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0 17:33

'유가 오르는데…' 컨테이너운임 작년보다 하락세 전망

건화물선시장 '나홀로 호조' 유조선·컨선 '먹구름'
KMI 하반기 해운시황 및 이슈 세미나


올해도 전 세계 주요 컨테이너 항로에서 운임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남은 하반기에도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기 위한 선사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미주·유럽 등 대부분 컨테이너항로에서 운임이 하락할 거란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최건우 연구원은 지난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KMI 2018년 하반기 해운시황 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아시아-미주(서안)항로 평균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260~134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평균 운임인 1485달러보다 5~10% 이상 하락한 수치다.

아시아-유럽항로의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운임 역시 760~880달러를 기록, 지난해 876.1달러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1만8000TEU급 선박의 인도가 연기되고 있지만 수요 대비 공급과잉으로 운임 반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시아역내항로도 어두운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평균 운임은 TEU당 145~155달러로, 2017년 148.2달러와 유사할 거란 예측이 나왔다.

2017년 2분기 이후 유가상승으로 선사들의 운영비는 증가하고 있다. 드류리에 따르면 선사들의 운영비용은 연간 50억달러가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2019년 이후 미국 셰일가스 공급으로 유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과잉은 선사들의 운임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도 전 세계 컨테이너항로에서 공급이 수요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선사들의 화물유치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 연구원은 아시아-미주(서부)항로의 올해 수요와 공급은 지난해 대비 각각 4.2% 7.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유럽항로에서도 공급(6.3%)이 수요(3.7%)를 앞지르고, 아시아-동남아항로의 공급(10.2%)은 수요(5.1%)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동남아항로는 높은 수요 증가에도 신규항로 개설 등으로 공급량이 많아 운임상승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최 연구원의 분석이다.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2233만TEU를 기록할 전망이다. 총 187척(138만6천TEU)의 선박이 신규 공급된다. 지난해 161척(119만5천TEU)과 비교해 약 29.1% 증가한 수치다. 해체량은 2011년 이래 최저치인 20만TEU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올해 컨테이너 선대는 총 5328척(2233만TEU)에 달할 전망이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3.7~5.3% 증가해 2억TEU를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지만 2017년(5.8%)에 비해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BDI 1260포인트 기록전망…공급부담 완화로 전선형서 상승세

공급과잉 여파에 컨테이너선·유조선 시장전망이 어두운 반면, 건화물선 업황은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KMI 전형진 실장은 '건화물선 시장동향과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신조선 인도량 감소로 건화물선시장의 공급부담이 완화되는 한편, 수요에서는 철광석 석탄 곡물 등의 물동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평균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1260포인트를 기록, 지난해 1145포인트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나막스는 중국·인도의 석탄 수입 증가, 북미·남미 곡물생산 증가 등으로 수요 흐름이 양호해지고 발주잔량 최소화 등으로 공급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운임은 1만1500달러로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수프라막스는 중국의 철제품 수출 유지, 임산물 농산물 비료 등 교역증가 등이 호재로 작용해 연평균 1만800만달러의 운임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유조선시장은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선복이 증가하며 컨테이너시장과 마찬가지로 악재를 이어갈 전망이다. KMI 윤재웅 연구원은 2018 2분기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발주잔량은 92척으로 2018년 29척, 2019년 46척, 2020년 이후 17척이 인도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 발주량은 27척(8억2400만DWT)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한다는 관측이다. 다만 2018~2019년 물동량은 1.1~2.2% 수준으로 공급조절이 지속되며 물동량의 뚜렷한 증가요인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 한국해양대학교 이기환 교수


해운금융, 조선 절반도 안돼…민간금융 유인 시급

이날 세미나에서는 조선에 비해 해운금융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전 세계 해양금융 규모는 2007년 최고조인 약 1500억달러에 도달한 후 2016년 479억달러로 곤두박질쳤다. 해운업 불황과 동시에 신조 발주가 감소하며 해양금융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국내 금융권이 제공한 선박금융 규모(선주금융+조선사 RG, 제작금융, 보증·보험) 역시 2010년 30조6000억원에서 2016년 8조5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국내 해양금융 규모는 8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조선금융은 5조8000억원인 반면, 해운금융은 절반도 안 되는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해양진흥공사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맡은 한국해양대학교 이기환 교수는 "해운과 조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장 중요하며, 해운(선박)금융 육성은 정책적으로 추진돼야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의 선박금융 대출금액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말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선박금융 대출잔액은 2조1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의 자산대비 선박금융 비중은 0.12%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반상업은행들의 해양금융 비중 역시 국책은행 대비 10% 수준에 그쳐 다른 국가들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유럽에서 선박금융 대출규모가 감소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정체 상태"라며 "국내 시중은행들이 선박금융에 손을 뗐다고 봐도 된다"고 토로했다.

국내 해운금융의 문제점도 잇따라 제기됐다. 이 교수는 ▲해외 선박금융기관 중심의 금융 ▲선화주간 협력 부족 ▲외화 금융 의존도 심각 ▲전문인력 및 노하우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선박 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해 해운금융 전문인력 양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 선화주간 상생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해운조선금융 3박자가 맞아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그는 해양진흥공사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하는데 한계가 있어 정책금융기관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민간금융을 적극적으로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KMI 박용안 연구위원


선사들 亞-북미동안서 화물유치 경쟁 이어간다

"과거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벌어졌던 선사들의 치열한 화물유치 경쟁이 앞으로는 아시아-북미동안항로에서도 전개될 것이다."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과 더불어 컨테이너선의 대형화가 이뤄지면서 전 세계 해운사들의 관심이 미국 동안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박용안 연구위원은 "글로벌 해운시장의 선도 경쟁이 아시아-유럽과 더불어 아시아-북미동안 항로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확장 이후 파나마운하를 통과한 컨테이너선 척수는 줄었지만 크기는 대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아시아발 미국 동안행 서비스는 개통 전(2016년 1월) 13회에서 개통 후(2017년 1월) 9회로 줄었지만 평균 컨테이너선의 크기는 4500TEU에서 6900TEU로 50% 이상 커졌다.


 

유럽항로에 기항하던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은 파나마운하 확장에 발맞춰 북미항로로 뱃머리를 돌렸다. 그 결과 2015년 9월 6956TEU를 기록했던 동북아-북미항로의 평균 선형은 올해 4월 8606TEU로 몸집이 더욱 커졌다. 같은 기간 4000~5100TEU급 기항 척수는 177척에서 70척으로 반토막 났지만 1만~2만TEU급 대형선들은 31척에서 90척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파나마운하를 통과한 전체 선박은 1만3548척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으며, 통항비 역시 22억3600만달러로 12% 늘었다.

확장 이후 운하를 가장 많이 통과한 선형은 네오파나막스급이었다. 2017년 10월~20187년 5월 동안 운하를 통과한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은 2015년 10월~2016년 9월 기간보다 약 7배(224척→1561척) 증가했다. 지난해 파나마운하를 경유한 화물은 2억4천만t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미국 동안에 배선됐던 파나막스급(3000~5100TEU) 선박은 자연스레 아시아역내항로로 캐스케이딩(전환배치)됐으며, 선사들의 화물유치 경쟁으로 이어졌다.

특히 아시아역내항로를 투입된 4000~5099TEU급 컨테이너선은 2015년 9월 71척에서 2018년 4월 143척으로 두 배나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선형 역시 1499TEU에서 1621TEU로 늘었다.

파나마운하를 향한 선사들의 관심도가 증폭하자 컨테이너 항만들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싱가포르 포트클랑 자카르타 램차방 까이멥 등에서는 선사들의 아시아-북미동안 취항이 잇따르자 항만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시설 확장(뉴욕항 베이온 교량)과 복합운송망 확충(CY 철도역 선로개량) 등으로 미국 동안에서 시작된 경쟁이 이제는 동부 대 서부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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