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물류업계에선 ‘4자물류’란 용어를 종종 들을 수 있다. 4자물류란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등의 화주기업들로부터 아웃소싱을 받아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물류업체(3PL)가 자사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정보통신사업자, 전문컨설팅업체, 다른 물류사업자 등과 제휴를 맺고 가상조직을 형성해 공급사슬 상의 모든 물류기능에 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3자물류가 물류기업의 전문적인 물류서비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4자물류는 비용절감을 넘어서 화주기업의 물류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현재 전문물류업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3자물류 보다 한단계 더 진보된 4자물류가 주요 분야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영국에선 3대 의약품업계, 3대 전문물류업체 그리고 업무관리를 담당할 공급연쇄관리 컨설팅회사가 합작으로 4자물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SDS를 선두로 최근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등 덩치가 큰 물류기업들이 4자물류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삼성SDS는 자사의 물류솔루션 ‘첼로스퀘어’를 바탕으로 4자물류 서비스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SDS의 물류 BPO(물류 업무 처리 아웃소싱)는 타 기업과 비교해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 삼성SDS는 현재 세계 23개 국가에 38개 거점을 두고 물류 전문 인력만 2400명에 이른다. 파트너 물류회사도 450곳에 달한다. 현재 대부분의 물류 BPO는 단순히 기업이 물류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형태지만 삼성SDS는 여기에 컨설팅 및 IT 솔루션을 더해 제공하는 4자물류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자체 물류 컨설팅 방법론인 ‘G-CAT’(Glovis Consulting Advanced Toolkit)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G-CAT’은 화주 기업의 물류 수준을 진단하고 표준화된 물류 개선 기법을 활용하고 대안을 제시해 화주들의 물류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현대글로비스는 ‘G-CAT’에 ▲통합공급망 관리 ▲네트워크 전략 ▲운송 관리 ▲물류센터 운영 ▲IT 인프라 ▲조직 관리 등 총 6개 분야를 표준화한 개선 사례를 담았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물류 컨설팅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G-CAT’을 더욱 고도화해 종합 물류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8월 JDA소프트웨어코리아와 ‘SCP’ 솔루션 구축 및 컨설팅 역량 강화 관련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CP’는 수요기반의 조달, 제조 및 물류 공급망 계획을 최적화하는 IT솔루션이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CJ대한통운과 JDA는 고객사의 ‘SCP’ 솔루션 공급 및 컨설팅 업무를 함께 수행하기로 했다. 양사는 이와 관련된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한 후 본격적으로 4자물류 사업과 관련된 실무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화주기업에서 4자물류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선 아직까지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견 규모의 화주기업 관계자 A씨는 “3자물류 서비스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는 마당에 4자물류는 가당치도 않다. 대기업에서 4자물류 서비스를 펼치는 것은 고정된 자사 물량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라고 감정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또 다른 화주기업 관계자 B씨도 “과연 국내 기업에서 4자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만한 기업이 몇 곳이나 될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현장인력들은 4자물류란 용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기자의 입장에서 봐도 이 말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4자물류에 손을 댄 삼성SDS나 현대글로비스가 계열사 물량 외에 타 기업에서 오더를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업계에선 삼성SDS나 현대글로비스를 전문물류기업으로 여기는 사람 역시 거의 없다.
4자물류, 물론 선진화된 물류서비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먼 나라 얘기로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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