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7000억 유상증자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관측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17일 수익구조 개선과 사업경쟁력 강화 등 영업측면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이 이 기업의 신용도를 가름하는 주요 변수라고 규정하면서 이 같이 평가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13일 693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산업은행(13.13%) 한국선박해양(7.2%) 등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배정한 뒤 실권주를 대상으로 일반공모하는 구조다. 청약 수요가 일반공모 주식수에 미달할 경우 나머지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공동대표주관회사에서 각자 한도 내에서 인수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거둬들인 대금 중 4000억원을 시설자금, 2936억원을 운영자금으로 각각 사용할 예정이다. 시설자금은 신조선의 자기자금 투자와 컨테이너 터미널 투자에 쓰인다.
한신평은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개선이 예상되지만 약화된 사업경쟁력과 수익 구조에 미뤄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경영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이나 내후년께 유동성 리스크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견해다.
신평사는 컨테이너시장 상황, 글로벌 경쟁구도, 경쟁력 강화방안을 향후 관찰 요소로 꼽았다.
최근의 시장 환경은 수급 개선과 독과점 심화로 요약된다. 우선 간선항로의 운임은 작년 대비 큰 폭으로 반등했다. 운임지수(CCFI)는 올해 8월까지 평균 836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7%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발 평균 운임(SCFI)은 1년 새 32% 상승했다. 구주항로가 시황을 견인하고 있는 양상이다.
상위권 선사 중심의 독과점화는 현대상선에 우호적이지 않다. 머스크(덴마크) MSC(스위스) CMA-CGM(프랑스) 하파크로이트(독일) 등 유럽계 4사와 코스코(중국) ONE(일본3사) 에버그린(대만)의 아시아계 3사로 시장은 정리됐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7개 선사의 선복점유율은 8월 기준으로 76%에 이른다.
아울러 해운 얼라이언스(전략적 제휴그룹) 구도는 2M 오션 디얼라이언스 체제로 재편됐다. 구주는 2M, 미주는 오션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급격히 진행된 구조조정 이후 경쟁은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상위권 선사들이 인수합병(M&A)과 실적 저하로 재무부담이 가중되자 공급 조절에 나선 까닭이다.
하지만 2~3위권 선사들이 주도하는 치킨게임 2라운드가 시작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코스코를 비롯해 MSC CMA-CGM 등은 지난달 말 2만TEU 이상의 컨테이너선을 경쟁적으로 발주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평사는 고용선료 부담 해소, 환경규제를 충족하는 친환경·고효율의 선박 확보, 터미널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한 화물비 절감 등의 경쟁력 강화와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현대상선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지적했다.
특히 2분기에 주요 글로벌 선사가 흑자전환했음에도 현대상선의 실적 개선이 부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무 측면의 구조조정은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영업 측면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상선은 구주·아주항로에선 시황 회복을 등에 업고 손실폭을 현저히 줄였지만 미주항로선 물량 증가에도 화물비가 발목을 잡아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변경으로 2019년부터 리스를 회계장부에 자산과 부채로 포함하게 되는 점도 대응이 필요하다. 선사들의 경우 장기용선 비용의 현재가치가 부채로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IFRS 리스 도입으로 1년 이상 장기용선이 80척에 이르는 현대상선의 재무구조가 저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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