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9 09:31

칼럼/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의 발전 및 글로벌 물류시장 진출 방향

이헌수 편집위원 (한국물류산업정책연구원장, 항공대 교수)

지난 10여 년 간 세계경제는 연평균 5.4% 성장했으나 세계 물류시장은 7.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세계 경제의 단일화, 제조업의 국제 분업화 등으로 인해 국제 물류시장의 빠른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부 장애요인이 있기는 하나 세계시장 자유화의 확대,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심화, 글로벌 경영의 심화 등은 글로벌 SCM(GSCM) 및 네트워크의 확대라는 당면과제를 우리 물류산업에 안겨주고 있다. 또 글로벌 시장의 경쟁 및 리스크 증대, 고객 수요 및 서비스 요구의 급격한 변화 등은 대단히 유연하고 더 나아가 리스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SCM 네트워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물류기업들은 글로벌 매출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시장의 범위, GSCM의 각 단계에 대한 개입수준 등의 측면에서 글로벌 선도기업들과 아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종합물류기업 세계 5위권의 매출액을 기록한 바 있는 글로비스의 경우도 부품유통 매출액 및 계열사 매출액을 제외한 순수 3PL 매출액은 DHL, UPS 등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한진해운은 도산, 대한항공은 매출 위축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한진해운, 대한항공 등 세계적인 물류기업을 보유한 해운과 항운은 국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러한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따라서 해운 및 항운 시장의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엄청난 경쟁과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항운의 경쟁력 저하, 한진해운의 파산이라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러한 기업들이 자신이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하든지 혹은 더 바람직하게는 이들 기업과 연계돼 있는 3PL 기업이 글로벌 선도물류기업(LLP)으로 성장해 나감을 통해 그 잠재력을 활용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매우 크다.

이제 많은 우리 물류기업들이 대기업은 대기업 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 대로 어떤 식으로든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의 발전 및 글로벌 물류시장 진출 방향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인 것 같다.

우리기업들의 글로벌 물류시장 진출 현황 및 발전 방향

판토스, 글로비스 등과 같이 계열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에 따라 GSCM 네트워크가 확대된 기업들도 있으나 최근 2~3년 간 적극적인 글로벌 M&A를 추진하고 있는 CJ대한통운 등 일부기업을 제외한 3PL 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는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우리산업의 최대 생산지에서 최대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도, 많은 우리 물류기업들이 동부연안에 사업거점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단계의 진입은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한(武) 등 중부의 물류 교착지 진출, 서부내륙 지역 진출 등은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의 각 지역에 진출한 물류기업의 수도 2012년과 2016년을 비교해 보면 광둥(퍳껪)성은 27개에서 55개로 늘었으나 다롄(大)을 포함한 랴오닝(첦)성은 35개에서 22개, 우한(武)을 포함한 후베이(湖北)성은 3개에서 1개로 오히려 감소했고 서부지역인 쓰촨(四川)성은 3개에서 5개로, 충칭(重펃)은 1개에서 3개로 증가했으나 업체 수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 우리기업의 진출이 가장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이머징 마켓인 베트남은 2014년과 2016년을 비교할 때 우리 물류기업의 수가 호치민이 40개에서 80개로 하노이가 26개에서 48개로 늘어났으며 태국은 17개에서 28개로, 미얀마는 13개에서 14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또 다른 주요 이머징 마켓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29개에서 20개로, 말레이시아는 14개에서 13개로, 인도는 29개에서 24개로 오히려 감소했다.  

위의 데이터에 근거할 때 중국의 서부 대개발 정책으로 인해 동부연안 기업들의  중부 및 서부 내륙으로의 이동이 심화되고 있으나 우리 물류기업들의 진출은 아직 매우 제한적이다. 또 우리기업의 GSCM 범위가 중국에서 동남아지역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으나 가장 우선적인 타겟인 베트남 그리고 태국을 제외한 다른 이머징 국가들로는 중국 중서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직 매우 제한적으로만 진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물류기업들은 중국 내수 물류시장의 확대, 내륙 물류 인프라의 급속한 확충과 같은 기회요인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 우리의 대응능력에 따라 위협 혹은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는 중국 및 동남아 물류 네트워크 및 거점 투자 확대 필요, 대폭적으로 확대된 GSCM 시장에 대한 지역별로 차별화된 진출전략 필요성, 동아시아 GSCM 시장에 있어서의 선점경쟁 심화와 같은 환경요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글로벌 물류산업 현황 및 우리 물류기업의 발전 방향
 
글로벌 물류산업에서는 M&A를 통한 국제 물류시장 통합 현상, 독과점 체제 가속화로 인한 시장지배력 편중화 및 시장진입 장벽 형성 등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종합물류기업인 DHL의 경우 DPWN, Exel, Danzas, AEI, Airborn 등 수많은 M&A가 이루어졌고, 해운분야는 Maersk, Sealand, P&O Nedloyd 간의 M&A 뿐 아니라 2M(Maersk, MSC, 제휴선사로서 현대상선)과 같은 얼라이언스를 통해서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M&A는 규모의 경제 효과와 지역 및 서비스 범위의 경제효과 제고, 약점의 신속한 보완 등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 FedEx의 경우도, 글로벌 물류시장 진출 위해 운송망이 잘 구축된 회사를 인수해 루트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M&A를 통해 초대형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했고 무역 및 통관업체, 소화물 운송업체, LTL 업체, SCM 솔루션 업체 등을 인수해 글로벌 3PL 업체로서의 위상을 빠른 속도로 확립했다.

우리기업들도 해운, 항운, 육운, 3PL, 컨설팅, IT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파트너 및 계열사의 효과적인 제휴 및 협업(orchestration)을 통해 글로벌 LLP(선도물류기업)로 성장해나가야 하며 이런 LLP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나가야 한다. 

우리 해운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주요 선사들의 수익구조의 편중성이다. 일본 선사들의 경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컨테이너 사업과 벌크 사업 간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등 영업이익의 원천이 상대적으로 다양해 장기적인 컨테이너 시장 침체의 영향을 덜 받았으나, 한국의 양대 선사는 컨테이너 위주의 수입구조로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따라서 NYK가 일찍이 종합물류기업(logistics integrator)을 지향해, 자동차 SCM, 유통 SCM 연계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Maersk의 물류기업인 Damco가 글로벌 top10 3PL 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우리 운송 및 물류 기업들도 화주기업들의 글로벌 SCM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시급히 갖추어야 한다.  

우리 물류기업의 진출이 이루어지기 시작한지 상당한 기간이 지난 중국시장의 경우는 조달, 생산, 판매, 수출입 물류 등 다양한 GSCM 단계에 대한 물류 서비스가 어느 정도는 이루어지고 있으나 한국 화주기업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본격적인 진출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베트남을 포함한 다른 이머징 시장의 경우 한국 화주기업에 국한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물류기업들이 국가 간 물동량에 대한 포워딩 비즈니스에만 집중해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러한 제한된 비즈니스는 화주기업의 지속적인 가격인하 요구, 증가하는 우리 물류기업에 의한 출혈경쟁 심화, 글로벌 운송 플랫폼에 의한 포워딩 사업의 대체, 로컬 물류기업의 경쟁업체로의 성장 등에 의해서 지속적인 위협을 받게 되고 결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M&A, 제휴 등을 통한 현지 및 글로벌 네트워크 및 물류 거점시설의 확보, 글로벌 트래킹 시스템 등 글로벌 가시성의 확보, IT에 기반을 둔 혁신 비즈니스 모델 도출을 포함한 현지 물류기업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능력, 특정 산업 및 지역에 특화된 전문성, 다양한 공급망(supply chain) 구성원을 조정 및 통합관리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및 관계관리 능력 등을 확보하는 노력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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