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사태 침공 등 대외 악재가 여전하지만 국내 대형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거란 주장이 나왔다.
국내 조선사들이 카타르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고부가인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쓸어 담고 있는 가운데, 한국신용평가 김현준 애널리스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 들어 조선사들의 원가 부담이 지속되고 있지만 선가 인상으로 향후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2년치이상 일감 확보하며 가격협상력 우위 점해
신조선가 변동은 조선사들의 수주잔량 확보에 따라 이뤄지기 마련이다. 2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들은 건조 단가를 올리는 게 수월해진다.
영국 조선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전 세계 수주잔량은 1억62만CGT(수정환산톤수)로, 국가별로는 중국 4234만CGT, 한국 3508만CGT 순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한국은 28%, 중국은 17% 각각 증가해 올해 수주 호조세를 반영하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조선사들의 실적 회복 근거로 수주잔고 확보에 따른 신조선가 상승을 들었다. 수주잔고가 크게 늘면서 조선사들이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보이며 신조선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연간 수주 목표량의 70% 이상을 수주하면서 잔고가 크게 확충됐다.
신조선가가 상승일로에 있어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는 국내 조선사에 호재일 거란 관측도 나왔다. 6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지난달보다 1.43포인트 상승한 161.53포인트를 기록, 2020년 12월 이후 1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조선이 올해 글로벌 신조물량 70% 이상을 쓸어 담은 17만4000m³급 LNG 운반선은 전달 대비 400만달러 상승한 2억3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카타르 건의 경우 최근 국내 조선 3사가 체결한 계약선가는 척당 2억1500달러로, 최근 선가인 2억3000만달러보다는 낮지만 2020년 1억8000만달러 대비 19% 인상돼 국내 조선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반복 건조를 통한 비용 절감 등을 고려하면 카타르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올해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실적으로 인식하는 2020년 이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의 수주 분의 선가 수준이 현재 대비 다소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올 들어 공급망 차질,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신조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점진적으로 실적 안정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사의 수주잔량 확충으로 가격 협상력이 강화된 가운데, 과거 대비 상승한 원자재 가격, 환경 규제 등에 따른 선박 교체와 LNG선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하면 선가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거란 분석이다. 여기에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추이, 후판 가격 하락 전환 등도 긍정적 요소로 들었다.
특히 김 애널리스트는 “2021년 말 이후 LNG선 발주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LNG선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애널리스트는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두고선 조선업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관련 프로젝트가 일부 존재하나 그 규모가 유의미하지 않은 수준이다. 반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약 50억달러 10억달러의 잔고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러시아 관련 프로젝트의 진행 경과, 대금 수취 여부 등에 따라 실적 및 재무안정성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중장기적 모니터링 요인으로 환경 규제 등에 따른 선박 교체 수요와 더불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선박 시장 선도 여부 등을 꼽았다.
실적 안정화에 신용등급 종전 그대로 유지
신조선가 상승에 따른 실적 회복 전망과 양호한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근거로 조선사들의 신용등급은 종전 그대로 유지했다.
한신평은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평가했다. 현대중공업은 2021년 강재가격 급등, 통상임금 관련 충당부채 인식 등으로 약 8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기존 저가 수주분의 영향으로 적자가 지속되는 등 원가 부담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존재한다.
다만 김 애널리스트는 “2021년 하반기 이후 수주분의 수주선가 상승과 더불어,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추이, 최근 후판 가격 하락 전환, 외형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 전망 등을 고려하면, 향후 점진적인 실적 안정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올해 3월 말 기준 약 1조9000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향후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양호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BBB+(안정적)로 평가됐다. 원가 부담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존재하지만 2021년 하반기 이후 수주분의 신조선가 상승과 더불어,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추이, 최근 후판 가격 하락 전환, 외형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 전망 등을 고려하면, 향후 점진적인 실적 안정화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보유 자산을 활용한 대체 자금조달능력 등을 고려할 때 재무안정성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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