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2018년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의 주된 요인으로 신흥국 위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터키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등의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많은 신흥국들의 주가도 급락하고 있고, 자본유출로 인해 세계 경제에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신흥국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배경과 경과를 이해하고, 한국 경제의 적절한 대응책을 본 칼럼을 통해 제안해 보고자 한다.
미연준의 마이웨이식 금리인상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가속화 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 적극적으로 통화량을 늘리고,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쳤다. 미국의 실물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2016년 1.5%에서 2017년 2.3%로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고, IMF의 7월 전망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2.9%, 2.7%의 높은 성장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자, 통화량을 축소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2015년 12월, 2016년 12월 각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2017년에는 3차례 인상했다. 2018년 한 해 동안에는 4차례, 2019년에는 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로 미국 연준은 발표했다. 미국은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달러가치는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JP모건(JP Morgan)신흥국 통화지수는 2018년 2월 71.2p의 고점을 기록한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달러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향후에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유지된다고 했을 때, 달러와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는 점차 벌어지게 될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대신흥국 제재
고래 싸움에 신흥국 새우등이 터지고 있다. 미중간의 무역분쟁에 따라 원자재 공급자의 역할을 하던 신흥국들이 타격을 입고, 제조기지 역할을 하던 신흥국들이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특히, 무역분쟁이 확산될 경우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타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의 몇몇 신흥국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제재로 해당 신흥국뿐만 아니라 경제적 고리가 깊은 국가들에게까지 영향이 전가되고 있다. 먼저, 미국은 터키 법원의 미국인 목사(Andrew Brunson) 구금 결정(2018년 7월 31일)에 대해 터키 장관 2명(법무부, 내무부)에 대한 금융제재 조치(미국내 자산 동결 및 미국과의 거래 금지)를 발표했고, 2018년 8월 3일 터키 수출품에 대한 관세면제($17억) 재검토를 발표했다. 한편,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영국 이중 스파이 암살 사건)에 대해 러시아 국가 안보와 관련된 상품 수출 및 기술이전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도 상당한 불확실성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이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대이란 경제제재를 강화해 오고 있다. OPEC 회원국 중 원유 매장량이 세 번째로 높은 이란의 원유공급에 제한이 있게 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더욱이 이란의 이웃나라인 이라크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를 모두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정치적 불안정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흥국의 자금유출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터키 리라화, 러시아 루블화 등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수출 축소로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큰 나라들은 충격이 중첩되고 있다. 신흥국 자금유출 우려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다른 신흥국에 투자됐던 자금을 회수해 안전자산으로 옮기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MSCI 신흥국지수는 2018년 1월 1,254.6p를 기록한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위험한 신흥국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 많은 연구기관들은 위기신흥국들을 분석해 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고위험군에 속하는 국가에는 아르헨티나, 터키, 이집트, 미얀마, 남아공, 우크라이나가 포함된다(현대경제연구원, 2018.7.)
고위험군에 속하는 신흥국들은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폭이 크고, 고물가에 따른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신흥국의 외화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채무상환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터키의 외화부채 비중은 GDP대비 70%로 최대이고, 헝가리(64%), 아르헨티나(54%), 폴란드(51%), 칠레(50%)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달러화 차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신흥국 기업과 정부에 대한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불확실성 속에서 확실성을 찾아라
첫째, 기업들은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환율 등의 금융지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취약 신흥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해당 국가들에 관한 경영환경을 더욱 신중히 진단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모니터링 기능이 약한 중소기업들에게 적극적인 메신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수출지원 정책이나, 원자재 공급선 관리 등의 면에서 신흥국 경제 여건을 정확히 안내해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셋째, 정부의 경제정책은 신흥국 위기의 국내 경제 전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개별 신흥국의 위기 발생은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몇몇 취약 신흥국의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음에 유의해, 국내 경제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하겠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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