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선사들의 공급정책, 유가할증료 문제 등이 올해 컨테이너시장의 최대 화두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글로벌로지스틱스앤드트랜스포트컨설팅의 개리 페룰리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해운전문지 저널오브커머스(JOC)에 실은 기고문에서 3가지 이슈가 올해 컨테이너항로에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올해 아시아-북미항로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보여주는 핵심요인이라며 선화주 모두에게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거라고 지적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미국은 1월부터 관세를 인상하기로 했다가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대거 사들이겠다고 선언하면서 3월로 유예한 상태다.
페룰리 대표는 “화주들의 우려가 반영돼 미국 수입물동량은 올해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실화주(BCO)들은 관세인상을 피하기 위해 선적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실화주 선사 3자물류기업 등에게 피해가 돌아가면 미국 수입물동량이 되레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페룰리 대표도 미국이 관세부과를 강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이 지난해 연초 태양열 패널과 세탁기 수입품을 대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자 농산물 수출이 당장 큰 타격을 입었다. 또 중국이 미국의 최대 컨테이너 수출품목인 폐지를 더 이상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미국으로서도 불리한 게임이 된다.
선사와 화주 간 맺는 운송계약도 관세부과, 선사들의 공급정책, 유류비 문제 등으로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양측의 운송계약 논의가 가장 활발한 노선은 아시아-유럽항로다. 공급과잉이 심각한 아시아-유럽항로는 전통적인 성수기에도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서 약세시황을 연출하고 있다. 선사와 화주로선 언제 운송계약을 맺는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반대로 아시아-북미항로에선 선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선복을 성공적으로 관리하면서, 현물(스폿)운임이 운송계약(SC)으로 체결한 운임보다 2배 이상 높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북미항로에 배선된 선박들은 미중 무역분쟁에 힘입어 대부분 만재 상태였다.
페룰리 대표는 올해도 관세 문제가 수급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하면서, 오는 5월부터 시작하는 운송계약이 영향을 받을 거라고 전망했다. 화주들이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선적 시기를 예상하는 게 어렵다보니 관세 유예 일몰을 앞두고 화물이 몰리면 해상운임이 치솟을 수도 있다. 높은 수준의 운임이 유지되면 SC 운임책정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특히 선사들이 화주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선복을 조절하면 올해 운임 수준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양국관계에 따라 수요가 급변하다보니 선사들의 공급정책이 ‘트리거’로 작용하는 셈이다.
내년 1월부터 황산화물 배출규제가 본격화되는 점에서 선사들이 대형 화주와 맺는 신규계약에 유류비 인상 고지서를 추가로 들이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요 선사들은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따른 연간 유류비로 평균 10억~20억달러를 책정했다. 하파크로이트 머스크라인 CMA-CGM(APL 포함) ONE 등은 지난 1월1일부터 저유황유 도입을 문제로 유가할증료를 걷고 있으며, MSC는 올 4분기부터 할증료를 도입한다.
선사들은 2017년부터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유가에 미온적으로 대응했지만, 유류비가 영업실적 부진의 최대 요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지난해부터 부랴부랴 유가할증료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화주와의 계약조건에 따라 선사들은 유류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했다. 일부 선사만 3분기와 4분기에 인상된 비용을 운임 체계에 반영하는 정도였다.
선사 vs 화주 줄다리기 승자는?
올해 해상운임은 유가할증료가 반영되면서 지난해보다 소폭 오를 전망이다. 페룰리 대표는 “지난 40여년간 해운시장에서의 운임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됐을 뿐, 비용에 좌우되지 않았다”면서도 “올해 선사들이 기본 해상운임에 유류비 형태의 할증료를 반영해 적정 수준의 운임인상에 나설 거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황산화물 배출규제가 본격화되는 내년 1월에는 할증료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선사들의 공급정책은 해상운임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작용할 거라고 평가했다. 페룰리 대표는 “선사들이 북미항로에서 선복 감축에 주력했던 것처럼 올해도 공급관리에 공을 들이면, 합리적인 운임 인상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구주항로에서 했던 잘못을 반복하면 운임은 크게 하락할 거고,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결정은 선사들의 몫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북미항로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이 최악으로 치닫게 되면 선사들은 두 가지 조치 중 하나를 취할 거라고 전망했다. 선사들이 현 수준의 물량과 현금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운임을 급격하게 인하하거나, 2009년 말과 2010년에 행했던 것처럼 선복을 관리할 거라는 분석이다.
그는 선사들이 운임인하 등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면 화주들이 추가 화물을 싣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선사들이 공급축소 정책을 일관되게 펼치면 고수익을 누릴 거로 전망했다. 해운업계가 공급정책에 치중하는 게 좋을 거라는 뉘앙스다. 해운업계는 2009년에 210억달러 규모의 집단 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공급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80억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고 세계 무역성장률이 3~6%를 거둔다는 긍정적인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선사들의 공급정책과 유류비는 첨예한 문제로 작용한다. 페룰리 대표는 “선사들이 (화주와의) 새로운 계약을 앞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중요해진다”며 “유가상승에 따른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얼마나 유류비를 인상하지, 선복은 어떻게 관리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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