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 대란’에 대비해 중앙아시아행 대안 물류 루트를 선제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함태형 대우로지스틱스 과장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기고한 ‘글로벌 물류 현지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경제 활로 개발을 위해 우리나라가 신규 물류 루트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 과장은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수에즈 운하 사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하이 봉쇄 등을 언급하며 문제가 발생한 후 시도하는 지원과 해결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함태형 과장은 지속적인 물동량 감소세의 영향으로 해상 운임이 하락하고 경기 침체가 악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월 1000포인트 선이 붕괴된 이후 등락을 반복해 7월14일 기준 979포인트를 기록했다. 그는 한동안 예기치 못한 일로 전 세계가 타격을 입었지만 안정화된 지금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대체 무역로를 확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새로운 루트를 개발하거나 물동량이 적은 루트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활용해 제반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앙아시아로 화물을 수출할 땐 일반적으로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물류 루트를 이용한다. 하지만 현재는 서방국가의 대러 제재로 이 무역로가 좁아진 상황이다.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새로운 물류 루트를 개발하고 나섰다. 지난 5월 이란과 철도 건설 자금조달 협약을 체결하며 국제남북교통로(INSTC)의 삽을 떴고, 최근에는 튀르키예 간 물동량을 늘리면서 전략적 물류거점으로 삼았다.
함태형 과장은 여기에 주목했다. 특히 INSTC 핵심 지역인 이란을 활용한 독립국가연합(CIS) 물류 루트가 현실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을 경유하는 CIS 루트는 2014년에도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은 바 있다.
함 과장은 “10년 전 안정적인 TCR·TSR 대신 이 루트를 시도한 것은 고객사와 포워더의 선택이었다”면서 그 결과 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이란 경유 CIS 물류는 TCR 일반 운송 기일과 비교해 시간을 10% 이상 단축할 수 있고, 중고차 운송의 경우 TSR보다 대당 운임 경쟁력이 더 높다”고 언급했다.
그는 튀르키예를 경유하는 노선도 대안 루트로 제시했다. 이 노선은 이란 루트보다 물류비는 더 비싸다.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목적지로 가정했을 때 걸리는 기간은 이란 경유 루트와 비슷하지만 물류비는 20% 정도 더 높아 경쟁력이 다소 뒤처진다는 분석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많은 선박이 항해한다는 것은 큰 강점이다. 최근 튀르키예와 러시아의 물동량 규모가 증가하는 가운데 양국 간 물류서비스를 수행하는 기업이 늘면서 흑해를 중심으로 하는 공급망 재편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함태형 과장은 “단순 루트만 개발하는 것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정책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져 공동물류센터나 ODCY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거시적 목표를 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란도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은 신규 무역로 개발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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