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를 기항하는 선사들이 올해 한국해운연합(KSP)을 통한 항로 합리화를 배경으로 운임인상에 나선다. 지난해 8월 KSP 출범 이후 국적선사 8곳은 한국발 호치민 방콕 램차방 노선에서 항로 합리화에 합의했다.
항로 합리화는 A그룹인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이 선복을 공유 중인 ‘KHS2’와 남성해운 동진상선 범주해운 천경해운 팬오션 등 5개 선사가 공동 배선하는 ‘TVX’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두 컨소시엄은 3월까지 ‘KST’로 뭉칠 예정이다. 주요 국적선사 관계자들은 그동안 마이너스 실적으로 채산성 악화가 심화된 만큼 올해 항로 합리화로 수익성 제고를 꾀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중국발 동남아(싱가포르행) 운임은 크게 변동 없는 모습이다. 상하이해운거래소(SSE)에 따르면 상하이발 싱가포르 노선 운임은 12일 기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1월3일 174달러까지 찍은 이후 운임은 점진적인 하락세를 띠고 있다.
한국발 태국·베트남항로 운임은 19일 현재 20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주요 선사들은 태국·베트남항로와 인도네시아에 50~150달러 규모의 기본운임인상(GRI)을 1월부터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큰 재미를 못 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물량 밀어내기가 과거보다 일찍 마무리된 게 컸다는 평가다. 한 선사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연말 종무식을 일찍 하면서 12월3주차부터 물량이 많이 모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달엔 운임이 소폭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선사들이 유류할증료(BAF)와 긴급유류할증료(EBS)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할증료는 2월 초부터 부과되며 규모는 30달러 선에서 합의됐다. 나아가 3월17일부로 TEU당 100~120달러의 GRI도 도입될 예정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적자를 거두고 있는 동남아항로가 유류할증료라도 적용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화물이 몰려드는 3월 GRI가 더해지면 동남아항로 운임은 300달러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적재율(소석률)은 전월 대비 15~20% 줄어든 60~7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1월이 상대적으로 비수기인데다 선복과잉이 여전하다보니 소석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해운업계가 집계한 지난해 한국-동남아항로 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276만9000TEU로 전년 233만1000TEU 대비 18.8% 증가했다. 140만TEU에 조금 못 미친 수출물동량은 2016년 121만5000TEU 대비 15.2% 증가했다. 가장 많은 물동량을 자랑하는 베트남향은 41만9000TEU로 전년 33만5000TEU 대비 25.3% 급증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거뒀다.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보인 말레이시아는 14만1000TEU를 거둬 전년 11만3000TEU 대비 24.2% 증가했다. 2016년 27만4000TEU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입물동량은 136만9000TEU를 거둬 2016년 111만6000TEU 대비 22.7% 폭증했다. 홍콩발 물동량이 2016년 29만4000TEU로 주요 동남아 지역 중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엔 베트남발이 41.8% 폭증한 38만1000TEU를 거두며 1위 자리를 꿰찼다. 반면 싱가포르는 5만2000TEU에 그쳐 주요 동남아지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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