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발주가 급증하고 있다. 6월 한 달에만 40척에 가까운 계약이 체결되며 상반기에 100척을 웃도는 신조 물량이 쏟아졌다.
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 골든데스티니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발주된 신조 LNG선 규모는 91척 1513만㎥를 기록했다. 카타르 프로젝트의 추가 발주 물량 15척까지 포함할 경우 총 106척 1774만㎥에 이른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의 86척을 반년 만에 가뿐히 뛰어넘었다.
LNG선 발주량은 2004년 71척, 2014년 70척으로 정점을 찍은 뒤 약세로 돌아서 2019년 61척 2020년 54척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LNG선 신조 시장을 이끄는 곳은 카타르에너지다. 150척에 이르는 LNG선 건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카타르 국영기업은 상반기 전체 발주량의 40%에 이르는 39척을 책임졌다. 지난 4월 일본 MOL에서 장기용선하는 방식으로 중국 후둥중화조선에 4척을 발주한 뒤 6월 들어 35척의 주문을 쏟아냈다.
카타르에너지는 우리나라 에이치라인해운 팬오션 SK해운으로 구성된 코리아컨소시엄(K3)과 장기용선 계약을 맺고 4척을 대우조선해양, 2척을 삼성중공업에 발주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이 삼성중공업과 계약한 12척, 노르웨이 선사 크누트센이 현대중공업과 계약한 2척도 카타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선박들이다. 여기까지가 클락슨에서 집계한 상반기 데이터다.
이에 더해 크누트센이 8척, 일본 NYK가 7척을 현대중공업에 추가 발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카타르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삼성중공업은 상반기 수주장부에 LNG선만 26척을 기입했다.
말레이시아 국영에너지기업인 페트로나스도 올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우리나라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일본 케이라인을 운항사로 앞세워 11척을 발주했다. SK해운은 현대삼호중공업, 에이치라인해운은 삼성중공업을 신조 파트너로 택했다.
카타르의 활약으로 상반기 LNG선 발주의 70%가 2분기에 실행됐다. 6월 한 달 계약 규모만 39척에 이른다.
한국조선, LNG선 77% 독식
우리나라 조선소는 LNG선만큼은 세계 최강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발주 물량 중 77%인 82척을 쓸어 담았다. 후둥중화조선이나 다롄조선 장난조선 등의 중국선박중공업(CSSC) 계열사가 나머지 물량을 가져갔다. 우리나라는 카타르 프로젝트 물량도 90%를 수주했다.
수요가 몰리면서 LNG선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17만4000㎥급 LNG선 신조 가격은 2억3100만달러다. 지난해 말의 2억1000만달러보다 10% 상승했다.
조선 후판 가격이 상승한 데다 최근 사상 초유의 호황기를 보내고 있는 컨테이너선 발주 증가로 조선소 선대(船臺)가 부족해지면서 LNG선가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그리스 캐피털가스와 현대삼호중공업의 거래 가격은 2억40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친환경 연료인 LNG 수요가 늘어난 데다 유럽 국가들이 LNG 도입 루트를 러시아에서 제3국으로 전환하는 것도 시장 열기를 고조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파이프라인으로 수입이 가능하지만 북미나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LNG를 도입하려면 선박 수송이 필수적이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타고 노르웨이 선사 플렉스LNG는 용대선 계약이 만료되는 LNG선 3척을 7~10년 기간으로 재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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