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항만업계 전문가들이 급변하는 해운항만시장을 논하기 위해 부산에 집결했다. 한진해운 사태부터 선박 대형화, 얼라이언스 재편 등 굵직한 사건들이 쏟아지면서 전 세계 주요 항만도 선사들의 움직임에 발 빠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항만당국 관계자들은 항만간 동맹인 ‘체인포트’를 구축해 해운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5회 부산국제항만콘퍼런스(BIPC)가 지난 16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부산시 김영환 경제부시장, 부산진해자유구역청 진양현 청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박광열 청장 등 정부 관계자부터 덴마크 해운분석기관인 씨인텔의 알란 머피 공동대표, 글로벌물류연구소(GIL) 키에란 링, DP월드의 사이먼 피타웃 영업총괄부사장 등 세계 유수의 해운항만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부산항만공사(BPA) 우예종 사장은 “전례 없는 대규모 선사 인수합병 및 얼라이언스 재편에 대비해 이에 대한 대응전략이 심도 깊게 토의되면 좋겠다”며 “기존의 판을 뒤엎을 수 있는 혁신사례를 발굴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주요 항만·터미널업계 관계자들은 항만 동맹체인 ‘체인포트’ 결성에 열띤 논의를 펼쳤다. 체인포트는 해운항만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주요 항만들이 운영 정보를 공유하면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함부르크항과 글로벌물류연구소(GIL)가 체인포트를 첫 조성했고, 현재 부산항만공사 LA항만청 앤트워프항만청 싱가포르항만청 상하이항운그룹(SIPG)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날 패널들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시대의 도래로 전 세계 항만이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며 '체인포트'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함부르크항만공사 옌스 마이어 사장은 “함부르크항은 스마트기술 개발로 선사 터미널운영사 도선·예선사들이 서로 자료를 공유하면서 선박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2021년까지 지능형 신호등을 구축하고 바지선에 모바일 안전센서를 부착하는 등의 노력으로 지금보다 10배 이상 빠르고 안전한 항만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CMA CGM의 프랭크 마가리안 항만터미널계약총괄부사장은 “글로벌 선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선박 대형화나 운임 표준화 등의 노력에 나서면서 비용의 상당부분은 하역료가 차지하게 됐다”며 “선사의 요구에 항만이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느냐가 분수령인데 항만들은 체인포트를 결성해 난관을 해쳐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박 대형화에 따른 항만터미널의 변화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해운시장의 변화에 맞게 항만도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DP월드 사이먼 피타웃 부사장은 “터미널운영은 서비스업인 만큼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다. 터미널운영사 주주 항만공사 선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CMA CGM 프랭크 마가리안 부사장은 “선박 대형화가 언제까지 이뤄질지 알 수 없다. 선박 대형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고 추가 투자여부를 가릴 민간시장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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