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선원은 한국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1964년 2월 선원 해외 송출을 시작한 이래 선원들이 해외에서 부쳐오던 달러는 외화가 귀했던 당시 우리나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1974년부터 1993년까지 20년간 해외 취업 선원들의 외화가득액은 63억달러에 이른다. 과거 외화 획득의 상징이었던 파독 광부나 간호사가 벌어 들인 것보다 월등히 많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선원 수는 감소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에서 발간한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국적선원은 2005년 4만명에서 지난해 3만7000명으로 3000명 가량 감소했다. 그나마 외항선은 2005년 7400명에서 지난해 9400명으로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내항선과 해외취업선 등은 모두 감소세를 띠었다. 특히 지난 1987년 4만8000명에 달하던 해외취업선은 지난해 3100명 정도로 급감했다.
선원 감소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육상근로자와 차이나지 않는 임금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선원복지고용센터에 따르면 2006년과 2007년 선원의 평균임금은 274만원 275만원으로, 279만원 296만원의 육상근로자보다 낮았다. 당시 해운업계는 심각한 선원 이직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선원 임금은 지난해 433만원으로 육상근로자 임금(337만원)을 100만원 가량 웃돌게 됐지만 선원 감소 추세는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이다. 해기사보다 임금이 크게 낮은 부원선원이 선원 감소를 주도하고 있다.
물론 외국인선원 확보를 통해 당장의 선원난을 해결할 수 있기는 하다. 국적외항선에 취업한 외국인선원은 2005년 8000명에서 지난해 2만900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외국인선원 고용은 지난 1992년 제도적으로 처음 허용된 이래 2005년에 척당 부원선원 6명 해기사 1명 등으로 선사별 정원 제도가 도입됐으며 2010년부터는 선·기관장을 제외하고 전면 자율화됐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 상선대에 취업한 외국인선원은 인도네시아인이 6200명으로 가장 많고 필리핀 4800명, 베트남 4200명, 미얀마 3400명, 중국 2100명 등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다음달 방글라데시와도 선원 고용을 위한 협정을 체결할 계획에 있는 등 외국인선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선 외국인선원 고용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조선 1위, 해운 5위의 해양강국 지위를 굳건히 하고 해운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해사기술 전승을 통한 양질의 국적선원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점을 인식해 해양대 정원을 늘리는 한편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을 통한 해기사 단기양성 과정(오션폴리텍)을 개설하는 등 선원난 해결에 고심하고 있다. 해수부와 교육부는 해운업계의 요청을 수용해 2017년까지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의 정원을 각각 200명 300명 늘리는 방침을 마련했다. 또 오션폴리텍 과정을 통해 연간 100명 이상의 해기사를 배출하고 있다.
지속적인 선원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해기인력 양성뿐 아니라 이들이 오랫동안 배를 탈 수 있는 유인책 마련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이른바 선원직 매력화를 위한 복지 강화다. 육상직 임금 상승과 함께 해상직 복지 정책이 선원 이직에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선원 퇴직연금 공제제도와 승선근무예비역 확대, 복지시설 건립 등을 대표적인 선원 복리후생 정책으로 들고 있다.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선원퇴직연금제도와 원격의료제도 도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해기사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부원선원에 대한 처우 개선에도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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