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전력난을 타개하려고 발전용 석탄 수입을 늘리면서 벌크선 시장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전날 영국 런던 시장에서 발표된 8만2000t(재화중량톤)급 캄사르막스 벌크선의 일일 평균 용선료는 전날 대비 387달러 오른 3만326달러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인 1만5000달러대를 두 배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캄사르막스 용선료는 5월16일 이후 4일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며 두 달이 채 안 돼 3만달러 선을 탈환했다. 이 선형 용선료는 지난 3월30일 3만달러 선이 붕괴된 뒤 4월8일 2만4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세를 보여왔다.
최근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가 전력 생산을 늘리려고 석탄 수입을 확대하면서 벌크선 시황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트국제해운협의회(BIMCO)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봄부터 찾아온 사상 초유의 폭염의 영향으로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는 3월 평균 기온이 12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4월에 이미 40도를 훌쩍 넘어서는 이상 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들어선 최고 47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면서 인도 곳곳에선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는 전력이 부족하자 주 정부 차원에서 계획 정전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하자 인도는 지난달 41% 수준이던 발전소 가동률을 이달 들어 100%까지 끌어올리도록 의무화했고 덩달아 석탄 사용도 급증했다.
9일 현재 인도에 있는 105개 발전소의 석탄 재고는 기준치의 25%에도 못 미치는 위기 수준에 직면했다. 지난달 가동률을 기준으로 봤을 때 9일치 소비량에 불과하다.
급기야 인도정부는 지난 5일 모든 발전소에 필요한 양보다 10% 이상 석탄 수입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올해 들어 국내 석탄 생산을 9% 늘렸지만 수입이 10%가량 줄어들면서 부족 현상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인도의 석탄 수입은 2021년 6월 이후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석탄 가격 인상과 올해 초 발표된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 금지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
인도정부는 호주와 인도네시아에서 석탄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호주 동부 지역의 폭우로 공급 문제가 불거진 데다 인도네시아가 석탄 생산량의 25%를 자국에 판매토록 강제화하고 있어 급격한 수입 확대는 어려운 실정이다.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인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산 석탄 수입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운업계는 “인도가 폭염이 장기화하자 전력량을 끌어 올리려고 석탄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며 “인도발 석탄 수송 수요와 미주 지역 곡물 수출이 호조를 띠면서 캄사르막스 시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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