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채권단 관리를 확정지었다.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우리은행 등 현대상선 금융채권단은 29일 열린 제1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지난 22일자로 회사측이 신청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 절차(자율협약)의 개시를 100% 동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번 결정으로 현대상선 채무 1조2000억원 중 만기도래하는 원금과 이자를 3개월간 유예하고 외부전문기관을 선정해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방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자율협약은 용선주와 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동참을 조건부로 진행된다. 용선주나 사채권자와의 협상이 하나라도 무산될 경우 자율협약도 종료된다.
채권단은 회생절차(법정관리) 또는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이번 자율협약을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팬오션이나 대한해운 등 벌크선사와 달리 컨테이너가 주력인 현대상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선박이 외국 항만에서 가압류될 경우 막대한 규모의 소송에 직면할 수 있는 데다 공동운항그룹(얼라이언스)에서도 퇴출돼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 신청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자구계획에 매진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현대상선의 전체 부채 5조6600억원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및 회사채 규모는 1조4146억원으로 파악된다. 유동화채무 1599억원, 선박금융 및 리스 2749억원, 금융기관 차입금 3549억원을 비롯해 공모회사채 및 교환사채 4489억원과 사모회사채 1760억원이다. 이중 사모회사채는 20%만 차환하면 되며 나머지 80%는 회사채신속인수제도에 따라 만기가 2년 연장된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상선이 올해 자체적으로 상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차입금 규모는 선박금융과 유동화채무, 공모사채, 사모사채 일부 등 92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현대상선은 자율협약 개시 단서로 제시된 공모사채 연장 또는 출자전환과 용선료 인하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4월7일 만기도래 공모사채 1200억원에 대한 사채권자집회에서 회사채 연장안은 농협 및 신협 등의 반대로 부결됐다. 농협은 622억원(약 52%), 신협은 290억원(24%)의 현대상선 회사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4월 중순 이전에 회사채 총 7700억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채권자 회의를 열어 출자전환 등의 안건을 다시 협의할 예정이다.
그리스 영국 싱가포르 일본 선주사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용선료 20~30% 삭감 협상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선주사들도 현대상선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걸 원하지 않는 까닭이다.
2월 말 현재 현대상선이 용선한 선박은 총 86척이다. 컨테이너선 36척 벌크선 50척이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그리스 다나오스에서 13척, 영국 조디악에서 6척,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에서 5척, 그리스 나비오스와 캐피틀십매니지먼트에서 각각 5척, 현대오션서비스에서 2척을 용선 중이다.
다나오스에서 1만3100TEU, 조디악에서 1만TEU급 선박을 각각 5척과 2척씩 빌렸다. 올해 상반기 중에 조디악에서 1만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추가로 용선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지난 한 해 용선료로 지불한 비용이 2조원에 이른다. 매출액의 35%가 용선료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현대상선 측은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해 결단을 내린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는다”며“이번 결정이 향후 용선료 인하 및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 추가 자구안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 중인 자구안도 사즉생의 각오로 최선을 다해 반드시 이행해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 조기에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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