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25 15:21

국제해사기구(IMO), 12월 해사보안 외교회의 열기로

선박과 항만 등을 중심으로 일어날 수 있는 테러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해사기구(IMO)의 대책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IMO는 지난 5월 회원국 대표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 런던의 본부에서 제 75차 해사안전위원회 회의를 10일 동안 개최했다.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는 지금까지 IMO에서 준비해 온 해상 테러대책 등을 논의하고, 올 12월 영국 런던에서 1974년 제정된 해사인명안전협약(이하에서 ‘1974년 협약’이라 함)을 개정해 해사 및 항만 테러행위를 근절키 위한 제반 규정을 삽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IMO는 이 같은 작업의 하나로 우선 ⅰ)1974년 협약 제5장을 개정해 모든 선박에 대해 자동식별장치의 설치를 의무화 하고, ⅱ)1974년 협약 제 11장을 개정해 해사안전 향상을 위한 특별조치에 관한 규정을 포함키로 했다. ⅲ)또한 1974년 협약에 11-2장을 신설해 ‘해사보안 향상을 위한 특별 조치’규정을 두기로 했다. 특히 새로 설치되는 11-2장에는 일반규정과 함께 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에 관한 국제코드를 삽입해 각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IMO는 지난 해 11월 총회에서 결의서를 채택한 이후 기구 내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를 종합할 때 IMO의 해상 테러리즘 방지대책은 법률위원회에서의 1988년 항해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 억제 협약(1988년 SUA 협약)개정과 해사안전위원회의 1974년 협약 개정으로 집약되고 있다.

잘 보이는 곳에 선박 식별번호 표시해야

이번 해사안전위원회에서 논의된 1974년 협약의 개정방향 가운데 해상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와 관련된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선박 식별번호 부착과 선박의 연속이력기록부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선박식별번호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IMO번호를 선박에 영구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쪽으로 의견이 집약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법으로는 선수부분이나 선체 양쪽 등 눈에 잘 띄는 곳을 선택해 선박식별번호를 표시하는 방법이 선호되고 있다. 영구표시방법에 대해서는 선박번호를 양각 또는 음각하거나 펀칭, 기타 이와 유사한 방법이 고려되고 있다. 또한 선박의 재질이 강철이나 금속재가 아닌 경우에는 협약의 체약국에서 적절한 표시방법을 승인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둘째,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선박 로그 북(log book)과는 별도로 선박의 국적 변경이나 소유자의 변경현황 등을 손쉽게 확인하기 위해 선박 연속이력 기록부의 작성ㆍ비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기록부는 IMO에서 개발한 양식에 따라 체약국에서 발행하며, 적어도 선적국과 선박안전관리활동을 수행하는 회사의 명칭과 주소, 선박안전증서 발행기관, 선박을 검사한 해당 선급에 대한 명세를 포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기록부는 어떤 형태나 방법으로든지 수정ㆍ누락ㆍ삭제ㆍ손상할 수 없으며, 선박이 다른 국가 등으로 매매된 경우에도 그 선박에 그대로 비치해 국적 변경사항 등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항만국 등을 자국항만에 입항한 선박에 대해서 언제든지 이 기록부를 항만국 통제(PSC) 수단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셋째, 선사는 체약국 정부에서 선박의 운항과 관련된 최신 정보를 활용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선장으로 하여금 ⅰ) 선원을 누가 임명했는지, ⅱ) 누가 선박의 운항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지, ⅲ) 선박이 용선된 경우, 누가 실질 선주를 대신해 용선 계약에 서명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한다. 이런 조치는 선박이 테러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이다.
한편 이번 해사안전위원회에서 해사보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논의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선박ㆍ항만시설 보안계획 수립 의무화

1974년 협약 개정안에 따르면 선사 및 항만 당국, 그리고 체약국 정부는 협약에서 정한 다양한 의무사항을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사항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선박과 항만시설에 대한 보안계획의 수립과 이행에 관한 부분이다.
첫째,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모든 선박은 체약국의 관련 관청에서 승인한 선박보안계획을 비치하고 운항해야 한다. 이 계획은 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에 관한 국제코드(이하 ‘국제보안코드’라 함)에 규정된 3단계 보안 수준을 명시하고 있다. 선박보안 1단계에서는 ⅰ) 모든 선박보안 의무 이행의 보장, ⅱ) 승인 받은 사람에 대해서만 접근이 허용되는 제한 구역에 대한 모니터링 ⅲ) 선박에 대한 접근 통제, ⅳ) 선박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의 승선 통제,ⅴ) 화물의 취급과 선박 저장시설에 대한 감독 활동 등이 수행된다. 선박보안 2단계와 3단계에서는 선박보안계획에 1단계보다 강화된 추가적인 보호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선박보안계획에는, ⅰ) 그 수단이 무엇이든지 불문하고 승인되지 않은 방법으로 선박에 적재 운송돼 승객이나 승무원, 화물, 항만시설에 대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무기나 위험물질, 기타 장치 등을 통제할 수 있는 조치와 ⅱ) 보안규정을 위반하거나 위협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본선에 있는 인명의 대피 절차 등 총 14개 항목이 포함돼야 한다. 또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선박보안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미리 그 선박에 대한 보안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이 같은 보안평가는 선박보안계획을 수립하거나 최신화 하는 데 반드시 수행돼야 하는 의무사항이다.
둘째, 1974년 협약 개정안은 항만시설에 대해서도 선박과 유사한 절차에 따라 보안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항만시설보안계획 역시 사전에 수행한 항만시설보안평가를 기초로 위협수준을 결정하고 이에 적합한 단계별 보안계획을 포함해야한다. 이 계획에는 항만시설의 운영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무기류, 기타 모든 위험한 장치 등의 반입 및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조치를 포함해 모두 11개 항목 요건을 반영해야 한다. 다만, 항만시설보안계획의 유효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체약국에서 인정한 관련기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항만시설보안계획은 서면이 아닌 전자적인 포맷(electronic format)형태로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계획이 무단으로 삭제되거나 훼손, 중복 작성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선사에 해사안전ㆍ보안 특별책임 부과

1974년 협약 개정안은 선박과 항만시설 등에 보안계획의 수립과 시행을 의무화하는 동시에 그 선박은 운항하는 선사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규정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의무사항은 해당 선사가 해사보안문제를 최종적으로 책임진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한다.
첫째, 선사는 선박보안계획의 수립과 동시에 운항하는 선박마다 선박보안담당관(ship security officer)과 회사보안담당관(company security officer)을 임명해야 한다. 선박 보안담당관은 정기적으로 선박의 보안사항을 점검하고, 선박보안계획을 이행, 유지, 감독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선박보안담당관은 모든 보안사고에 대한 보고의무와 함께 항만시설보안담당관 및 당해 회사보안담당관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하면서 선박보안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회사보안담당관의 임무는 적절한 보안평가와 기타 관련 정보를 활용해 당해 선사가 직면할 수 있는 위험수준에 대한 자문과 선박보안평가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다. 이 밖에도 회사보안담당관은 선박보안계획의 작성과 유지를 보장해야 하고, 필요시 선박보안계획을 수정해 개별선박에서 필요로 하는 보안요건을 충족시키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둘째, 선사는 선박보안계획을 작성하면서 선장의 권한을 강조하는 분명한 메세지(clear statement)를 담아야 한다. 이 같은 규정을 협약 개정안에 포함한 것은 향후 선박의 보안 점검과 긴급한 보안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선박보안담당관과의 관계 설정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선사는 특히, 선박보안계획을 수립하면서 필요한 경우, 선장에게 선박의 보안에 관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수 있으며, 회사와 모든 체약국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음을 명시할 수 있다.
또한 선사는 회사보안담당관과 선장, 선박보안담당관 등이 당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주기적으로 교육과 훈련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넷째, 선사는 선원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된 사항은 없으나 현재 IMO와 국제노동기구(ILO)간에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문제는 현재 선원이 휴대하고 있는 선원수첩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서 출발했으나, ILO의 업무와 깊이 관련돼 있고 나아가선 선원의 인권문제와도 뿌리가 닿아 있기 때문에 IMO에서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 ILO의 경우, 1958년에 제정한 선원 신분 및 자격 증명에 관한 협약이 있기 때문에 이 사항이 1974년 협약 개정안에 포함될지 또는 ILO관련 협약의 개정 형태로 될지 그 방안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제 75차 해사안전위원회 회의에서는 기존 선원수첩만으로는 선원의 신원확인이 불가능하므로, 특히 해상테러 방지와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지 이 문제점을 해결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선원수첩 이외에 여권이나 스마트 카드 발급 등 현재의 과학기술 진보에 따른 적절한 대체 방안을 도입하자는 의견 등이 제시되었으나 최종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협약 체약국의 의무 부담 상당해

다른 협약도 그렇지만 1974년 협약 개정안은 특히, 협약 체약국이 수행해야 하는 행정적인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기본적으로 선박 및 항만 등에 대한 보안을 확보해 국민의 생존권과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주권국가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첫째, 체약국은 선사나 항만당국이 보안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단계별 보안 수준을 결정해야 하고, 보안사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기본지침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와 함께 체약국은 직접 또는 적절한 기관을 지정해 선박 및 항만시설에 대한 보안계획을 승인해야 한다.
둘째, 선박 및 항만보안계획의 승인과 관련해 체약국 정부는 이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책임 있는 국가기관이나 지정된 기관이 있는 경우, 그 명칭과 상세한 연락처 등을 IMO에 제공해 다른 체약국이나 선사 등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국제선박보안증서를 발행해야 한다. 이 증서는 이 협약의 적용을 받는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하고 그 선박이 협약에서 정한 여러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발행한다. 증서의 유효기간은 5년을 초과할 수 없다. 이 증서를 선박에 비치하지 않으면, 그 선박은 국제항해에 종사할 수 없게 된다. 체약국 정부는 선박 검사와 증서 발행 업무를 정당하게 권한을 위임받은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넷째, 이 협약의 준수 및 이행과 관련해 체약국에서 수행해야 하는 의무와 권한의 하나는 통제이다. 1974년 협약 개정안에서는 기존의 항만국통제와는 조금 다른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일반적인 유형의 항만국통제와 함께 해상 테러리즘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항만국에 일정한 긴급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부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특정 선박이 이 협약의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국제선박안전증서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검사 등으로 항만국통제를 대신한다. 그러나 그 선박이 이 협약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 국제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보안을 확보하는 통제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항만국에서 취할 수 있는 통제조치는 당해 선박의 억류, 운항제한, 항만에서의 강제 추방, 입항 거절 등 가능한 모든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 같은 조치를 위하기 위해선 즉각 서면으로 선적국이나 해당 선사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그 같은 통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한 경우엔 통보 없이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항만국통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아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체약국 정부의 부담사항과 관련해 한 가지 더 언급해야 할 점은 컨테이너 검사에 관한 사항이다. 즉, 컨테이너가 테러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꽈 같은 기계적 봉인과는 다른 봉인방법(전자 봉인방법)을 도입하고, 적절한 기관으로 하여금 보인과 훼손 여부를 검사케 하자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다. 제 75차 해사안전위원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논의했으나,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다만, 컨테이너의 개념을 ‘폐쇄 화물운송 용기’까지 확대하는 한편, 이 사안이 국제세관협회(WCO)의 업무와 관련되어 있는 점을 고려해 우선 IMO에서 사무총장 명의로 WCO에 서신을 송부해 필요한 작업을 요청한 다음, 올 12월 외교회의에서 결의서를 채택해 WCO와 긴밀히 작업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1974년 협약 개정안에 대한 심의 이외에도 크루즈 선박을 포함한 대형여객선의 해상 안전성 확보 문제, IMO.에서 10년 이상 논의하고 있는 벌크 캐리어의 안전 문제 등 24건 이상의 의제가 상정되어 심의되었다. 그러나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모든 논의는 해상테러리즘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제75차 회의에서는 올 12월 외교회의에서 1974년 협약 개정안을 채택한다는 일정을 확인함에 따라 이 작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이번 회의에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안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12월 외교회의 이전인 9월에 1주일 일정으로 회기간 작업반 회의를 다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협약 개정안의 발효시기를 가급적이면 2004년 7월로 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남은 2차례의 회의 기간 동안 관련업계와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 단기적으로는 협약 제정에 따른 대책을, 그리고 중ㆍ장기적으로는 2004년을 협약 발효기간으로 상정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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