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차량의 시대가 저물고 이를 대체하는 전기·수소차의 시대가 바짝 다가왔다.
세계 주요 국가는 중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휘발유·경유 차량의 판매를 줄이거나 금지하는 추세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허용 기준을 강화하면서 친환경 자동차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스웨덴의 볼보는 2019년부터 전기 모터 차량(전기차, 하이브리드차)만 제조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탈리아의 이베코는 디젤엔진이 탑재되지 않은 차량과 차체를 내놓는 등 ‘탈디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연기관의 종말은 자동차 부품사의 위기와 직결되며, 이를 운송하는 물류협력사의 위치도 위태로울 수 있다.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배터리, 전기모터, 인버터/컨버터,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자동차부품공업협회에 따르면 내연기관 차량의 부품 수는 2~3만개에 달하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1만개 수준으로 3분의1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자동차산업의 SCM(Supply Chain Management) 변화는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여기다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의 기술개발도 자동차산업의 SCM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래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될 수 있다.
올해 3월 세미나허브 주최 ‘자율주행자동차 시대를 대비한 융복합 기술 및 비즈니스 전략 세미나’에 참가한 글로벌 IT기업 관계자는 높은 단계의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차량 내에서 업무를 하거나 영화, 독서, 수면을 취하는 건 물론 간단한 종류의 음식 조리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침대나 가구업체 등이 자동차업체와 협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오디오 전문기업 ‘하만인터내셔널(이하 하만)’을 인수한 배경 역시 커넥티드카 시장 진출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자율주행을 위한 5G 이동통신 기술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T에 따르면 올해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한 국내 주요 도로의 HD맵을 구축하고, 2019년엔 5G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주요 지역에 5G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동시에 AI(인공지능) 분야 글로벌 선도업체 엔비디아(NVIDIA), 초정밀 지도업체 히어(HERE)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자율주행 실험도시(K-City) 구축해 자율주행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전연구원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실도로 환경에서 자율차를 운행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법규 인증 및 민간부문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를 통해 2018년 자율주행의 상용화 토대를 마련하고, 2020년 고속도로 자율주행 실현이 가능한 확산기(레벨3)를 거쳐, 2022년 자율주행차 성과를 가시화해 완전 자율주행 기반을 마련(레벨4,5), 2030년 완전자율주행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물류 프로세스 변화 불가피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물류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조달물류의 경우, 약 2~3만 가지의 부품 조달을 필요로 하며, 여러 부품사의 협력구조로 이뤄져 있다. 특히 JIT(Just in time)/JIS(Just in sequence) 부품 조달이 생산라인 가동률과 직결되며, 적시 공급을 위한 필수적인 IT 시스템 지원도 필요하다. 운영방식도 서열공급, 모듈공급, 서브조립 등으로 다양하고, 국내/국제운송(항공, 철도, 도로) 등 복합운송 형태로 이뤄진다.
이러한 구조에서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면 자동차산업의 물류체계는 기존보다 단순화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물류운영시스템의 효율화와 비용절감, 리드타임 감소 등이 예측된다. 즉 제조공정 공급사슬의 변화에 따른 자동차 물류와 생산의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전기차의 성능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지’ 부문의 공급사슬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중국의 전기차 시장 확대와 정책지원, 이에 따른 로컬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급속한 성장은 자동차산업 SCM의 변화를 예고한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대부분 로컬업체가 장악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이 결정적 원인이다. 로컬업체들은 정부의 정책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향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의 우위를 점하려는 모습이다.
여기다 최근 논의되는 3D프린팅 기술의 도입도 자동차 물류 구조를 뒤흔드는 핵심으로 꼽힌다. 예컨대 3D프린팅을 활용하면 근접 소싱으로 인한 항공/해상비용이 절감되고, 중간단계가 사라져 제조업체와 고객이 직접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앞서 언급한 이슈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내연기관의 종말과 전기자동차의 확산, 여기에 자율주행차의 기술개발이 완성되면 ‘자동차’의 개념은 완전히 새로운 문화로 진화될 수 있다.
물류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산업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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