는 지금까지 복합적인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이 차세대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은 허풍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미국 회사들 대다수는 이 둘의 중간쯤에 있는 것 같습니다. 즉, 한 발짝 물러서서 일단은 관망 중인 상황입니다.
(미국에서는) RFID 혁명이 현재 월-마트의 주도하에 진행 중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월-마트는 판지상자나 파렛트마다 ePC태그를 부착해서 2005년 1월까지 텍사스 유통센터 3곳에서 분당 600피트 속도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위에 탑재되어도 무리없이 판독될 수 있도록 하라고 대형 공급업자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美 국방성과 관세청은 물류와 보안을 목적으로 RFID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도, 미국과 같은 상태로 보시면 됩니다. 독일 슈퍼마켓 체인중 가장 큰 Metro는 Rheinburg 매장 내로 물건을 받아들일 때 RFID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국테스코나 울워스(Woolworth)는 물류 운영적 측면에서 RFID 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는 지금 현재로서는 몇 개 안 되는 곳에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매장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RFID에는 불안정한 기술, 그리 싸지 않은 기기, 개인 보안에 관한 문제, 낮은 ROI, 제조업자와 소매업자 사이 비용분배문제, 주파수 분배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물류와 경영: SCM은 결국 동종 업종의 공동화 및 하청업체와의 정보공유와도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의 경우 공개 및 공유 개념에서 유난히 약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두 세 달 전 일본에서 있었던 강연회에서도 이와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역시 시작 단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비켜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IBM이나 HP같은 거물급 회사들이 공급업자나 고객에게 시범, 교육이나 주고 받기 식의 유인책 등을 통해서 미국 회사들은 이러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정보 공유는 미국에서 SCM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단계가 되었습니다. 결국 정보 공유에서 한 차원 뛰어넘어, 결정공유, 과정공유, 자원공유와 같은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 회사와 파트너 회사와 경계선 긋기가 상당히 어려운 단계로까지 발전했고 저는 이것이 진정한 SCM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물류와 경영: SCM의 경우 기업 사례가 많이 소개되곤 합니다. 제시된 기업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또한 요즘 연구하시는 기업 사례 중 흥미로운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경영대학 학생들은 경영이론을 주로 ‘사례 연구’를 통해 배우곤 합니다. SCM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훌륭한 사례는 그 안에 한 다발의 교훈과 시간을 통해 증명된 이론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VMI (vendor managed inventory)가 전통적인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입니까? 우리는 사례(‘Barillla’ 라는 이태리 파스타 회사)를 통해서 VMI에 대한 찬반 양론의 입장에서 모든 상황을 충분히 토론한 후, 채찍효과 같은 SCM이론을 소개합니다. 사례에서 포착된 예는 시간과 장소를 뛰어 넘어 모든 회사에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는 예는 아닙니다. 그렇기에 수업 시간에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추천하기보다, 그림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연구도 종종 기업사례로부터 출발해서 기반을 세우고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뽑아내곤 합니다.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회사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일본 세븐일레븐(SEJ) 사례를 가장 좋아합니다. 세븐 일레븐은 매장에서 POS자료와 함께 고객의 통계학적 정보를 잡아 내어 본사로 보냅니다. 본사는 이러한 자료를 모아 모든 매장 매니저들, 공급업자들, 물류서비스 제공자들과 통계 자료를 시간대별로, 일별로 공유합니다. 주간 단위 정보의 경우, 본사에서 주간 자료에서 지역 행사나 날씨, 교통량, 경제적인 상황 등을 고려한 불필요한 정보들을 제거한 후 매장에 상품구색, 주문량, 가게 배치도 등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해서 그것은 자료→정보→결정→행동→판매→자료로 이어지는 완전한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게 됩니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200억 달러의 시장가치에 55의 재고회전율(월마트가 7)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도시락을 팔면서 200억 달러 가치의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요? 말할 필요도 없이 많은 하이테크 회사들이 일본세븐일레븐을 방문해서 현재 실행 중인 SCM을 배우고 있습니다.”
물류와 경영: SCM 솔루션과 관련, 토종 기업들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시장에서는 외국기업의 솔루션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우선 제가 SCM 분야의 한국 IT 회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기에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으로는 고객들이 위험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례로, 미국에서 사람들은 “어떤 CIO도 IBM 기기를 산 것 때문에 잘리지는 않는다네” 하고 농담하곤 합니다. 같은 원리를 SCM과 한국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겠습니다. CIO와 CFO는 설치적인 면에서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나 아니면 적어도 실패했을 경우 대책으로라도 가장 안전한 제품을 택할 것 입니다. 이것이 맞든 틀리든, 고객들의 이러한 자세는 SCM 제품의 국내 벤더들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물류와 경영: SCM 사례 연구를 보다 해외기업들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면 아마존이나 델컴퓨터가 유통에 진출한 것 등 말입니다. 이는 핵심역량에 집중한다는 요즘 트렌드와 다소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만 어떻게 보시는지요?
“제 생각에 경영학은 반은 과학이고 반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핵심영역’ 문제는 예술적인 측면이 더 강합니다. 실질적으로 많은 일을 하려면 비용-경영 시간, 복잡성 때문에 나타나는 생산성 손실, 핵심 분야에 대한 깊이 상실 등-이 많이 듭니다. 반면에 과학적인 연구는 ‘핵심 영역’의 문제에 있어 어떤 분명한 결과를 내놓지 못합니다. 아마도 다양성이 좋다는 사례를 10개 정도는 내놓을 수 있다면, 핵심영역에 있는 것이 좋다는 사례 또한 10개 정도 내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존의 경우, 그들의 원래 사업모델은 출판업자나 유통업자로부터 책을 받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출판업자와 유통업자들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아마존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창고 조직을 구축해야 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제는 온라인 비즈니스 상징이 된 아마존이 창고가 그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합니다.
델컴퓨터의 경우, PC에서 떨어지는 몇 푼 안 되는 이윤이 델컴퓨터가 SCM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도록 했습니다.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모델로 시작한 델컴퓨터는 공급자 허브 등을 통해 추가적인 혁신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이들 두 회사가 사업 확장을 한 영역은 핵심 역량에 대해 자연스러우면서도 조금은 주변적인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물류와 경영: SCM에 놀라운 성과를 보인 기업들의 경우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이를 실행할 운영모델을 잘 찾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운영 모델을 찾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을 택해야 할까요?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훌륭한 회사는 고객에 대한 value proposition과 그것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운영모델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일례로 일본 세븐일레븐의 경우 value proposition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신선한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피드백 루프는 운영모델에서 value proposition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이익을 창출합니다.
어떤 경쟁자들은 그들 자신의 value proposition을 복사해서 쉽게 사용하려 하지만, 이익을 만들어 내는 데는 분명 실패할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Cisco, Dell, GE, HP, IBM, Nokia, SEJ, Toyota, WalMart 같은 회사들은 모두 저마다 강력한 value proposition을 가지고 이를 위한 운영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입니다. 각 회사에 맞는 적절한 모델은 산업군, 지역, 생산제품, 사람, 기업문화 등등에 따라 다르기에 적당한 모델을 자동으로 끌어낼 수 있는 방정식 자체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미 앞에서 한 번 말한 것처럼 결국 ‘사람’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할 것인지 알고, 그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서 일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모든 회사들은 계속적으로 사람에 투자해서 그들이 미래를 위한 혁신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것이 바로 도요타 모델입니다.”
물류와 경영: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 백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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