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4 09:10

컨운임 항만적체에 하반기도 ‘高高高’…벌크선은 2000선 유지

가스선 ‘맑음’, 탱크선 ‘흐림’
한국조선 올해 선박수주 1500만CGT 전망…15%↓


남은 하반기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황은 항만 적체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고운임 기조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왔다. 

또 벌크선과 탱크선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상반기 대비 다소 부진하거나 시황 개선 속도가 더딘 반면, 가스선은 수요 증가로 양호할 것으로 예측됐다. 

조선시장은 금리 상승과 신조선 가격 상승 등으로 상반기에 비해 수주량이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해운조선시황에 대한 상반기 동향과 하반기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항만적체 지속되면서 고운임 기조 유지”

컨테이너 운임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하반기 컨테이너선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져 주요 선진국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요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 양종서 연구원은 올해 선복량 증가율은 3% 이내의 낮은 수준으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해운 수요 증가율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해운전문기관들이 주요 국가의 항만 적체 해소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해 하반기에도 고운임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컨테이너 운임은 올 상반기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컨테이너 시황은 중국 상하이 봉쇄,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영향으로 인한 소비 위축 등의 악재로 상반기 운임이 하락했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 나타난 항만물류 정체가 아직 해소되지 않아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연초부터 하락 추세가 나타나 5월까지 전년 말 대비 8.6% 낮은 3057까지 하락한 후 6월 말까지 4.2% 반등해 올해 상반기 말 3187을 기록했다. 양 연구원은 “상반기 중 하락이 나타났으나 3000 이하 수준까지 하락하지 않아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반기 벌크선시장은 상반기 대비 다소 부진하겠지만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2000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난 항만물류 정상화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수요 위축은 부정적 요인으로 들었다. 

여기에 선복량 증가율이 수요를 웃도는 점도 우려할 점으로 지목됐다. 다만 실질적인 선복 공급 증가율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 시황 하락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거란 진단이다. 

상반기 벌크선 시황은 춘절 비수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 중 2000선 이상을 유지했으며 5월 중순에는 3000선을 상회하는 등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상반기 평균 BDI는 2271로 전년 동기 대비 0.6% 높은 수준으로 5월까지 전년도와 유사했지만 6월 하락추세가 뚜렷해 전년 동월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탱크선 시황 개선 속도도 더딜 전망이다. 양 연구원은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 양상, 세계 경기 침체의 정도 등 여러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들 변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탱크선 시황을 단정적으로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선복량 증가율은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개선 중인 시황에 공급 압력이 높지 않겠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남아 있어 개선 속도가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침체됐던 탱크선 시황은 상반기 주요 노선의 운임이 상승하며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선형별로 운임과 용선료의 흐름이 다르게 나타나는 등 다소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양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세계 석유 생산량은 OPEC+의 증산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해운 수요를 개선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을 감소시키고 미국, 중동 등지로부터 수입을 대체시켜 미국의 원유 증산뿐 아니라 새로운 운송수요가 창출된 점이 유조선 시황 개선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은 양호한 시황을 유지할 전망이다. LNG선의 신조 건조 물량이 지난해 집중돼 공급 압력이 완화됐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면서 LNG 시장이 활황을 띨 거란 분석이다. 

지난해 대형 LNG선만 57척이 인도되며 약 10%의 선복량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선복량 증가율은 약 4% 이내가 될 것으로 전망돼 공급 압력은 전년 대비 완화됐다. 

또 겨울을 앞둔 시점에서 유럽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LNG 확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며, 교역 루트가 길어지는 등의 영향으로 LNG선의 수요가 증가하며 시황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액화석유가스(LPG) 해운시장도 경기 침체 우려에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많은 신조선이 인도될 예정인 만큼 시황의 하락 가능성은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새로운 교역로가 유지되면서 양호한 수준을 이어 나갈 거란 전망이다.

하반기 한국조선 500만CGT 내외 수주

하반기 한국 조선시장은 글로벌 발주량 감소로 수주량이 상반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점쳐졌다. 금리 상승과 신조선 가격 상승이 하반기 신조선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거란 이유에서다. 

하반기 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1350만CGT(수정환산톤수) 수준에 그쳐 2022년 총 발주량은 전년 대비 약 32% 감소한 3500만CGT 내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역시 하반기 수주량이 500만CGT 내외로, 올 한 해 수주량이 전년 대비 15% 감소한 1500만CGT 내외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글로벌 선박 발주액은 전년 대비 20% 줄어든 915억달러, 한국 수주액 역시 10% 감소한 4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 연구원은 2021년 이후 약 30% 상승한 신조선가는 조선사 입장에서 높은 원자재 가격, 인플레이션에 따른 기타 비용 상승, 오랜 부진에 따라 악화된 재무구조의 개선을 위한 적정 수익성 확보 등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만 선주들이 체감하는 신조선가는 단기간에 급상승해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며 선주들이 새로 형성된 가격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선가의 급상승에 더해 금리까지 상승하며 높은 수준의 금융비용이 발생해 많은 선주가 환경규제가 임박했음에도 투자 결정을 보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를 포함해 단기적인 수요위축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규제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와 내년 초 이후 규제 효과가 실제로 발생하고 선주들의 규제 효과 체감에 따라 투자 결정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상반기 한국조선 수주량은 전년 대비 10.1% 감소한 994만CGT로 집계됐다. 수주액 역시 6% 줄어든 265억달러에 그쳤다. 다만 양 연구원은 “한국의 중장기적 건조량이 연간 1100만~1200만CGT로 추정돼 이를 고려하면 상반기 수주실적으로는 매우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국조선의 효자품목인 컨테이너선과 LNG선으로만 수주 편중 현상이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지적도 눈길을 끈다. 

한국조선의 상반기 수주량 중 컨테이너선은 41.9%, LNG선은 55.6%로 이들 2개 선종이 총 97.5%를 차지했다. 국내 대형사들의 주력 선종 중 하나인 대형 유조선마저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양 연구원은 “상반기 세계 신조선 수요가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강한 이들 2개 선종에 집중됐고 이를 기반으로 안정적 일감 확보에 성공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특정 선종에 대한 지나친 편중은 조선업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기자재업계에 불균형적 생산구조를 초래하고 조선업계의 풍부한 일감 속에서도 침체를 겪는 기자재사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2개 선종이 타 선종에 비해 노동력을 많이 요구하는 특성이 있어 인력난에 직면한 조선업계에 또 다른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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