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의 통합 터미널 운영사가 결국 절반의 성공을 거둔 채 출범했다. 신선대부두 운영사인 CJ부산컨테이너터미널(CJ KBCT)과 감만부두 운영사인 부산인터내셔널터미널(BIT)은 15일 창립총회를 열고 통합 운영사인 부산항터미널주식회사(BPT) 시대를 선언했다. 신감만터미널의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DPCT)과 자성대터미널의 한국허치슨터미널(HKT)은 연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통합에도 불참했다.
통합 운영사의 자본금은 570억원으로 책정됐으며 근해선사인 장금상선이 43%의 지분으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다. CJ대한통운의 지주회사인 CJKX홀딩스는 42.41%의 지분을 출자한다. 그 외 외국계 자본과 KCTC, 국보, 한진, 동부익스프레스가 소액주주로 참여한다.
CJ KBCT는 3개월 내로 부산항만공사(BPA)와 근해선사들이 증자에 나서 자본금을 최대 95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지만 쉽지 않다. BPA의 증자는 기획재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대 950억원까지 증자가 이뤄질 경우 BPA는 법정 최대 지분율인 29.99%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장금상선과 CJ KX홀딩스는 각각 최저 26%의 지분을 갖추고, 근해선사는 10%, 그 외 지분은 소액주주가 차지함으로써 지분구조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증자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장금상선과 CJ KX홀딩스의 지분이 더 늘어난다.
BPA는 통합법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유휴 선석 2개를 반납 받아 연간 130억원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 부두 임대료의 15%를 감면해주고, 15%는 1년간 납부 유예하는 등의 당근책도 제공한다.
DPCT‧BIT “통합 반대”…과제로 남아
북항 4개 터미널 운영사 중 통합에 반대해왔던 DPCT와 HKT는 이번 통합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분율 산정 방식과 출자액 차액지급방식 등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면서 통합 참여에서 멀어졌다. BPA는 내년께 나머지 2개 터미널도 통합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BPT의 대표이사 직에는 최성호 CJ KBCT 대표가 내정됐다. 관리본부장 직에는 KBCT의 김윤배 지원본부장, 운영본부장 직에는 BIT의 강상일 대표이사가 맡는다. 이번 통합 운영사 출범으로 CJ KBCT와 BIT의 영업권이 통합됨에 따라 장치율과 야적장 시설 등의 문제도 내부적인 검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 KBCT 관계자는 “북항에서 처리하는 200만TEU를 부산신항이 당장 흡수하지 못하는 만큼 북항의 역할은 중요하다”며 “경영이 어렵고 적자가 지속되더라도 정부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BPA 관계자는 “통합 운영사의 취지는 운영사들의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나머지 두 운영사가 통합에 참여할 시 임대료 감면 및 납부 유예 등의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통합은 언제나 열려있는 만큼 나머지 운영사들도 조속히 통합에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두 개 운영사가 먼저 통합하게 됐지만 북항 경영이 좋지 못한 만큼 단일운영체제로 통합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라며 “거시적으로 볼 때 내년 4월 얼라이언스 재편 시 북항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하므로 단일 운영사 체제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