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해운사업자단체인 한국해운조합의 수장 공백사태가 2년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조합은 지난달 25일 대의원들의 과반수 지지를 얻은 오인수 후보(60)를 차기 이사장으로 선출했지만 해양수산부로부터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해운 경력이 전무한 데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거부 이유였다. 오 후보는 국회 정우택 정무위원장의 수석보좌관이다.
해수부의 거부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조치였다. 오 후보 당선으로 해운조합은 여론의 십자포화에 시달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수부 공무원 출신인 이른바 ‘해피아’를 오지 못하게 하자 정치권에서 낙하사 인사를 꾀하고 있다고 질타하는 언론기사가 쏟아졌다.
박송식 회장이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대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인수 후보를 찍으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도 터져 나왔다. 오랜만에 다시 해운조합 뉴스가 방송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 같은 언론의 큰 관심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해사안전과 해운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크게 제고됐음을 의미한다. 해운 문외한인 정치권 인사가 2093개 연안해운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이익단체 수장을 맡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국민적 공감대인 것이다.
2014년 4월 주성호 이사장이 세월호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1년9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이른바 ‘정(政)피아’ 파동으로 해운조합의 경영 부재는 더 길어지게 됐다. 천생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난 다음에야 이사장 공모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자칫하다간 7월 열릴 회장 및 대의원 선거와 겹치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해운조합은 후속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대의원 간담회를 열었으나 회의는 회장단 성토대회로 비화됐다. 해운 비전문가인 정치권 인사가 후보로 등록하고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어 일사천리로 당선되는 사태가 과연 회장단의 개입 없이 가능했겠느냐는 의구심들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게다가 박 회장과 오 후보가 같은 울산 출신인 데다 오 후보가 울산 지역 정치인 모임인 ‘여울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 기사도 대의원들을 자극했다.
다수의 대의원들은 회장단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회장단은 박송식 회장(명진해운 대표)과 조영수 부회장(유성해운 대표) 김광선 부회장(현대해운 대표) 김복문 부회장(대복해운 대표)으로 구성돼 있다. 3명의 부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박 회장의 거부로 회장단 퇴진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이사장 선거를 계기로 해운조합의 쇄신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 대표이사가 겸임하는 ‘회장’ 중심의 해운조합 경영방식은 문제가 크다는 게 드러났다. 그런 의미에서 이사회 의장을 현행 회장에서 이사장으로 바꾸는 내용의 해운조합법 개정안은 국회통과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선박운항관리부문이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고 연안해운 발전을 위한 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해운조합이 공을 들여야 한다.
수익사업인 공제부문 확대와 연안해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선박금융 활성화 및 조세 개선 등 다양한 현안들을 조율하고 해결하기 위해선 해운과 보험 금융에 해박한 전문성을 갖춘 이사장 선임이 긴요하다. 해운조합은 더 이상 방황해선 안 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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