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5일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로 ‘한국 여행상품 판매금지’를 시행한 이후 한중 국제여객선(카페리)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4월 한 달 여객이 반 토막 나다시피 했다.
한중카페리협회에 따르면 3~4월 두 달간 한중 카페리 15개항로 여객 수송 실적은 20만7909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만5717명에 비해 32% 감소했다. 이 기간 1만명을 넘긴 노선은 절반도 안 되는 7곳에 불과했다.
특히 소무역상(보따리상)이 타지 않는 북중국 노선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톈진과 잉커우 친황다오 노선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대거 예약을 취소하거나 승선 일정을 보류함으로써 여객 실종 사태를 맞고 있다.
진천국제객화항운이 취항하는 인천-톈진항로 여객실적은 지난해 3~4월 1만8335명에서 올해 3~4월 1111명으로 94% 감소했다. 무려 16분의 1 수준으로 여객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범영훼리의 인천-잉커우 노선은 85% 감소한 1725명, 진인해운의 인천-친황다오는 77% 줄어든 2258명을 기록, 감소율 기준으로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대인훼리가 운영 중인 인천-다롄은 69% 감소한 5584명, 위동항운의 인천-칭다오는 68% 줄어든 6145명, 연운항훼리의 인천-롄인강은 60% 감소한 4448명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인천-단둥(단동국제항운)은 58% 감소한 9969명, 인천-옌타이(한중훼리)는 43% 감소한 9740명, 평택-웨이하이(교동훼리)는 42.5% 감소한 2만36명, 인천-웨이하이(위동항운)는 16% 감소한 2만1579명, 평택-르자오(일조국제훼리)는 10% 감소한 1만6982명을 기록했다.
반면 군산-스다오(석도국제훼리)는 9% 늘어난 3만4119명, 평택-옌타이(연태훼리)는 7% 늘어난 2만9217명, 인천-스다오(화동해운)는 0.5% 늘어난 2만7229명을 각각 기록했다.
중국정부의 한한령(한류 제한 명령)에 아랑곳 하지 않고 견실한 성장세를 보여준 이들 선사도 표정이 어둡긴 마찬가지다. 단체관광객이 크게 줄어들면서 보따리상을 대거 태워 여객 숫자를 늘렸지만 수익 면에선 큰 폭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는 까닭이다.
카페리선사 관계자는 “일반여객 운임이 왕복 15만원이라면 상인 운임은 9만원대에 불과하다”며 “상인들을 더 태워 숫자를 늘리는 건 외형이 짐짓 확대된 거처럼 보이는 착시효과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인 이용객 비율 70%대로 하락
중국인 단체광광객의 감소로 한중 카페리항로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떨어졌다. 2월까지 84%에 이르던 중국인 비중은 3~4월 80%로 감소했다. 실적이 반 토막에 가까울 만큼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비율 하락세가 제한적이었던 건 중국인 소무역상들의 이용과 한국인의 중국 여행 동반 감소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산둥성에 밀집해 있는 중국인 소무역상들이 정부 조치에도 불구하고 생업을 위해 꾸준히 배를 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한국인들은 중국의 한한령 발동 이후 덩달아 중국 여행을 삼가고 있다.
월별로, 3월보다 중국의 보복이 첨예화된 4월에 카페리선사들의 피해가 더 컸다. 4월 여객수송실적은 지난해 15만6676명에서 올해 8만9157명으로 43% 감소했다. 3월엔 14만9041명에서 11만8752명으로 20% 감소했다. 중국인 비중도 3월 81%에서 4월 79%로 하락했다.
카페리선사 관계자는 “40% 할인한 운임을 내는 상인들이 늘더라도 선사 수익은 과거 관광객을 태울 때에 비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30억원 정도 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물 감소도 치명적이다. 카페리선사들은 여객보다 운임구조가 높은 화물을 통해 수익을 내왔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한국에서 나가는 수출화물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돼 선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다만 여객이 3월 중순 이후 곧바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면 화물은 4월 이후 약세가 표면화되고 있다.
3월까지 12만1124TEU를 수송하며 10%의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던 한중카페리 수송물동량은 4월 들어 성장 폭이 1.6%로 급격히 둔화됐다.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돼 물동량이 강세를 띠었던 인천-롄윈강이 31% 감소한 것을 비롯해 인천-톈진 노선이 11%, 인천-잉커우 노선이 2% 후퇴한 실적을 신고했다.
선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국산 기자재는 꾸준히 나가고 있지만 대체가 가능한 농산물이나 수산물 등은 중국에서 수입을 줄이고 있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며 “평택-룽청항로가 중단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다가 최근 사드보복 조치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성카페리 선박 도입 후 중국 파트너와 협상 中
사드 문제로 신설항로 출범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대산항(서산)과 중국 룽옌항(룽청시)을 잇는 노선이다. 당초 이 노선은 올해 4월 출범 예정이었으나 하반기로 출범시기를 늦춘 상태다. 출자금의 50%를 담당할 중국쪽 파트너 구성되지 못한 까닭이다.
한국에선 코린도와 대아그룹이 600만달러(약 70억원)의 자본금을 45% 5%씩 합작투자해 국내 운영사를 설립했다. 법인명을 ‘한성카페리’로 정한 한국측 파트너는 지난 2월 말 설립 후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경영진은 한성선박 오너였던 최풍남 회장과 씨앤훼리(황해훼리)와 연태훼리 등에서 근무한 강병록 대표이사로 구성됐다.
선박 도입도 마무리 지었다. 한성카페리는 지난 3월14일 스웨덴 선사 스테나와 2만4400t급 <스테나에게리아>(Stena Egeria)를 2년 동안 나용선(BBC)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선박은 길이 186.5m, 폭 25.6m에 여객정원 518명, 화물정량 300TEU다. 선사 측은 출범 초기 용선으로 항로를 운영하다 신조선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국 황하이조선과 선박 발주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쪽에서의 준비는 9부 능선을 넘은 상태지만 중국쪽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항로 개설을 적극 추진해왔던 중국 파트너 시샤커우(西霞口)는 사드 갈등이 표면화된 이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국 정부가 사드에 대응해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한중 합작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득 될 게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성카페리 측은 중국과 파트너 구성을 마무리 지은 뒤 7월 중순 전까지 항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설항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사드문제로 중국 민간사업자 구성이 되지 않아 애를 먹은 것으로 안다”며 “신정부 출범 이후 중국 파트너가 한국을 방문하는 등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전했다.
사드 사태에 대해 카페리업계 관계자는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정부와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사드를 미국에 되돌려줄 순 없지 않느냐”며 “사드 사태는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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