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와 수교 60주년을 맞은 동남아 인도차이나 중심부에 위치한 태국은 밧화(貨) 경제권의 중심국가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의 GDP는 4554억달러(약 508조7700억원) 규모를 기록했으며, 올해 3.6~4.6%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태국은 1990년대 외환위기 이전까지 8.0%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총투자 감소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태국은 중진국 함정 탈출을 위한 태국 4.0 정책을 펴고 있으며, 10대 미래산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항공·물류도 포함돼 있다.
태국의 무역의존도는 101.5%로 수출입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2017년 수출은 19.4%, 수입은 14.7%의 증가세를 유지했고, 올해도 수출 6.0%, 수입 6.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대(對)태국 수출 품목은 ▲철강 ▲반도체 ▲합성수지 ▲석유제품 등이며, 수입 품목은 ▲반도체 ▲컴퓨터 ▲임산물 ▲가정용 회전기기 ▲목재류 ▲알루미늄 등이다. 태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약 400개사로 주로 전기·전자 및 자동차 부품, 철강기업의 진출이 많은 편이다. 물류기업 가운데는 CJ대한통운, 판토스 등이 진출해 있다.
아세안 물류허브…서플라이체인 개선
지난 8월 29일 열린 태국국제물류박람회(TILOG LOGISTIX)를 취재차 방문했다. 전시회에는 물류솔루션 업체와 IT, 플랫폼 기반의 물류스타트업도 다수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전체적인 전시회 분위기는 물류기업의 디지털화와 공급망 개선에 역점을 뒀다는 게 느껴졌다. 현지에서 만난 태국 정부 관계자는 “전시회는 수출기업의 물류지원과 공급망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방문한 태국 물류기업(포워더)은 기존의 종이 문서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해 업무의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기존 인력은 업무를 재배치해 전체적인 업무의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흥미로웠던 점은 물류기업임에도 IT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다는 점이었다. 종이문서의 디지털화를 통해 추출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현지의 일부 기업을 통해 엿보긴 했으나, 태국의 물류산업은 IT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향한 새로운 여정에 나서는 듯 보였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8 물류성과지수(LPI)에 따르면 태국은 160개국 가운데 32위(5점 만점에 3.41점)를 기록했다. 2016년 45위(3.26점)에서 무려 10계단 이상 상승한 셈이다. 항목별 점수를 보면 ▲통관 3.14점 ▲기반시설 3.14점 ▲국제수송 3.46점 ▲물류품질 및 역량 3.41점 ▲화물추적 3.47점 ▲정시성 3.81점으로 집계됐다. 2016년과 비교하면 모든 항목이 골고루 증가했고, 특히 물류품질과 화물추적, 정시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은 동남아와 인도차이나, 중국 본토 및 기타 아세안 지역을 잇는 육상물류 요충지에 위치해 있어 물류허브로서 성장 잠재력 역시 매우 높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태국의 동서남북으로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4개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태국의 77개주 가운데 32개주는 다른 국가와 5582km 접해 있다. 또한 1320km에 달하는 미얀마-태국-라오스-베트남 ‘동-서 경제도로’와 2000km에 달하는 태국-라오스-중국 ‘남-북 경제도로’, 1020km에 달하는 태국-캄보디아-베트남의 ‘남부경제도로’가 있다. 특히 동-서 경제도로는 태국과 라오스부터 베트남 항구까지 이르는 최단경로로 도로-항만의 복합운송이 가능해 운송비용 절감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현재 태국 정부는 물류산업 육성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으며, 특히 수출기업 물류지원과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태국은 지리적으로 물류의 요충지에 자리해 있고, 경제적으로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물류비용 절감이 곧 제조기업과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되는 까닭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확대 시동
태국 상무부 국제무역진흥국(DITP)에 따르면 태국은 2021년까지 무역경쟁력을 아시아 5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국제무역에서 태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태국 제품과 서비스시장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른 일환으로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KMI에 따르면 중국-아세안의 올해 전자상거래 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와 관련한 투자 및 인수합병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엔 한국의 쿠팡과 협력해 한국의 전자상거래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은 현재 홈페이지에 ‘태국몰(Thai Mall)’ 카테고리를 별도로 구성해 태국 식료품을 판매하고 있다. 취급품목수(SKU)는 아직 700개 수준이지만, 향후 뷰티, 가구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해 SKU를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DITP 관계자는 “한국은 5년 안에 일본과 영국을 넘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이커머스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고속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고, 많은 고객들이 인터넷 거래와 배송을 신뢰하고 있으며, 그 수치가 매월 성장하고 있어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유통 채널로써 이커머스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쿠팡은 로켓배송을 구축을 위해 메가 물류센터를 포함해 50개 이상 전국단위의 물류센터를 포함해 50개 이상 전국단위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한국의 모든 소비자들은 쿠팡에서 온라인 쇼핑을 통해 태국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며, 쿠팡맨의 로켓배송을 통해 제품을 문 앞까지 배송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쿠팡 관계자는 “SKU 증가에 따른 물류센터 확장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직매입은 향후 거래 추이를 지켜보면서 판단할 예정으로 직매입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태국몰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제품의 성격에 따라 각각 다른 센터에서 배송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EEC 프로젝트…육해공 물류인프라 투자
태국은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와 동시에 인프라 개선과 확대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세안국가들은 전자상거래 확대에 따라 물류비 절감을 위해 국경간 물류허브 구축 등 체계적인 운송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태국 방콕무역관에 따르면 태국이 추진하는 동부경제회랑(EEC) 개발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5년간 총 1조5000억밧(약 51.5조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될 예정으로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는 ▲U-Tapao(유-타파오) 국제공항 ▲Laem Chabang(램차방) 항구 ▲고속철도 및 복선철도 공사 등이 있다.
유-타파오 국제공항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000억밧(약 6.9조원)을 투입해 신활주로 공사, 신고속철도 연결공사 등이 핵심이다. 동시에 타이항공 및 전략적 제휴업체에 의한 항공기 유지보수 및 점검센터도 구축된다.
같은 기간 램차방항은 예산 880억밧(약 3조원)을 들여 세계 10대 항구 및 아세안 중심항구로 키운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컨테이너 수용능력, 수출차량 수용능력 등을 대폭 늘려 물류허브 및 인도차이나로 향하는 관문항으로 육성시킨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이 기간 예산 1580억밧(약 5.4조원)이 투입돼 방콕-라용간 고속철도 공사도 추진된다. 고속철로 3개 공항(수완나품, 돈므앙, 유타파오)을 1시간 거리로 연결하고, 수완나품 공항과 유타파오 공항은 45분 거리로 연결해 연간 1억1000만명의 승객을 수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643억밧(약 2.2조원)을 들여 램차방-맙타풋항을 연결하는 복선 철도를 개선하고, 램차방-플루악 댕 라용, 따풋-라용-짠타부리-뜨랏을 연결하는 신루트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