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의 숙원과제였던 종합심사낙찰제가 5년간의 노력 끝에 발전사 수송입찰에 도입된다.
1일 해양수산부와 선주협회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선박 용선계약을 발주할 때 해상운송 사업자가 제시하는 가격보다 전문성과 수송 안정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해상운송분야 종합심사낙찰제 시범사업'이 한국서부발전을 시작으로 발전 5개사에서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종합심사낙찰제란 가격뿐 아니라 기술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2016년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300억원 이상 공사에 처음 도입돼 지난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기술용역으로 확대됐다.
반면 해운시장에선 공공분야에서까지 가격만을 우선하는 최저가 입찰로 사업자를 뽑아 해상운임 하락, 노후선 증가, 운송서비스 품질 하락, 대량화물 수송 안정성 저하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발전사들도 그동안 가장 낮은 운임을 써낸 선사를 수입 석탄 수송사로 선정했다.
발전사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계약선사와 결성한 발전수송상생협의회를 통해 2015년부터 종합심사낙찰제 도입을 논의해왔으며 이번에 결실을 맺게 됐다. 2013년 발족한 발전수송상생협의회는 매년 분기별로 회의를 열어 선사 유동성 지원, 체선료 지급기한 단축, 저유황유 도입에 따른 실급유가 정산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해수부도 해상운송 종합심사낙찰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단계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서부발전은 이날부터 러시아-태안, 호주-태안 등 2건의 현물용선 입찰에서 해운 분야 첫 종합심사낙찰제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시범사업에선 가격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해상운송 사업자의 전문성 등 용역수행능력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낙찰자를 가릴 예정이다.
인력고용, 불공정 고용관행 위반 등 사회적 책임이행 여부와 입찰담합, 계약이행 지연, 인력·선박 투입 계획 위반 등 공정거래질서 준수 여부도 평가항목에 포함된다. 남동·남부·동서·중부발전 등 나머지 4곳도 올해 안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선주협회 조봉기 상무는 “장기수송계약에 종합심사낙찰제가 도입되면 발전사와 선사 모두가 상생하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서부발전 입찰을 시작으로 발전사뿐 아니라 가스공사 포스코 등의 대량화주 입찰까지 이 제도가 확산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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