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우드(Natalie Wood)’와 ‘로버트 와그너(Robert Wagner)’, 그리고 ‘수잔 코너(Susan Kohner)’와 ‘조지 해밀턴(George Hamilton)등 젊은 청춘스타들의 연기에 ‘펄 베일리(Pearl Bailey)’의 노래까지 더해 그 시대 청춘물의 화제작으로써 인기몰이와 함께 연기 경쟁의 한몫을 다하던 네 스타들이 젊은 날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복잡하고도 빗나간 사랑에 방황하던 그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연상케 한 멜러 통속 영화가 ‘밤이 울고 있다(All the Fine Young Cannivals)’란 작품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이 많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엇박자 사랑 이야기와, 중년의 러브스토리가 한창이던 60년대 초반, 이뤄지지 않는 사랑때문에 가슴 저미며 사춘기 시절을 보낸 남녀들이라면 누구나가 공감할 스토리, 원제와는 무관한 제목으로 국내 상영이 된 이 영화는 하느님이 미모를 내려준 매혹적인 나탈리 우드가 당시 남편이었던 로버트 와그너와 함께 열연해 프레시맨 청년시절, 필자도 함께 가슴 조이고 눈시울을 적셨던 것 같다. 특히 와그너의 트럼펫 연주, 그 애절한 멜로디를 따라 밤이 울었던 사연을 더듬어 새로이 재생해 본다.
매혹적인 17세의 소녀 ‘사라(나탈리 우드/Natalie Wood)’는 빼어난 미모로 남성들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을 가졌지만 동생이 여럿 있는 가난한 집에서 식모처럼 비참하게 사는 삶을 지겨워하며 나날을 보내던 중 사랑하는 연인 채드를 두고도 새로운 미래와 인생역전을 꿈꾼다. ‘채드(로버트 와그너/Robert Wagner)’ 역시 가난한 목사였던 아버지가 타계하자 성공을 위해 대도시로 진출해야겠다는 야망을 불태우고 있었다.
끝내 사라는 채드의 아이를 뱃속에 안고서도 가난한 그와 부부가 되기 싫어서 무작정 기차를 타고 고향을 떠날 결심을 굳힌다. 서로가 사랑하면서도 가난때문에 더 이상 사랑의 정점에 머물지 못하고 딴 길을 가게 되는 안타까움이 마치 50~60년대 전후 우리나라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식의 ‘홍도야 울지마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라는 잃을 게 없다는 듯 무작정 만난 부자집 귀공자 ‘토니(조지 해밀턴/ George Hamilton)’와 벼락같이 결혼을 한다. 사라가 채드의 아이를 낳지만 토니는 자기 자식인줄 알고 열심히 키운다. 한편 채드는 ‘루비’ 라는 흑인 여가수 펄 베일리(Pearl ailey)의 도움으로 뉴욕에서 트럼펫 연주자로 상당히 성공을 하게된다.
채드의 소식을 들은 사라는 남편 토니와 함께 철부지같은 시누이 ‘캐서린(수잔 코너Susan Corner)’을 데리고 채드가 연주하는 클럽에 와서 극적으로 채드와 재회한다. 멋진 연주로 인기를 모으는 채드를 보고 한 눈에 반한 캐서린은 채드에게 즉석 데이트 신청을 하자, 채드 역시 사랑을 배신한 사라에 대한 복수심으로 사랑하지도 않는 캐서린과 인연을 맺는다.
옛 채드와 사라는 감격적인 재회를 했지만 사라는 이미 선량한 부자집 남편 토니와 시누이 캐서린의 가족이 돼 있으니 가난한 청춘 나탈리 우드와 로버트 와그너는 이들을 일종의 희생양으로 삼은 셈이 된 것. 신분의 차이와 뒤엉킨 과거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올케와 시누이 관계를 연기한 나탈리 우드 대역의 수잔 코너는 ‘슬픔은 그대 가슴에(Immitation of Life)’에서 산드라 디와 여성으로서의 델리케이트한 갈등과 애증을 연기한 장면을 연상시켜 필자로선 더욱 흥미로웠다.
드디어 증폭하는 복잡한 사각관계는 이들의 과거가 서서히 밝혀짐에 따라서 걷잡을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오게 된다. 가난때문에 결혼을 못했던 남녀가 세월이 흐른 뒤에 재회해 빗나간 사랑에 아파하는 이같은 비련의 스토리는 통속 애정물의 소재로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내용으로 요즘도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이나 삼각관계, 불륜행각 등과 같이 많이 인용되고 있는 영화 장르로 있음직 하다.
나탈리의 상대역인 로버트 와그너 역시 깔끔하고 핸섬한 용모로 고독하고 상처받은 삶을 사는 청년역을 잘 해냈다. 스토리의 대강은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에서 스칼렛과 버틀러, 그리고 애슐리와 멜러니가 사랑을 두고 시작된 4각관계의 갈등을 보는 듯 하고 매우 절망적인 후반부에서 극적으로 희망을 찾는 내용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자집 남매로 출연한 조지 해밀턴과 수잔 코너는 가난한 과거와 아픈 사랑에 몸부림치는 두 주인공에 의해서 어쩔 수 없는 희생양으로 가해자가 된 느낌이다. 마치 ‘가진게 죄’인것 처럼. ‘슬픔은 그대 가슴에(Immitation of Life)’에서 가난한 흑인 혼혈로 가슴아픈 삶을 연기했던 비극의 패배자, 수잔 코너가 여기서는 철부지같은 부자집 딸로 나와 로버트 와그너를 조건없이 사랑하는 역할을 맡았고, 조지 해밀턴 역시 닳지 않은 부잣집의 귀공자로 등장해 60년대 인기 청춘 멜러물 ‘초원의 빛(Splendour in the Grass)’이나 ‘페이튼 플레이스 (Peyton Place)’, ‘마담 엑스(Madam X)’, ‘우수(This Property is Condemned)’를 연상시킨다.
데이비드 니븐(David Niven) 주연으로 크게 성공한 ‘80일간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0 Days)’를 만든 ‘마이클 앤더슨(Michael Anderson)’이 메가폰을 잡았고 그가 연출한 작품들은 게리 쿠퍼 주연의 ‘메리디어호의 난파(The Wreck of the Mary Deare)’, ‘6년만의 의혹(The Naked Edge)’, ‘순간에서 순간으로(Flght from Ashiya)’, ‘크로스보 작전(Operation Crossbow)’을 우리나라에도 선보여 알려진 감독이며 명성있는 작품을 남겼다.
희미하게 빛바랜 갈색 추억처럼 대사 하나 하나가 아련히 가슴에 와 닿으며 진한 감동의 여운을 남겨준 여느 영화의 스토리나 장면들 보다 필자는 유독 원제와 전혀 관계없이 의역된, ‘밤이 울고 있다’란 제목 하나에 완전 매료되고, 흉금과 영혼마저 에며 고독한 밤을 애절하게 울어대던 로버트 와그너의 트럼펫 연주장면 회상 하나로 이 영화 타이틀을 자주 되뇌는 허세를 고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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