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한 폼나는 용어나 늘어놓으면서 자신들이 물류스타트업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답답할 뿐입니다.”
정부가 ‘새싹기업’이란 말까지 만들어가며 물류스타트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막상 물류기업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달 물류스타트업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한 기업 관계자는 ‘물류스타트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도대체 물류스타트업이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전히 물류현장은 열악하고, 물량이 적은 화주는 기본적인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실정인데 대부분 이런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 물류스타트업과 관련된 세미나에 참석하면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과장을 소개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는 의견도 전했다. 그는 “내가 내 사업을 하는데 공무원을 왜 만나야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일은 안하고 입으로만 떠든다. 진짜 제대로 일하는 물류기업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겉만 화려한 기업에 관심을 갖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얼핏 보면 물류스타트업을 견제하는 기업에서 쏟아낸 하소연 같지만 사실 그 역시 설립 2년차에 접어든 물류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매월 1000%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사업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로부터 어떠한 투자와 지원도 받지 못했다. 자금이 필요할 때는 빚을 내서 충당했고,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며 사업을 안정화시켰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기업에 집중된 정부의 성과주의 물류스타트업 정책은 정작 견실한 물류스타트업을 철저히 소외시켰다. 그는 “물류와 관련된 공청회가 열려 제대로 된 물류스타트업을 선별하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며 “전문가로부터 객관적이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면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성과 위주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다양한 형태로 감지된다. 한 물류업계 고위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창조경제 성과물을 내놓기 위해 자꾸만 쿠팡이나 이런 기업들을 세종시로 불러 내린다”며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보여주기식으로 성과를 부풀리려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스타트업은 이같은 정부 정책을 악용해 제안서를 전문으로 작성하는 프리랜서를 채용해 이중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새나가고 있으며, 정작 자금을 지원받아야 할 우수 스타트업들은 자금난에 폐업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이 공격적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마구잡이식 지원을 벌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낮더라도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한 정부의 세심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겉만 번지르르한 기업이 아닌, 우수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빛을 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본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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