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똘똘 뭉친 ‘인사800’이 국내 해운항만시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사800은 지난 24일 한국항만연수원 인천연수원에서 전체모임을 통해 사업보고‧주요 안건 등을 발표하고, 해운항만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2006년에 창립해 올해로 만 11년째에 접어든 인사800은 인천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각종 정책과 대안 등을 제시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해왔다.
이날 인사800의 남흥우 회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미국 대선 등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언급하며, 인천지역 상공인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인천항은 내수부진과 수출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도출하자”고 말했다. 남 회장은 수도권 항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제고를 희망하며, 미래 해양인재들의 교육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최대 해양도시인 부산에서는 부산해사고를 비롯해 한국해양대학교가 자리하고 있어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 해 200만TEU를 넘게 처리하는 인천에는 해양 관련 교육기관이 인천해사고 외에는 없다. 심지어 인천해사고 학생들의 해상실습은 대부분 부산까지 직접 찾아가는 등 애로사항이 상당하다. 이러한 번거로움 때문에 인사800은 인천 해사고 학생들이 해상실습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천해사고 김명식 교장은 “모든 해운항만의 발전은 인력양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며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실습선을 도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지난 4년간 실습선 도입에 대해 선주협회 및 다양한 곳에 의견을 피력했으나 잘 수용되지 않았다”며 “힘들 경우, 부산에서 선박 한 척을 들여오는 등의 노력으로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질 것”이라고 실습선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제고를 위해 컨테이너 및 항만업의 현황을 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인천의 대표 항만하역기업인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의 성호용 이사는 최근 전략적제휴그룹(얼라이언스)의 흐름을 강조하며, 현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얼라이언스를 잘 유치해야 세계 최고의 환적항만을 꿈꾸는 부산항도 살아난다”며 “최근 3년간 1만TEU급 이상의 선박이 부산항에서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이 빠르게 환적물량을 장악하고 있다”고 위기론을 제기했다. 덧붙여 그는 “한진해운 사태로 국민들이 해운항만 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인천항 관계자들이 일선에서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인사800은 매년 인천항의 발전을 기원하는 용왕제와 시산제를 지내고 있으며, 항만 견학과 각종 세미나를 통해 항만 관련 업종 간 인적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800이란 숫자는 2004년 당시 인천항 최대의 현안인 인천대교 주경 간 폭을 800m로 확대해 인천항을 항만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한 범대위의 대정부 투쟁 승리를 기념하는 의미다.
인사800은 2008년 중반을 기준으로 회원수가 이미 80명을 돌파했고 더욱 다양한 항만관련 업종 종사자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고자 2008년 정기총회를 통해 모임의 명칭을 ‘인천항을 사랑하는 800모임’으로 변경됐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