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해운항만물류업계가 국내 포워딩(국제물류주선)업계를 대상으로 자국 물류경쟁력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슬로베니아 상공회의소와 한국국제물류협회(KIFFA)는 지난 1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슬로베니아 현지 운송물류산업을 설명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슬로베니아는 아드리아해 북동부에 위치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과 접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과 발칸반도를 연결하는 교두보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대 항만인 코퍼항은 지중해를 끼고 있어 인근 중유럽과 동유럽을 연결하는 해상관문으로 불린다. 주요 인근 국가까지 육상운송으로 24시간, 철도운송으로 48시간 내에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 코퍼항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포함하면 약 3억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어 시장 잠재력도 상당하다.
우리나라도 슬로베니아의 최대 교역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코퍼항과 우리나라 간 수송된 해상물동량은 180만t을 넘어섰으며, 한국발 코퍼행 화물이 약 160만t, 수입화물이 약 20만t을 기록했다. 양국 간 수송된 수출입컨테이너는 14만2000TEU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퍼항이 취급한 컨테이너 물동량 중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14%로 점쳐진다. 수출컨테이너가 12만TEU를 조금 넘어섰고, 수입화물은 약 2만2000TEU를 기록했다.
상공회의소 로버트 세버 이사는 “아드리아해에 위치한 코퍼항은 인근 내륙시장까지 가장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며 “(부산을 기준으로) 함부르크 로테르담보다 운송기간이 짧고, 환적운송도 5~7일 단축할 수 있다”며 장점을 피력했다.
구주항로 기항 늘자 부두확장 본격화
코퍼항은 원유와 가스를 제외한 모든 화물을 다루는 다목적 항만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항만들이 컨테이너나 자동차와 같은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과 달리 코퍼항은 다양한 화물을 고루 취급하고 있다.
코퍼항 소개를 맡은 루카코퍼그룹 미타 두즈크 영업이사는 “코퍼항은 아드리아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지중해에서 가장 큰 자동차 항만으로 알려져 있다”며 “지난해 항만 물동량 2400만t, 컨테이너 물동량 98만8000TEU, 완성차 물동량 75만4000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루카코퍼그룹은 1957년 설립된 60년 전통의 상장기업으로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코퍼항에서 2043년까지 터미널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지분구조는 슬로베니아공화국 51% 소규모 외국주주 16% 등 다양하다.
이 회사가 운영 중인 부두는 컨테이너 자동차 중량물(브레이크벌크) 신선화물(페리셔블) 석탄·철광석 프로젝트화물 미네랄 목재 가축 액체벌크 곡물 여객 등 12개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컨테이너부두는 안벽길이 596m, 4선석으로 이뤄져 있으며, 흘수는 14.5m까지 허용한다. 또 700m 철로 5개, 300m와 270m 철로 각각 2개 등 부두 내 온독 철송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유럽 전 지역으로 빠른 운송이 가능하다.
현재 22개의 정기선 서비스를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 지중해항로로 구성돼 있다. 아시아의 경우 2M과 오션 얼라이언스가 코퍼를 직기항하고 있다. 부산발을 기준으로 2M은 32일 오션은 26일 소요되고 있다. 수입노선은 2M이 40일 오션이 36일 소요된다.
두즈크는 매년 증가하는 컨테이너 물동량과 아시아-구주항로를 운항하는 선사들의 기항이 빈번해지면서 지난 2015년부터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대형 선박을 맞이하기 위해 루카코퍼그룹은 수심을 기존 11m에서 15m로 증심했으며, 2기의 수퍼포스트파나막스급 갠트리크레인(STS)을 설치했다. 또 2개의 추가 온독선로와 화물열차에 화물을 하역할 레일형 갠트리크레인(RMG) 3기를 설치했다.
내년에는 1부두와 컨테이너부두 남측 100m 확장공사를 마무리한다. 루카코퍼그룹은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면 컨테이너 수용능력이 150만TEU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1년 이후 부두 북측 공사가 마무리되면 최대 200만TEU까지 처리능력이 확대된다. 안벽길이는 기존 650m에서 이를 1150m로 연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루카코퍼그룹은 자동차부두의 인프라도 투자할 계획이다. 우선 6개의 선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인프라가 마련되면 6000대 분량의 완성차를 수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를 보관할 수 있는 개방형 장치장도 구상하고 있다.
또 철강 및 금속제품 등 일반화물을 위한 보세창고도 마련된다. 우리나라가 코퍼로 상당량의 철강·금속제품을 보낼 것으로 기대돼 이들 제품을 위한 최신식의 보세창고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韓 포워더, 전세열차 운송 최적지
이날 세미나에는 해운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철송시스템도 소개됐다. 슬로베니아 철송운영사인 아드리아콤비 로크 스베텍 최고경영자(CEO)는 “아드리아콤비의 선로망과 파트너의 선로망을 합치면 유럽 전지역까지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며 “유럽 10대 복합운송사 중 하나로 유럽 내 72개 터미널을 갖추고 있으며, 연간 철송량은 30만TEU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일일 12~13편의 출도착 전세열차(블록트레인)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 단위로는 80~90편이 코퍼를 오간다. 이 회사가 보유한 화물열차(왜건)는 총 400대로, 포워더가 원할 때 즉각적인 운송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스베텍은 “오늘날 유럽에는 왜건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적기에 투자한 결과 포워더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왜건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클래스 1, 4.1, 5.2, 8’을 제외한 모든 위험물을 운송할 수 있고, 자체 개발한 웹기반 온라인 화물추적시스템을 갖춘 점도 특장점으로 소개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슬로베니아 상공회의소와 항만물류기업 관계자 외 국내 주요 포워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KIFFA를 대표해 자리한 퓨마스로지스틱스 배경한 대표이사(현 KIFFA 부회장)는 내년 10월19일부터 6일간 개최되는 ‘세계물류협회 2020 부산총회’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요청했다.
배 대표는 “‘유나이팅 포 글로벌 솔루션’이라는 슬로건으로 개최되는 2020 FIATA 총회는 세계 각국에서 2000여명이 넘는 국제물류인들이 참석한다”며 “부산총회를 계기로 한국의 물류산업 발전은 물론 전 세계 포워딩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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